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이니까 내 마음, 벌금도 두렵지 않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사회 곳곳에 갑질이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한 건설업자가 근린공원을 불법으로 훼손하고 안가와 정원으로 꾸며 논란이 되고 있다. 결국 2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공원의 산림환경을 훼손한 혐의(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H건설 육모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불법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그가 회장으로 있는 건설사도 기소됐다.

소나무 등 113그루 싹둑, 토사도 마음대로 파내
‘임대사업 대부’ 땅 사 개발해 파는 데 탁월한 수완

육 회장이 안가와 개인정원을 꾸민 곳은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말죽거리근린공원지역이다. 말죽거리근린공원의 총면적은 350,200㎡이다. 양재역에서 가까운 데다 우면산 등과 이어져 등산로가 잘 가꿔져 있다. 평소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인근에 사는 많은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처다.

사생활 침해 하지 마
CCTV 철거, 펜스 설치

검찰에 따르면 육 회장은 지난 2월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자신이 소유한 말죽거리근린공원 내 부지에서 나무를 뽑았다. 그가 소유한 공원 내 부지는 4050㎡이다. 육 회장이 무단으로 벌채한 나무는 소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등 113그루에 달한다.
당초 육 회장이 이곳을 불법으로 정비할 때 인근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 측은 관할 구청에 ‘육 씨의 개발행위로 산사태 위험이 있고, 법원의 피해도 우려되니 개발 허가 시 유의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육 회장은 오히려 이를 악용해 “법원에서도 산사태 위험으로 즉시 개발행위를 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며 구청에 공원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
민원을 이기지 못한 구청이 정비에 나서려고 하자 육 회장은 구청 몰래 인부와 개인 장비를 투입해 나무 100여 그루를 뽑게 했다. 구청의 담당 공무원은 작업 중단을 요구했지만 그는 이를 무시했다.
심지어 무단 개발 현장이 CCTV에 촬영된 사실을 알고는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CCTV를 철거했다. 또 육 회장은 공원 주변에 펜스를 쳐 시민들의 통행을 막기도 했고 나무를 뽑은 자리에는 잔디를 심었다.
육 회장은 공원 부지에서 무단으로 경사지를 깎아 평지로 만든 혐의(산지관리법 위반 및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그는 4월 굴삭기 6대를 동원해 토사 4,800㎥를 파냈다.

벌금은 내면 그만
사유지서 나가라

지자체와 경찰의 제지도 소용 없었다. 그는 “벌금형을 받으면 그만이니 사유지에서 나가라”며 막무가내로 작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육 회장이 자자체,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법 행위를 지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결국은 돈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말죽거리근린공원은 위치상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한마디로 노른자위 땅이란 소리다. 육 회장이 소유한 지역은 양재역에서 도보로 5분거리인 데다가 나무를 뽑고 경사도를 낮추면 개발 허가가 쉽게 나올 수 있다. 임야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

안가와 정원보다는
땅 개발 욕심

말죽거리근린공원 내 육 회장 안가와 정원을 살펴봐도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이 설득력 있어 보였다. 4050㎡의 부지에는 육 회장 안가로 보이는 건물 두 채와 등산로 아래 쪽에 위치한 정자 1개가 전부다.
안가와 개인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휑하다. 추후 정원을 새롭게 가꾼다 해도 일반적인 안가의 개념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미있는 점은 바로 옆에 위치한 11층 높이의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육 회장의 안가와 정원이 한눈에 다 보인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육 회장이 11층 높이에 이르는 법원건물을 막을 담은 세우지도 않았다. 애초 안가나 개인정원은 그의 안중에 없었을 수도 있다.

모델하우스 임대사업 대부
땅 사고 개발해 파는 데 탁월

육 회장은 ‘모델하우스 왕’ ‘모델하우스 임대사업 대부’로 불린다. 땅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땅으로 성공해 부를 축적한 육 회장이 각종 규제 등을 몰랐을 리가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모델하우스 부지 임대사업을 해온 육 회장은 모델하우스 입지에 최적조건을 갖춘 땅을 사들이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였다. 그는 모델하우스가 들어설 만한 땅을 소유주로부터 사들이거나 장기임대한 뒤 건설회사나 시행사에 임대하는 형태로 수익을 올렸다. 과거에는 그가 소유한 전국의 모델하우스 부지가 300여개가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개발 가능한 곳을 중심으로 매각하거나 임차기간이 끝나 100개 정도의 부지만 운영 중이다.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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