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이태양, 상무 문우람(왼쪽부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2년 한국 프로야구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파문이 4년 만에 다시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4년 전 관련 선수에게 실형과 영구제명 조치가 취해지는 등 근절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헛수고가 돼버리면서 한국프로야구(KBO)에 비상등이 켜졌다.

창원지검 특수부(김경수 부장검사)는 21일 지난해 KBO리그 4경기에서 벌어진 승부조작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브로커 조모씨(36)를 구속 기소, 직접 실행에 옮긴 이태양(23·NC)과 베팅방 운영자 최모씨(36·별건 구속)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문우람에 대해 군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태양은 지난해 5월 29일 경기에서 ‘1이닝 1실점’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브로커가 준 2000만 원을 받는 등 4경기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문우람이 먼저 승부조작을 제안하고 이태양과 브로커를 끌어들여 구체적인 경기일정, 승부조작 방법을 혐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승부 자체를 조작하기 힘든 야구의 특성상 ‘1회 볼넷’, ‘1회 실점’, ‘4이닝 오버(양 팀 득점 합계 6점 이상)’ 등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불법스포츠도막의 배당방식을 활용한 것을 알려졌다.

특히 이번 승부조작은 몸이 덜 풀린 것처럼 보이려고 주로 1회에 이뤄졌다.

베팅방 운영자는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성공한 5월 29일 한경기에 돈을 걸어 1억 원을 남겼고 이중 2000만 원을 브로커를 통해 이태양에게 전달했다.

또 2000만 원은 브로커에게 주고 문우람에게는 1000만 원 상당의 고급시계와 명품의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이태양은 이후 스스로 브로커와 접촉해 범행에 나섰다. 또 지난해 7월 31일 마산 넥센전서 ‘4이닝 오버’를 두고 2억 원을 베팅한 게 실패로 돌아가 손해를 많이 보자 돈을 댄 최씨가 이태양을 구타하고 협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태양은 자수한 상태다. 하지만 문우람은 현재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문우란은 검찰조사에서 돈이 담긴 클러치백을 전달하면서 안에 돈이 들어있던 걸 몰랐다고 부인했고 1000만 원 상당의 금품에 대해선 대가성이 없는 선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다른 진술은 모두 일치한다. 증거자료도 확보돼 있다. 혐의를 부인한 선수에 대해선 군 검찰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태양은 청주고 출신으로 2011년 신인지명에서 2라운드 14순위로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2013시즌 NC 다이노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지난해 처음 10승5패를 기록했고 올 시즌 10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국가대표에 뽑혀 WSBC 프리미어 12에도 출전한 바 있다.

이번 승부조작에 연루된 이태양과 문우람은 2011년 넥센 입단 동기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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