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극으로 치닫는데 “김무성 팬미팅이 웬 말이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4·13 총선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권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4일 ‘7·14 전당대회 2주년 기념’ 지지자 모임을 가진 데 이어 21일에는 국회 ‘퓨처라이프 포럼’ 2기 출범식을 열고 본격 세 결집에 나섰다. 안보·경제 난제가 겹친 데다 설상가상으로 연이어 터진 ‘녹취록 파문’으로 친박·비박 대치가 극으로 치닫는 시점이다. 자신의 세(勢)를 과시할 때가 아니라 국민과 당원 그리고 나라 걱정을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녹취록 파문’ 뒤에는 비박의 수장 김무성 전 대표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민심 투어 배낭 안에 숨긴 ‘대권 야망’
- 김무성 비박 ‘줄 세우기’ 아닌 ‘줄 허물기’ 해야


김무성 전 대표는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14일 지지자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1500명 이상의 김 전 대표 지지자들이 참석했고, 연신 ‘김무성 만세’를 외쳐댔다. 김 전 대표는 2년 전 지지해준 당원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밥 한 끼 먹는 자리라 했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출정식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이다. 더욱이 개헌 얘기도 꺼냈다.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밝힌 사안에 대해 보란 듯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김 전 대표는 21일 국회 ‘퓨처라이프 포럼’ 2기 출정식을 갖기도 했다. ‘퓨처라이프 포럼’은 김 전 대표의 대표적인 정치 모임 중 하나다. 그는 이날 출범식 출사에서 “정치의 역할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설계와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잇는 다리를 건설하는 데 우리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은 줄 세우면서 친박에겐 그러지 말라

이 같은 김 전 대표의 세(勢) 과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정치 지도자가 주최한 행사라면 국가적 당면 과제 극복 방안이 화두가 됐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여당 의원들이 사드 발목잡기에 나설 정도로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위기를 타개할 방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김 전 대표의 세(勢) 과시는 결국 ‘비박 줄 세우기’로밖에 비치지 않는 상황이다. 계파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 ‘줄 허물기’ 가 아닌 오히려 ‘줄 세우기’에 급급하다는 쓴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상황이 이러한데 김 전 대표가 2개월 여간의 잠행을 깨고 “새누리당은 선거마다 집토끼 생각만 하면서 과거에 함몰돼 너무 극우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다”며 발언한 사실은 정치계에 더 큰 실망을 안겼다.

불과 얼마 전까지 노동개혁을 역설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말하다가 민주노총과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로부터 극우 소리를 듣던 김 전 대표다. 무엇보다 그에게 ‘6선’ 감투를 씌워준 주인공이 바로 그가 말하는 극우라는 집토끼 즉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연이어 터진 악재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그는 대표직을 벗었다고 당을 비판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이에 한 정치권 인사는 “지금의 새누리당은 결국 김무성의 작품이다. 친박이 공천에서 어떤 간섭을 했든 안 했든 당시 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의 책임이 가장 막중하다”며 “당시 공천이 문제였다면 그때 친박 패권에 맞서야 했다. 그땐 가만히 있다가 옥새 파동을 일으킨 게 전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건 누워서 침 뱉기라는 지적이다.

앞서 새누리당이 공개한 ‘국민 백서’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선거 초반 180석을 자신한 점과 공천 막바지 ‘옥새 파동’을 불러왔다는 점을 들어 총선 참패 책임자로 지목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더욱 그렇다.

친박 녹취록 공개된 시점 주목해 ‘역공’

한편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욕설과 막말을 퍼부은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이 공천 과정에서 터진 데 이어, 전대를 앞두고 서 의원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최 의원과 윤 의원의 녹취록이 서 의원과 연관 지어 보도됐다. 이에 서청원 의원은 “음습한 정치공작”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여기에 지역구를 변경하라는 게 VIP(대통령)의 뜻이냐고 반복 질문해 자신들이 원하는 답변을 유도했다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비박계의 사전 기획에 따라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녹음 파일을 공개한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친박계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녹취록 공개의 배후에 특정인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선 그가 지목한 ‘배후’에 정병국·주호영·김용태 등 비박계 당권 주자를 넘어 비박의 수장 김 전 대표까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온다. 최근 부쩍 잦아진 김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전국 배낭여행을 앞두고 있다. 8월 한 달간 배낭을 메고 전국 민심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반도의 가장 아래 자락인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해 쭉 올라오며 민심을 듣고 민생 현황을 파악해 보려 한다”며 “가능한 한 많은 국민, 주로 어려운 서민들을 만나 정치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듣는 리스닝 투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배낭여행’은 결국 ‘대권 여행’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김 전 대표의 배낭 안에는 ‘대권 야망’이 아닌 ‘국민·당원·나라 걱정’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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