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선가 명상센터 ‘황당 수행’ 논란

▲ J선가 수련원 건물 전경.

[일요서울 | 사회팀] ‘부정적인 마음을 버리면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몸과 마음에 축적된 감정 에너지를 소거해 삶의 고통을 치유한다’…. 경남의 한 명상센터(J선가)가 수행자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이다. J선가에 따르면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두려움이나 분노, 수치심, 열등감 등의 감정은 한번 일어나면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은 에너지의 형태로 몸과 마음에 그대로 저장되는데, 이를 ‘관념’이라고 한다. 관념이 쌓이면 인체의 생명 작용이 방해를 받아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기 어렵고 에너지의 흐름 역시 원활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삶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불필요한 고통을 겪게 되며, 심할 경우 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J선가는 행복한 삶을 살려면 수행을 통해 관념을 소거해야 하는데, 자신들이 개발한 수행을 통해 관념을 없애면 누구나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큰 틀에서 보면 이 단체의 수행법은 일반에 알려진 마음공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J선가는 다만 자신들의 수행법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해 그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마음 치유, 몸 치유 기법과 동일한 이론적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방법 또한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수행 원리를 바탕으로 수년간 구체적인 수행지도를 통해 수행의 성과와 우수성을 확인하면서 수행 방법을 변화, 발전시켜왔다는 게 J선가 측의 주장이다. 더욱이 현대 양자물리학에서 사람의 몸과 마음의 실체가 속속 밝혀짐에 따라 해당 수행법은 매우 과학적이며, 효과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비싸도 체류하는 이유

높은 수준 탓인지 이곳에서 수행을 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J선가의 프로그램은 짧게는 4박5일 단기코스부터 길게는 수년간 이뤄지는 장기코스 등이 있다. 처음 참가하는 4박5일 프로그램의 비용은 100만 원. 같은 기간 재참가하는 경우라면 5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장기 프로그램인 ‘행복학교’의 한 달 비용은 200만 원이다. 이름에 학교가 들어가 있듯 입학과 졸업 과정이 있다. 200만 원씩 1년이면 2400만 원. 졸업을 하려면 4년 동안 총 9600만 원이 필요하다. 4년제 대학과 기간은 같지만 비용은 많게는 두 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관념을 버리기 위해 필요한 돈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행의 일환으로 복용해야 하는 한약 및 비타민C, 생활에 필요한 화장지 등도 모두 수행자가 직접 J선가 측으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한약의 경우 좌뇌약과 우뇌약으로 나뉘며, 최고가는 50만 원에 육박한다. 이 한약은 신경예민을 없애고 수치심을 나가게 해준다며 J선가 측이 제조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관념노트, 시계, 단체티셔츠, 단체 대표의 저서 등도 사비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행복학교를 졸업하기 위한 비용은 한 사람당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수행은 경남 하동군에 위치한 수련원에서 이뤄진다. 참가자들은 이곳에 들어와 숙식하며 마음강의, 관념 세션(심리치료에 쓰이는 역할극의 일종), 체력·정신 단련, 몸 수행 등의 활동을 한다.

졸업을 하면 마스터 직함을 달 수 있다. 마스터가 되면 센터에서 급여를 받고 수행자 교육 및 시설 관리 등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수행자들이 고액의 수행비용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체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장밋빛 미래는 수행원들을 장기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이들에게 가격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마스터가 되기 위한 투자로 여겼다. 일부 수행자들은 이 곳에 계속 머무르기 위해 빚을 지기도 했다.

현재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가족 한 명과 함께 J선가에 들어갔다. A씨 등이 J선가에 쏟아 부은 돈은 약 2억 원에 달한다. A씨의 가족은 조만간 전세금 반환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A씨의 수행비용을 조달하느라 현금을 다 써버린 탓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수행자들도 있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일부 수행원들은 단기 알바로 돈을 벌어 이 센터에서 수련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나가서 돈을 벌어온다고 한다.

▲ 주요재무현황.
▲ 법인 등기부등본.

비싼 수행비 때문에 수행원의 가세가 기울어지는 반면 J선가의 경영상황은 활짝 꽃피는 모양새다. 한 신용평가사이트의 신용분석보고서를 보면 이 단체의 연매출은 ▲2013년 10억7000만 원 ▲2014년 11억7000만 원 ▲2015년 13억1000만 원 등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올린 매출만 총 35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지난해 판매·관리비로 7억5000만 원(인건비 3억1000만 원 포함)이 사용됐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절반에 가까운 5억6000만 원. 이 돈은 영업 외 수익이나 비용 등이 없어 고스란히 순이익으로 남았다.

