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에서 빠져 나오더니…‘실탄 마련·형제간 분쟁’에 진땀?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그룹 재건에 나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 굴곡사가 주목받는다. 과거 대우건설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져 그룹이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최근 금호고속을 되찾으며 다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마지막 분수령이 될 금호타이어 인수 일정도 나와 신바람 나는 행보를 이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금호고속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더불어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반격이 만만찮다.

업계 “금호산업 인수자금에 타이어 인수 자금조달까지 무리”
동생 박찬구 회장 또 법정소송 진행…인수 막판 변수 될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명가 재건 마지막 분수령이 될 금호타이어 인수 일정이 나왔다. 지난달 25일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오는 9월 금호타이어 매각공고를 내고 예비입찰은 11월 중순, 본 입찰은 내년 1월 말 진행될 계획이다. 현재까지 금호타이어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외국계기업들이다. 만약 이들 손에 들어간다면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은 꺾이고 만다.

문제는 자금 확보다. 자금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그룹 재건이라는 의지에 너무 사로잡혀 다소 무리한 행보를 이어간다면 과거 대우 인수 후 겪은 승자의 저주에 또 사로잡히게 된다.
여기에 인수전 흥행과 실적개선 기대감이 겹치면서 박 회장이 보유 중인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 활용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재건 작업 어떻게 되어가나

이미 채권단은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지난 금호산업 인수 때처럼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인수를 추진할 수 없고 박 회장 단독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투자를 받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박 회장은 이미 지난 금호산업 인수전 때 대부분의 자금을 소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SI와 FI를 모집해 공개경쟁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 경쟁 입찰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는 물론, 여러 재계 우군을 한꺼번에 끌어들여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5월 4일 발표된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 추진이 이 같은 움직임 중 하나라고 해석한다. 당초 금호기업의 증손자회사였던 금호터미널은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약 1조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터미널 자금을 축으로 한다면 박 회장 또한 만만치 않은 자금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금호타이어 인수에 군침을 흘리는 곳은 글로벌 빅 1, 2인 브릿지스톤, 미쉐린을 비롯해 중국 캠차이나, 일본 요코하마 등 해외 타이어 업체들과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별다른 인수 후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박삼구 vs 해외업체’ 구도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미 금호타이어에 대한 구체적인 인수 전략을 구상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지난해 매각한 그룹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을 1년 만에 되찾기 위한 행보가 시작됐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금호터미널이 3900억 원을 받고 사모펀드 칸서스에 매각한 금호고속 지분 100%를 되사기로 결정했다.

금호고속을 연내 인수할 경우 박 회장은 콜옵션 만기일 보다 1년 이상 인수 시점을 앞당기는 셈이다.
이를 위해 최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자금 마련에 착수했는데, 인수 금액은 4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진다.
금호고속 인수 주체는 금호그룹 지주사인 금호기업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금호터미널이다.
앞서 금호고속 지분을 칸서스에 넘길 당시, 금호터미널이 매각 후 2년 3개월 안에 되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장받았다.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1500억 원 안팎의 현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칸서스에 500억 원을 재출자해 금호고속 지분 일부를 확보했고, 나머지 2000억 원 규모 인수금융은 자동 승계하면 되기 때문이다.

금호고속까지 사들이면 이제 금호그룹 재건 완성까지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 인수만을 남겨 놓게 된다.
여론도 좋다. 다행인 건 여론이 박삼구 회장 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유명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금호타이어 해외업체 인수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해외업체에 매각될 경우 국내 투자를 점차 줄이면서 결국 ‘단순 하청기지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대우도 GM에 인수되면서 현재까지 ‘한국GM 단순 하청생산기지 전락’이라는 위기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본사가 해외에 있으면 전략적으로 우리가 개발한 제품만 생산하라는 식의 단순 생산기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막판 변수가 등장해 해결안 모색이 시급하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제동을 걸었다. 박삼구 회장이 지난 4월 금호터미널 매각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에 수천억 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금호家 형제’ 또 무슨 일

금호석유화학은 고소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박 회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금호기업에 헐값에 넘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당시 8000억 원 상당의 가치를 평가받았던 금호터미널을 2700억 원에 팔면서 아시아나항공이 53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등 경쟁력 강화 취지로 금호터미널 지분을 금호기업에 매각한 바 있다. 금호기업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려고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그러나 금호섬유화학은 우량 자산을 가진 금호터미널이 과다 부채에 시달리는 금호기업에 합병되면 금호기업의 채무만 부담하게 된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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