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오락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밤에’ 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몰래카메라의 희생양인 정형돈에게 섹시가수 성은이 사랑고백을 하는 설정의 몰래카메라가 정형돈의 외모를 비하하고, 사람의 감정을 갖고 놀렸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몰래카메라는 지난해 10월 말 첫 방송된 이래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찬반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4년만에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지만, 과거의 소박한 웃음을 줬던 몰래카메라와는 웃음의 ‘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단 한명의 스타를 속이기 위한 물량공세가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 MBC 측은 ‘일요일 일요일밤’의 간판 코너인데도 기존의 제작비보다 적게 든다며 이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14년 전 소수의 인원과 적은 제작비로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던 몰래카메라가 이제는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밤에(이하 일밤)’의 몰래카메라(이하 몰카)가 또 다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바로 지난달 29일 방송된 ‘정형돈 몰카’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몰카는 섹시가수 성은이 뚱뚱한 외모의 정형돈에게 사랑고백을 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성은에게 사랑고백을 받은 정형돈은 좋으면서도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를 본 시청자들은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어떻게 놀릴 수 있는지 정말 불쾌했다”면서 “당장 정형돈씨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흥분했다.다른 소재로 시청자들을 웃겼거나 몰카의 출연진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해도, 사람의 감정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웃고 싶지는 않다는 것. 또한 MBC 일밤 시청자 게시판에도 역시 “이번 정형돈씨 몰카를 보면서 정말 짜증이 났다”면서 “몰카가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없다. 이제는 프로 자체를 없애도 될 것 같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년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몰카’의 위상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엄청난 제작비, 그래도 안웃겨

사실 이경규의 돌아온 몰카는 지난해 10월 첫 방송된 이후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찬반논란에 휩싸여왔다. 14년전 지금의 이경규를 최고의 개그맨으로 만든 유쾌하고 통괘한 웃음을 주는 몰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최진실이 공중와이어에 매달려 계속 발버둥을 치고 있거나, 주현미가 느릿느릿 도망치는 자동차를 신경질적으로 따라가고, 유열이 샤워를 할 때 이경규가 몰래 샴푸를 계속 뿌려대는 등 돈을 들이지 않은 단순한 상황 설정으로도 시원한 웃음을 유발했었다.

하지만 14년만에 MBC가 야심차게 부활시킨 ‘돌아온 몰카’에서는 소재의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과 스타들을 속이기 위해 ‘선상 결혼식’ ‘게릴라 콘서트’ 등의 대규모의 인력과 제작비가 투입되는 상황을 연출하다 보니 돈 낭비가 심하다는 비난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장윤정을 속이기 위해 게릴라콘서트의 세트와 300명에 달하는 도우미들을 동원했고, 주얼리의 멤버 서인영을 속이기 위해 홈쇼핑의 세트 설치와 갈비패션쇼를 벌이고, 중견배우 김용건을 속이기 위해 200여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한 화려한 선상 예식장을 만들었고, 방송인 현영을 속이기 위해 미용실 하나의 인테리어를 통째로 바꾸는 것 등이 그 단적인 예다.

인권침해적 요소도 있어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돈을 투입해도, 이제는 시청자들이 웃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방송을 위해 설치되는 몰카는 평균 20여개에 달하고, 10여명의 촬영 스태프가 15대 정도의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뛰어들며 5대 정도의 CCTV 카메라가 설치된다. 단 한 명의 스타를 속이기 위해, 스타를 바보로 만드는 너무나 작위적인 상황 설정과 거대한 세트와 엄청난 제작비로 시청자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물론 ‘일밤’ 측도 할 말은 있다. 14년 전과 지금은 쇼 오락프로그램 제작 스케일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고, ‘일밤’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개편 전보다 오히려 제작비가 줄었다는 것. 그리고 간판 예능프로그램의 대표 코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친 제작비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 네티즌은 “최근의 몰카를 보면, 보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 더 이상 돈 들이는 몰카는 싫다”면서 앞으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이러한 몰카 기피현상은 시청률로도 이어지고 있어,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몰카의 선정성과 가학성 등의 우려에 대해 이미 방송위에서도 지난해 ‘장윤정의 몰카’ 편을 들어 ‘권고’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300여명의 보조 연기자를 동원해 출연자에게 게릴라 콘서트를 여는 것처럼 속여 골탕을 먹이는 내용을 방송한 것은 출연자 장윤정에 대한 가학적이고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위 ‘왕따문화’를 조장하는 것으로 품위유지에 관련된 방송심의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지난해 여러 가지 악재로 곤욕을 치른 MBC가 화려하게 부활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 ‘돌아온 몰카’가 시청자들의 비난과 시청률의 부진 속에서 앞으로도 MBC의 효자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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