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 동상과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반대 및 경찰 진압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화여대 학생들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이화여대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한다고 발표하면서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폭발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란 선취업 후진학 제도라는 명목으로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 고졸 재직자 혹은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교육사업이다.

이화여대는 지난 5월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두번째로 모집할 때 신청했으며 이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라이프대학은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과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라이프대학 정원은 200여명이며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러나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일부 학생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28일부터 집단 농성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본관이 점거됐으며 교수 4명과 교직원 1명 등 총 5명은 46시간 동안 갇혔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다.

이화여자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 및 재학생과 졸업생은 30일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을 반대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경찰을 투입한 학교 측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과 행정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한 학교본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수와 평의원들은 학생 측의 대화 시도에 ‘변호사가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이를 거부했다”면서 “오늘 오후 12시 총장님께서 직접 오시겠다고 연락을 주셨지만 12시에 도착한 것은 총장님이 아닌 대규모 경찰병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1600명 이상의 경찰이 본관 내 회의실로 출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끌려나갔고 남자 경찰들이 여학생들을 진압하면서 부상하는 학생들이 속출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학내농성에 대해 대규모 경찰을 투입한 건 민주화운동이 진행되던 1980년대에도 흔히 일어나지 않던 일”이라며 “경찰들이 학생들을 밀치고 넘어뜨리는 동안 학교 직원들은 보고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관해 학교 본부는 “28일 오후 2시 이후 45시간 이상 감금된 교수와 직원들은 112, 119에 17차례 구조요청을 했으나 학생들은 경찰을 비롯한 119구조대원의 진입조차 차단한 채 도를 넘는 행위를 지속했다”고 받아쳤다.

학교 측은 “경찰은 감금이 심각한 불법 행위임을 수차례 알리고 해제를 통보했으나 학생들은 이를 묵살했고 심지어 경찰 요원까지 감금했다”며 “서대문관할 경찰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병력 100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에 감금된 인원을 구출할 시 반발학생들로 인한 충돌을 우려해 학생들의 안전과 보호를 최대한 부탁했으며 학생 연행은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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