이는 동종업계(기타 교육지원 서비스업)와 비교하면 확연히 눈에 띄는 수치다. 해당 산업의 재무상태를 보면 전체 영업이익은 3년 연속 적자(▲2013년 5억6000만 원 ▲2014년 13억9000만 원 ▲2015년 1100만 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 역시 적자(27억8000만 원)였다. 같은 업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J선가는 승승장구한 셈이다.

피해 사례 속출

문제는 비싼 수행비를 쏟아 붓고도 J선가가 자신하던 우수한 효과를 못 봤다는 점이다.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병을 키웠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이곳에서 수행을 했다는 B씨는 “수행 한 달째 되던 날 심화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갑자기 자빠뜨리더니 8명 정도가 가슴뼈를 누르고 머리와 얼굴, 가슴을 사정없이 때렸다”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온몸에 멍이 들고 타박상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비싼 돈 내고 맞아가면서 수행을 해야 한다니 황당했다. 그렇게 해서 효과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별로 신통치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이 안에서는 불법 의료행위(의료시설 아닌 곳에서의 한약 제조 등)가 이뤄지며 성폭행 세션 등의 수치심을 심어주는 수행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내용은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지난 6월 12일과 지난 10일 두 번에 걸쳐 전파를 타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이후 최근에는 J선가가 주장하는 과학적인 수행법이 허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 수행원 C씨는 “J선가가 과학에서 양기운의 입자를 양자, 음기운의 입자를 전자라고 가르치는데, 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음양이 아닌 수량을 뜻하는 양자(量子·quantum)”라면서 “물리학에서의 양자는 ‘양기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수행원들이 느끼는 배신감이다. 졸업할 때가 되면 갖은 이유를 대며 유급을 시킨다는 것이다. 마스터가 되기만을 바라보던 수행원들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 J선가 측 수행원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 난무

이처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현재 인터넷 카페가 개설된 상황이다. 해당 카페에는 매일같이 피해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강제 노역, 마스터 및 경영진의 고액 급여, 수치심을 유발하는 수행 등으로 요약된다.

[일요서울]은 이런 논란에 대한 사실 확인과 J선가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센터를 찾았다. 여기에서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는 한 수행원을 만났다. 그는 마스터의 남편이기도 했다. 해당 마스터는 J선가 전 대표 H씨의 여동생이다.

그는 J선가 주변 건물을 짓는데 수행원들이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강제노역이 아닌 자발적인 일이었다. 풀을 뽑거나 청소를 하는 등이다. 여기 사람(수행원)들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 곳인데 강제로 시킬 수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마스터가 고액의 월급을 받는 데 대해서는 “처음에는 (마스터들이) 100만 원도 못 받았다. 지금 300~400만 원 받는다고 월급이 (계속) 300~400만 원이냐”면서 “사정에 따라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 않느냐. (좋은) 시점 해서 350~4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새로운 수행자들은 받지 않고 있으며 수련 강의를 하는 분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다. 조만간 돌아오시면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보도 이후 정상화 대책위원회가 발족됐다. 기자는 위원회의 총무를 만났다. 그는 전 대표가 고급 외제차인 페라리를 몰고 다닌다는 의혹에 대해 “페라리가 아니라 포르쉐이며 H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 H씨는 면허는 있지만 차는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자는 수차례 J선가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밝혔지만 그는 “센터 측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 아직 경찰 수사 중이다. 제3자인 우리가 조사한 바를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경영진의 사치에 대해서는 “동영상 촬영을 해서 홍보를 하는데 전략 차원에서 옷을 사게 했다. 안티(피해자) 측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큼 비싼 옷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J선가 정상화대책위원회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 사안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취재 이후 대책위 위원장은 기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성 관련 세션에 대해 “역할극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단기간 내에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개발됐다”면서 “참가자의 감정을 면밀히 관찰해 수위를 조절하면서 진행한다. 참가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즉각 중단한다”고 밝혔다.

J선가의 법인등기를 보면 이 센터는 지난 2009년 3월 31일 설립됐다. 현재 대표이사인 이모(56)씨 등 5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창시자로 알려진 박모(72)씨와 전 대표인 H씨는 경영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앞서 대책위 총무가 밝힌 대로 불법의료행위 등의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하동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4가지 혐의(성폭력, 의료법, 폭행, 탈세)로 조사 중이지만 추가될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면서 “참고인을 소환해 다방면으로 조사 중이다. 참고인이 많아서 이달 말쯤 돼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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