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방송사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앵커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면서 여성 앵커들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MBC의 김은혜 앵커가 결혼식을 올렸고, 지난해 12월에는 KBS 황정민 아나운서가 정신과 의사 강이헌씨와 결혼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지난 5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MBC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자리를 지켜온 김주하 앵커는 출산을 이유로 사임해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렇게 각 방송사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앵커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고, 출산으로 인해 앵커직을 물러나면서 결혼한 앵커들이 방송활동을 계속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김주하의 앵커직 사임에 이어 MBC에서 10여년 동안 방송기자 및 앵커로 활동해 오던 김은혜(35) 앵커가 국제변호사 유형동(35)씨와 결혼을 하면서 앵커들의 결혼이후 방송활동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김은혜 앵커 “계속할 것”

김은혜 앵커는 1993년 MBC에 입사한후 사회부·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며 방송사 최초 국회담당 여기자, 여기자 출신 앵커 1호를 기록하는 등 ‘최초’의 신화를 이뤄낸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또한 김 앵커는 데스크 앵커부터 단독 마감뉴스 앵커를 거쳐 현재 MBC ‘뉴스투데이’를 2년째 진행해 오고 있었다.이에 사람들은 “미모의 앵커가 전격 결혼을 하면서 이제 방송을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김 앵커는 “기자와 앵커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앵커는 “결혼 전에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 어머니가 되지 않고서 세상의 기쁨이나 슬픔, 고통, 번민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앵커였는데, 2%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면서 “결혼을 계기로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결혼 후에도 방송활동은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김은혜 앵커의 결혼 소식 직전, MBC의 뉴스데스크를 5년 동안 지켜오던 김주하 앵커가 출산을 이유로 앵커직에서 물러나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김 앵커에게 “만삭이 될 때까지 뉴스를 진행하는 선례를 남겨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주하는 “네티즌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어차피 그만둘거면 봄 개편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름다운 퇴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김주하가 방송을 아예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전직한 김주하는 출산 전까지는 기자로서 출입처를 돌며 기자의 일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다. 그녀가 출산 이후에 다시 앵커로 복귀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기자로서 계속 활동하는 것은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원 앵커 SBS ‘안방 점령’

이미 결혼을 한 많은 아나운서와 앵커들이 결혼과 출산에 상관없이 활발히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그 예로 SBS 8시 뉴스를 맡고 있는 김소원 앵커가 대표적이다. 김 앵커는 1998년에 결혼을 하고, 2000년에 아이를 낳은 아줌마 앵커로 화제를 모았었다. 지난 2002년 주말뉴스에서 앵커를 시작한 김소원 앵커는 지난해 SBS 올해의 아나운서상까지 수상하며 ‘아줌마 아나운서’의 저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김 앵커는 “아이 키우는 일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살려 좀 더 푸근하게 뉴스를 진행하고 싶다”면서 “얼굴도 별로 예쁘지 않은 애 엄마가 앵커가 된 것에 대해, 여성 방송인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며 다른 여성 앵커들의 모범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한 KBS의 황수경 아나운서는 결혼 후에도 활발히 활동하다가 출산과 유학을 계기로 잠시 방송을 쉬었지만,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황 아나운서는 KBS에서 ‘노벨의 식탁’, ‘낭독의 발견’, ‘신화창조’ 등 무려 5개의 프로그램 MC를 맡으며 아나운서로서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밖에 MBC의 최윤영 아나운서 역시 2004년 결혼한 이후에도 꾸준히 ‘생방송 아주 특별한 아침’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KBS의 황정민 아나운서도 지난해 결혼한 이후에도 ‘VJ 특공대’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은 30~40대가 주도해

일각에서 네티즌들은 김주하의 앵커직 사임과 관련해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은 어쩔 수 없는 여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이 예가 아니냐”며 자조섞인 푸념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김주하와 김은혜 앵커는 결혼과 출산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방송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여성의 한계’를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방송활동에 제약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김주하의 앵커직 사임을 둘러싸고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30~40대의 여자 아나운서들이 뉴스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단지 예쁘고 약간 불안정해 보이는 20대 여자들을 내세우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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