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팀 한진그룹 정조준…또 다른 기업들도 좌불안석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넥슨 발(發) 친인척 비리 의혹이 또 다른 기업들을 막무가내로 덮치고 있다. 벌써 넥슨의 검은 그림자가 대한항공을 휩쓸고 지나갔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넥슨이 주식을 사고팔았던 정황들이 거론되면서 이른바 ‘넥슨 식(式)’ 친인척 배불리기라는 말까지 만들어졌고, 이러한 논란이 가만히 있는 기업들을 도마에 올려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재계를 막론하고 친인척 채용비리, 일감몰아주기 등을 서슴없이 해왔던 우리나라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주식 매매·일감 몰아주기 등 전방위적 의혹 제기
정재계 인맥 통한 채용·수주 관행 의구심 키웠나

진경준 검사장이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넥슨 창업주) 대표의 뒤를 봐주는 대신 비상장주식을 받아 126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는 내용의 이른 바 진경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특임검사의 칼끝이 처음으로 방향을 돌린 곳은 한진그룹이다.

한진그룹이 자신들의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진경준 검사장의 처남 강모씨 명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2009년 무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상속받은 땅을 처분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내부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당 사건을 무혐의 종결처리했다. 당시 조양호 회장 조사는 진경준 검사장이 부장검사로 있었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진행했다.

그런데 강씨 이름으로 설립된 청소 용역업체가 2010년 무렵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로부터 100억 원대 일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혐의 처분에 대한 대가가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진그룹은 관련 의혹에 대해 일절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진그룹 측은 검찰 조사에서 진경준 검사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같은 내용의 진술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기업들이 주식 거래 등의 이유로 친인척 배불리기라는 도마에 올라갈지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넥슨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연일 터지면서 정·관·재계 비리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일부 기업들이 정상적인 거래로 보이는 주식매매를 하고도, 비리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 만큼 괜한 불똥이 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 매각이나 증여 등을 통해 잘못된 거래를 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나면, 이러한 의심들이 이곳저곳으로 불똥을 옮기기도 한다”면서 “수사를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죄 없는 피해자가 늘어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같은 상황은 그동안 우리나라 정·재계가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자산 불리기를 해온 바 있어 자업자득이라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기간을 올해로만 한정해도 한국지엠, 인제학원, 국회의원 등 친인척의 편의를 봐주다 검찰조사를 받거나, 여론의 질타를 당한 일이 비일비재했다. 더불어 공기업들은 특혜채용은 물론, 공정한 채용절차 없이 직원들의 인맥으로만 선발한 공사가 상당수 적발돼 전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한국지엠의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주요 인물들에 대해 전방위 계좌 추적을 한 바 있다. 한국지엠은 정기적으로 1차 도급업체 비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일정한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조 간부의 자녀나 친인척을 협력업체에서 비정규 직원으로 일하게 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유형의 채용비리가 지속돼왔다는 의혹이 나왔다.

인제학원은 산하 백병원에서 50억 원 규모에 이르는 횡령과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혐의와 함께 전직 이사장과 의사들의 의약품 리베이트는 물론, 고위층 친인척의 채용 비리 혐의가 문제됐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여성 최초로 지역구 최다선인 5선 고지를 밟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서울 광진을) 후보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등도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회가 친인척 채용비리로 얼룩진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맞춰 여야 3당이 함께 나서야 한다”며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 재조정, 보좌관 친인척 채용 금지 등 관행으로 해왔던 일들에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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