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 장영란, 박명수, 노홍철, 천명훈.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쟤 뭐야~’라며 냉랭한 반응을 일으켰던 비호감 연예인들이 이제는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인기스타가 됐다는 점이다. 비호감이 호감으로 역전돼 당당히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이들의 노력하는 모습에 대중들이 찬사를 보내며 부담스럽던 모습을 귀엽고 애교 있게 보고 있는 것. 예쁘게 잘 다듬어진 꽃미남, 미녀가 넘쳐나는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이 뜨고 있다.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는 ‘비호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비호감은 사전에도 없는 말로, 일명 호감의 반대말이다. 한 마디로 “너 별로야”라는 뜻. 하지만 방송에서 비호감의 대표주자로 알려졌던 연예인들이 하나둘 대중들에게 ‘호감형’으로 다가서자, 이제는 비호감과 호감의 경계마저 무색해지고 있다. 비호감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현영, 장영란, 노홍철, 박명수, 천명훈 등은 비호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현영 솔직당당한 노력형

우선,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 현영. 올해로 데뷔 10년차인 현영은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껴야했다. 현영은 지난 97년 SBS 슈퍼엘리트 모델로 연예계에 진출했지만, 비음섞인 코맹맹이 목소리와 수다스러운 행동들 때문에 “목소리가 너무 짜증난다”, “말하는 게 듣기 싫다”며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했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이제 대중들은 현영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열광한다.

과거 그녀의 안티팬클럽도 8개에서 2개로 대폭 줄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연예 오락프로그램 MC, 가수, 드라마 주연, 억대 캐런티를 받는 영화 주연까지 손을 안뻗치는 분야가 없다. “요즘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고 말하는 현영은 이제 주위의 쏟아지는 러브콜 때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비호감의 대명사에서 만인이 좋아하는 스타로 바꾸어 놓았을까. 우선 자신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한 예로 “일반상식이 너무 없다”는 한 기자의 조언에 현영이 바로 “신문과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그녀가 얼마나 노력파인지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현영의 장점은 바로 ‘솔직함’이다. 현영은 최근 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 여자연예인들이 쉽게 밝히기 어려운 성형사실도 당당하게 밝히고, 신동엽을 짝사랑해서 고백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웃으면서 털어놓았을 정도로 솔직하다.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종전에는 단점으로 느꼈던 특이한 목소리까지도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특이해서 귀엽고, 통통튄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영의 장점은 “예쁜척하는 다른 여자 연예인들과는 달리 서슴없이 망가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어느곳이든 적당히 망가지면서 시청자들을 웃기는 캐릭터가 있다. 하지만 예쁜 여자 연예인들은 절대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슈퍼모델출신으로 늘씬한 키와 예쁜 외모를 자랑하는 현영은 극중 방귀를 뀌고도 “어머~쏘리!”라고 웃으면서 넘어가는 코믹하고 엽기적인 역할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이런 장점 때문에 시청자들은 도대체 현영을 미워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무명의 설움이 길었지만, 당당히 자신의 노력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된 현영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장영란 시원하고 거침없는형

사실 ‘비호감’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바로 장영란이다. 케이블 채널의 VJ 출신인 그녀는 한 짝짓기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잘생긴 남자 출연자들에게 마구 추파를 던져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곤 했다. 물론, 장영란의 막무가내식 프로포즈에 반응을 보이는 남자 출연자는 아무도 없었고, 이때 장영란의 별명은 ‘무반응 아가씨(프로포즈에도 남자들이 반응이 없다는 뜻)’였다. 또한 자신보다 예쁜 여자 연예인을 향해서는 “내숭떨지마”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대놓고 사랑경쟁을 펼치며 비호감의 대명사로 낙인찍혔다. 그러던 어느날, 이 오락프로그램에서 장영란은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예쁜 여자 출연자에게 ‘넌 비호감이야’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의외로 시청자들과 출연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의 유행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유행어 때문인지 장영란은 그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호감가는 연예인이 됐다.장영란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거침없이 쏟아내는 속시원한 말”로 꼽힌다. 남성 출연자들에게는 당당한 공개 프로포즈를, 예쁜 여자 출연자들에게는 서슴없이 “내숭떨지마, 비호감”이라고 외치는 장영란에게서 시청자들은 왠지 모를 대리만족과 쾌감을 느낀다는 것. 보통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쓰는 연예인들 가운데, 자신만의 거침없고 개성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장영란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명수 통괘한 호통형

개그맨 박명수 역시 비호감을 내세우며 자신을 홍보하고 다니는 연예인중 한 명이다. 현재 자신이 ‘제8의 전성기(자신의 표현이다)’라는 박명수는 일명 ‘호통개그’와 ‘쌍꺼풀 수술’ 등으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웃기는 연예인으로 통하며, 1993년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명수는 데뷔한지 13년 동안 개그맨, 가수,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님을 겸업해오며 활발한 활동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방송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효리와 이경규 등 사람들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톱스타와 대선배에게 버럭 호통을 치는 호통개그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박명수 본인이 주장하는 대로 지금이 ‘제8의 전성기’라면 그 전까지의 전성기는 모두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또 “그런걸 왜 물어보고 난리야”라며 버럭 호통을 친다고 한다. 호통개그는 사람들에게 말도 안되는 논리를 풀어가며 적반하장격으로 상대방에게 호통을 치는 것으로 박명수 본인이 붙인 이름이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어이없어 하던 시청자들이 계속되는 박명수의 호통개그에 하나둘씩 반응을 보이다가, 요즘에는 호통개그에 당하는 스타들까지도 웃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박명수는 “나는 예전과 똑같은데, 세상이 변했다”고 말하면서 태연한척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명수가 “상대방에 상관없이 시원스럽게 호통을 치는 것에 대해 속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답답하고 억눌린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노홍철 수다스러운 천사형

수다쟁이 노홍철 역시 처음에는 강하게 비호감으로 분류되는 연예인이었는데, 이제 ‘수다’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처음 노홍철이 방송에 나왔을 때는 속사포처럼 떠들어대는 수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시끄럽고, 정신없어 죽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한지 몇 달 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노홍철은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비호감 연예인’에서 ‘천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외부에서 공개촬영을 한 방송국 프로그램 MC를 맡았던 노홍철이 모두가 떠난 운동장에서 혼자 쓰레기를 줍고 있는 모습이 한 네티즌에 의해 찍힌 것이다. 당시 이 한 장의 사진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며, 산만하고 정신없어 그를 싫어했던 상당수의 네티즌들을 열성팬으로 바꾸어 놓았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수다스러운 행동과 말투 역시 가식이 아니라 본래 그의 성격임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그의 시끄러운 수다 역시 ‘신나고 즐겁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홍철의 이런 이미지 변신 성공은 변함없이 노력하는 그에게 ‘진정성’과 ‘솔직함’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천명훈 부담스러운 악동형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꾼 또 한명의 연예인은 바로 천명훈. 한때 그룹 NRG의 멤버로 활동해온 천명훈은 한때는 꽃미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말끔한 외모였다. 하지만 최근 만능 엔터테이너로 이미지를 탈바꿈하면서 머리를 뽀글뽀글하게 볶고, 한껏 부담스러운 표정과 말투, 춤 등을 동원해 장난기 많은 악동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뿐만 아니라 최근에 개봉한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에서도 감초역할로 출연해 ‘세일러문’ 등으로 변신을 하여 주변사람들에게 코믹한 모습을 더하고 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부담보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호감을 줬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이미지를 오히려 적극 활용해 사람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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