정치판을 뜨겁게 했던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의 소위 리베이트 비리 사건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일단 열기가 가라앉은 상태다. 새누리당 또한 비슷한 시기에 총선 불법 홍보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동원 전 홍보본부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두 사건을 비교하면 이렇다. 국민의당은 이미 구속된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과 박, 김 두 의원이 인쇄광고 대행업체와 TV CF 대행업체에 일감을 주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해 2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다.

이 돈은 국민의당 요구로 당에 직접 전달되지 않고 김 의원이 운영한 ‘브랜드호텔’ 업체로 건네졌다. 또 박 의원과 왕 전 부총장은 리베이트로 받은 돈까지 선거비용으로 꾸며 선관위에서 1억여 원을 보전 받은 대국민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선관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거래 하도급 업체에 허위계약서를 만들도록 하고 허위 진술을 요구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에 비하면 새누리당 조동원 전 홍보본부장이 리베이트를 챙긴 방식은 법 이전에 좀은 인간적일 수 있다. 조 전 본부장은 총선용 CF 제작 계약을 맺은 동영상 업체로부터 8000만 원 상당의 인터넷 모바일 선거운동 동영상 39편을 무상으로 제공 받은 혐의다. 두 정당 모두 국민들 대상으로 갑질에 나서 불법 홍보비 사건을 저지른 건 맞지만 정도의 차이로 따지면 “선관위가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국민의당 주장은 설득력이 매우 약해 보인다.

정작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국민감정상 선관위 보다 오히려 두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법원 쪽에 해당할 것 같다. 먼저 구속영장이 발부된 국민의당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에게 검찰이 제시한 혐의는 이번 영장 기각된 박선숙 의원과 똑같은 4가지 항목이다.

앞서 말한 대로 홍보업체에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김수민 의원 등에게 1억여 원을 지급토록 한 혐의, 이후 이 돈을 당이 지급한 것처럼 꾸며서 중앙선관위에 허위 보전신청을 하고 나랏돈 1억 원을 편취한 혐의 내용 모두 어느 한구석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왕 전 부총장은 구속당하고 박선숙 의원은 김수민 의원과 함께 풀려났다. 같은 혐의에 대해서 법원 판단은 전혀 달랐다.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왕 부총장에게는 충분히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 똑같은 혐의의 박선숙 의원 등에게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통상적 이유와 함께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차라리 국회의원 신분을 고려했다는 기각 사유가 더 솔직하고 떳떳했을지 모르겠다.

두 의원의 영장 기각에 일단 한숨을 돌린 국민의당은 이 상황을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적반하장 격으로 검찰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왕 전 부총장 때와는 낯간지러울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의식에 젖어있는 집단이 지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부르짖고 있다. 국민 보기 부끄럽다는 기색은 단 한 곳도 없다.

다른 일반 공무원이나 힘없는 기업인이 같은 일을 저질러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면 이처럼 법원이 검찰을 물 먹이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 적극적이지 않았을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다 알 일이다. 우선 똑같은 혐의로 원외의 왕주현 전 부총장은 입도 뻥긋 못하고 구속됐다. 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이러니 국회의원들 특권의식이 더 왕성해질 수밖에 없을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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