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T·폐암’등 가족력 보유...건강관리에 유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삼성 오너 일가 건강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흔히 ‘삼성가 가족력’이라 알려진 유전질환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년째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재현 CJ회장은 CMT(샤르코-마리-투스병)를 앓고 있다. 다른 가족들도 유사한 병명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다. 재벌기업이라 할지라도 병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재현 CJ회장 “병세 극도로 악화” 재판 포기…특사 노렸나
추울 때 하와이행, 집안에 공기청정기 설치할 정도로 민감

삼성가의 가족력은 여자보다는 남자 쪽에서 주로 발현된다. 유전병으로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삼성가 남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온 병은 CMT와 폐암이다.

CMT는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이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손상되는 질환을 말한다. 증상은 유전자 결함으로 손발의 근육이 위축되고 모양이 변형돼 정상적인 보행 등이 어려워진다.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심하면 척추와 고관절까지 변형돼 걷지 못하기도 한다.
 

현재 이재현 CJ회장은 손발이 휘어져 변형이 크게 나타난 상태다.
CJ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그의 손가락과 발가락은 이미 상당히 굽었으며, 발등은 솟아 있다. 종아리도 근육이 2012년 말 대비 26% 줄어 뼈만 앙상한 상태다.

CJ그룹 홍보실은 “이 회장이 젓가락질을 못해 식사를 포크로 하고 있으며, 단추 잠그기와 같은 정확성을 요하는 손동작이 안 된 지는 이미 오래”라면서 “의료진 역시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 전문 시설을 갖춘 곳에서 무중력 치료나 수중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바란다고 했다. 이는 광복절특사를 노린 일종의 꼼수가 아니냐는 여론에 대한 반박이다.

삼성가에 유전병이 있다는 사실은 2013년 초 이재현 CJ회장이 법원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낸 보도 자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유전 사실 이례적으로 밝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의 부인 박두을 여사가 이 병을 갖고 있었고 3남 이건희 회장도 이 병을 앓고 있었다. 가장 증세가 심각한 사람은 이미경 CJ부회장으로 혼자 힘으로 20~30m 이상을 걷기 어렵다고 한다.

이미경 부회장도 지난해 2월 블룸버그와 장문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무척 화가 나고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신이 어떤 이유로 내게 이걸 주셨음을 알게 됐다”며 CMT투병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를 직접 만났다는 한 측근도 “휠체어를 이용할 때도 있다. 공식 행사가 아닐 때 종종 이용한다”고 귀띔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다리가 불편해 특수제작된 신발 등 기구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또한 CMT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추측이다.

고 이병철 회장도 젊은 시절 각기병을 앓았다. 각기병은 다리의 힘이 약해지고 저리는 등 이상이 생겨 제대로 걷지 못하는 병이다.
이 회장이 일본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다니다 중퇴한 것도 이 병 때문이다. 이 회장은 휴학계를 내고 이 병을 이겨내려고 애썼지만 결국 포기하고 귀국했다는 일화가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CMT의 한 종류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최병욱 교수를 스카우트 한 것도 삼성가의 유전병 보유 경력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이 병은 인구 10만 명당 36명 정도 걸리는 희귀병이며 국내에 이 병을 겪고 있는 환자는 만 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삼성가의 또 다른 가족력은 폐암으로 알려진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1976년 위암을 발견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은 뒤, 소식 위주의 금욕적인 생활을 했으나, 10년이 채 안 되어 폐암을 선고받고 이 병으로 별세했다.

이건희 회장 역시 57세에 림프절암을 선고받았으며, 이맹희 회장도 폐암으로 투병하다 별세했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 이창희 회장은 혈액암으로 타계했다.
이들과 사촌지간인 이동희 제일의료재단 이사장도 폐암으로 세상을 등졌으며, 그의 아버지이자 이병철 회장의 형인 이병각 삼강유지 사장도 67세가 되던 해 돌연사 했다.

이건희 회장이 겨울에는 요양을 위해 하와이 등 따뜻한 지역에 머물렀던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진다. 보통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정도로 치료를 끝냈다면 이 회장은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다. 폐렴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토록 건강관리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

2009년 이재용 부회장 자택이 국내주택 전기요금 1위로 밝혀진 바 있는데 이 또한 이 부회장이 폐가 약해 이를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공기정화시설을 돌리기 때문이란 설이 돌았다.

지난해에는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방송에서 “2009년 한국 전력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최근 2년간(2007년 7월~2009년 6월) 전기사용 현황’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명의의 주택은 당시 월평균 2472만원의 전기요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부회장의 폐 기능 보호를 위해 자택의 공기 수준을 하와이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들은 대부분 무병장수

삼성가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무병장수하는 특징이 있다. 이병철 회장 부인인 고 박두을 여사가 대표적인 예다. 박두을 여사는 암과 같은 중한 질병을 앓아본 적이 없다. 건강한 삶을 살던 여사는 94세에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건희 회장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도 건강한 편이다. 1945년생으로 올해 나이 70세이지만 특별히 앓는 병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별세한 홍 관장의 모친인 김윤남 여사도 90세로 천수를 누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