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서북도서에 자주포 등 추가 배치…‘원점’ 탐지장비 보강

군사적 충돌 위험은 ‘상존’…“실전훈련으로 임전태세”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남쪽에 있는 대연평도.

평화롭던 섬마을이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북한군이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領土)를 포격한 ‘연평도 포격 도발’의 시작이었다. 북한군은 연평도 맞은편 개머리 진지에 배치한 122㎜ 방사포와 무도 진지의 해안포로 연평도 해병대 기지뿐 아니라 민가에도 무차별적으로 포탄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戰死)하고 민간인 2명이 희생됐다. 북한군의 무모한 도발이 이뤄진 지 벌써 6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군(軍)은 전략적 거점인 서북도서에 대한 북한군의 도발을 억제하고자 병력과 무기를 증강 배치했다.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수세적 방어’에 그치지 않고 ‘공세적 응징’을 하는 쪽으로 작전(作戰) 개념도 정립했다. 그러나 서북도서는 지금도 남북 간 교전(交戰)이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화약고로 남아 있다.

“북한 도발 의지 꺾는다” 최신무기 집중 배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는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된 지 13분 만에 K-9 자주포로 대응사격을 했다. 당시 연평도에는 K-9 자주포가 6문밖에 없었다. 그나마 1문은 고장났고 다른 1문은 불발탄으로 포신이 파열됐다. 이 때문에 연평부대 포7중대는 자주포 4문으로 북한군에 맞서야 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은 북한군의 도발 의지를 꺾고자 서북도서에 K-9 자주포를 증강하고, 130㎜ 다연장 로켓포(MLRS) ‘구룡’도 고정적으로 배치했다.

2013년에는 서북도서에 이스라엘 산 스파이크 미사일이 실전 배치됐다. 사거리 20여㎞의 스파이크 미사일은 북한군이 해안포를 숨겨둔 갱도 속으로 파고들어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군은 최대 사거리 80㎞의 차기 다연장 로켓포인 ‘천무’와 2.75인치 유도 로켓포도 서북도서에 전력화할 계획이다. 북한군이 다시 도발할 경우 ‘원점’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탐지 장비도 보강됐다. 군은 서북도서에 배치된 대포병 레이더를 구형 ‘AN/TPQ-37’에서 신형 ‘아서-K’로 교체했다. 아서-K는 지난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포격 도발을 포착한 장비다. 8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포격 음향탐지장비인 ‘할로’(HALO)와 고성능 영상감시체계도 서북도서에 추가 배치됐다. 군은 앞으로 서북도서에 차기 군단급 무인정찰기(UAV)도 배치해 북한군의 움직임을 정밀 감시할 계획이다. 북한군이 다시 도발하더라도 우리 군과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서북도서 요새화 작업도 착착 진행 중이다. 군은 핵심 전투시설에 방호벽을 설치하는 1단계 요새화 작업을 2012년에 마무리했다.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한 대피호도 42곳에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주민들의 대피 훈련이 정례적으로 이뤄진다.

서북도서를 방어하는 핵심 전력인 해병대 병력도 증강됐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은 서북도서에 최신 무기를 배치하는 것과 연계해 해병대 1200여 명을 증원했다. 이로써 서북도서 주둔 해병대는 5000여 명으로 늘었다. 해병대는 서북도서 상황을 전담하는 지휘통제팀을 설치해 24시간 유기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서북도서 방어를 담당하는 군 조직도 큰 폭으로 개편됐다. 군은 2011년 6월 서북도서 방어를 전담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를 창설하고 해병대사령관이 서방사령관을 겸하도록 했다.

서방사는 육·해·공군 합동 참모진으로 구성된 최초의 합동작전사령부다. 북한군이 서북도서를 넘보면 지상, 해상, 공중 전력으로 입체적인 작전을 펼쳐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서방사는 정보, 작전, 화력 등 다양한 분야에 편성된 육·해·공군 간부들이 각군 작전사령부와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작전을 조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은 북한군의 무모한 도발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작전 개념도 공세적으로 바꿨다. 방어 위주의 작전 개념에서 벗어나 북한이 도발할 경우 도발 원점뿐 아니라 지휘부와 지원세력까지 타격한다는 ‘공세적 응징’ 개념을 세운 것이다. 응징 타격의 수준은 ‘신속·정확·충분’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군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도입한 이 같은 작전 개념은 모든 영역의 북한군 도발에 적용하는 일반적인 원칙이 됐다.

무력충돌은 멎었지만 여전히 화약고로 남아 

우리 군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서북도서에 병력과 장비를 증강 배치한 것은 북한군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서북도서와 주변 해역에서는 인적·물적 피해를 낳은 남북 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군은 NLL 주변 해상에서 사격 훈련을 하거나 NLL 이남 해역으로 경비정을 침투시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끊임없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2014년 3월에는 북한군이 대규모 포 사격 훈련 중 포탄 100여발을 NLL 남쪽으로 발사하자 우리 군이 즉각 NLL 북쪽으로 대응 사격하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 경비정이나 단속정의 NLL 침범은 수시로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 군의 경고사격으로 긴장 수위가 높아지곤 한다.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북도서는 남북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상존하는 곳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NLL과 서북도서 방어를 책임지는 해군과 해병대는 적의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실전적인 훈련으로 임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윤광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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