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 본격화…론칭부터 모든 사업 진두지휘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최혜원(36) 형지I&C 캐리스노트 신임 대표이다.

등기이사 등극 1년여 만에 대표이사 승진
패션업계 2세, 금수저 논란 잠 재울까?

 

패션그룹 형지는 지난달 16일 최병오 회장의 장녀 최혜원 형지I&C 캐리스노트 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지난해 4월 형지I&C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지 1년 2개월 만이다. 이로써 최혜원 전무는 30대 젊은 나이에 경영 일선에 오르며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최혜원 대표는 열정적이고 강한 추진력을 보여온 것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는 최 대표가 론칭부터 경영까지 모든 사안을 진두지휘했을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방송인 추성훈의 부인 야노시호를 모델로 선정하고 브랜드 콘셉트를 ‘컨템포러리 커리어 웨어’로 선정하는 것 등 전부 그의 손을 거쳤다.

유통망도 백화점 위주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패션시장이 저성장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캐리스노트는 지난해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여성복 브랜드 스테파넬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테파넬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

손대는 사업마다 승승장구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높은 상품을 적절하게 운영하며 매출을 끌어올려 가능한 일이었다. 최 대표는 올해 중국시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중국에는 예작, 본즈플로어 등이 진출해 있다. 
최 대표는 최근 취임식을 통해 직원들에게 “브랜드 간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 중심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형지I&C의 영업이익률은 1~2%대에 머물고 있다. 부친 최병오 회장의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지만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형지의 지난해 기준 부채 총계는 3428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2배가 넘는 208%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최 전무가 처음 대표이사에 오르는 만큼 높은 부채비율을 줄이고 안정적인 경영으로 돌아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특히 형지는 올 연말 입찰전이 벌어지는 시내면세점 특허권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선임 대신 오너 딸이 경영 일선에 올라서게 되는 만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새롭게 경영 지휘봉을 잡은 30대의 젊은 오너 2세인 만큼 이른바 ‘금수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단계별 경영수업 진행

최 대표는 2008년 형지 입사 후 5년 만인 2013년 전략기획실장 자리를 꿰찼으며, 이듬해 그룹의 지주사 격인 형지I&C로 자리를 옮겨 상무 직함을 받았다.
형지I&C는 ‘본’, ‘예작’ 등 남성복 제조업체 우성아이앤씨가 전신인 코스닥 상장사다. 형지그룹은 2009년 우성아이앤씨를 인수해 우회 상장하는 동시에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허슬러’ 등 여성복 중심이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남성복으로 확장했다.

최 회장이 47.3% 지분을 보유한 형지I&C 최대주주이며 딸인 최 대표와 아들인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경영혁신팀 차장이 각각 3.7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형지그룹 아울렛 유통법인인 바우하우스가 형지I&C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바우하우스는 형지그룹 2세 지분 승계를 위한 핵심계열사로 최 회장의 딸과 아들이 각각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의 아들은 형지I&C에서 실무를 익힌 뒤 현재는 패션그룹형지로 소속을 바꿨다. 국내 경영 전반은 물론 최 회장의 관심이 많은 중국 사업을 두루 챙기고 있다. 형지는 중국시장에 진출해 남성복 ‘예작’, ‘본즈플로어’ 등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백화점과 쇼핑몰 20여 곳에서 매장을 운영중이다.

이들과 함께 승진인사에 이름을 올린 김인규 형지I&C 대표는 패션그룹형지 사장으로 임명됐다.
김 사장은 이랜드 글로벌소싱 부문장 출신이다. 2009년부터 패션그룹형지 글로벌소싱 총괄이사, 전략본부장을 지냈고 2012년 형지가 인수한 형지I&C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김 사장은 형지I&C 인수 후 1년 만에 흑자전환을 성공시켰고 이어 여성복 ‘캐리스노트’와 ‘스테파넬’을 잇따라 인수하며 남성복 전문기업을 토탈패션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시켰으며 형지I&C의 중국 남성복 시장 진출 등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김 사장은 형지I&C 인수 후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성공시켰고, 캐리스노트와 스테파넬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형지는 1998년 설립된 패션전문기업으로 2012년 남성복 ‘우성아이앤씨’(현 형지I&C)를 시작으로 2013년 패션쇼핑몰 ‘바우하우스’와 학생복 ‘엘리트베이직’(현 형지엘리트), 2015년 제화업체 ‘에스콰이어’(현 형지에스콰이아) 등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여성복 ‘캐리스노트’와 ‘스테파넬’, 골프의류 ‘까스텔바쟉’, 아웃도어 ‘와일드로즈’ 등 패션브랜드도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액은 1조800억 원, 영업이익은 240억 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