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함을 넘어 분노가 뒤흔들고 있다.”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부산지역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12일 탄핵안이 처리되자 “국민 여론을 망각한 국회의원들의 처사”라며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향후 부산 지역 곳곳에서 탄핵규탄 집회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부산지역의 반응을 들여다봤다.지난 12일 전격 처리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지켜본 부산지역의 반응은 ‘희망이 없는 정치권의 모습을 다시 확인했다’는 분위기다.

“총선 통해 국민적 심판 내릴 것”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노순교 기획부장은 “착잡하고 암담함을 느낀다. 국회의 죽은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국회가 자숙을 해야 하는데도 정쟁으로 인해 국민이 처한 어려움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노 부장은 또 “분노한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탄핵규탄 캠페인과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분들의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경실련 차진구 처장은 “탄핵발의 자체부터가 탄핵사유에 해당되는 것이었다”며 “국민의 의견을 대변해야 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갈등과 대결을 조장하고 국정을 파탄시켰다”고 탄핵안 처리를 규탄했다. 차 처장은 또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해 국가 대외신인도 하락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이번 책임은 분명히 야당이 져야 하고 헌법재판소는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은 총선에서 분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탄핵안 발의 때만 해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지켜보자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 사태를 보고 평소 참석률이 저조했던 회원들까지 앞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YMCA 오문범 간사는 “의회 쿠데타이자 폭거”라고 규정했다. 오 간사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인 합법성을 가장한 폭거”라며 “많은 시민들이 경악했고 탄핵안가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 간사는 또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결을 신속하게 해야한다”며 “이번 탄핵안처리는 국민여론을 무시한 만큼 분명 총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갈치 시장 상인연합회의 한 간부는 “이쪽에서는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도 많았고, 오히려 잘 됐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소개하며 “그러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제 밥그릇 챙기는 싸움만 하는 것 같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항의’‘격려’전화에 업무 마비

노 대통령의 찬조연설을 해 화제가 됐던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도 이번 탄핵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지인은 “이곳 상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씨는 너무너무 속이 상해 병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씨가 민주당과 우리당이 갈라진 점을 안타까워한다”며 “답답한 심정이지만,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부산시지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침통하다”며 “이 나라 민주주의는 군부독재세력으로부터 받아냈는데 또다시 그 잔당세력들이 민의를 왜곡해서 쿠데타를 벌였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어 “탄핵가결 소식을 접한 뒤 시민들의 힘내라는 격려전화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규탄하는 전화가 빗발쳐 필요한 업무도 못 볼 지경이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부산 시민들의 분노가 더 적극적이다”고 밝혔다. 또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우리당이 선전하고 있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그 동안 체감을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체감하고 있다. 계속 대국민 직접 홍보를 통해 총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내리게 할 것이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부산 남구 지구당 자원봉사자 송상곤(45)씨는 “하루 종일 전화통에 불이 났다”며 “민정당부터 한나라당까지 자신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그쪽 만 지지해 왔다던 한 시민은 ‘분통이 터진다. 이건 국민 의견이 아니며 국민을 기만하는 쇼다’며 ‘있는 직업 팽개치고 선거때까지 목숨을 걸고 한나라당 파괴하는데 앞장서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안상영 시장 문제로 부산 시민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심리적 지지가 많았는데 그들의 ‘쇼’ 덕분에 전세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시지부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시지부 관계자는 ‘사필귀정’이라는 말로 탄핵안처리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그는 또 “다만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후유증을 없애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헌재가 신속하게 이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안 통과가 이번 총선에서 부산시민들의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자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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