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검사 출신 강민구 변호사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뽕나무와 돼지똥’이라는 책은 1997년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 종교인 아가동산 사건을 맡았던 검사가 사건의 전모를 검사의 시각에서 담담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당시 아가동산의 창시자였던 교주 김기순은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돈으로 신나라레코드, 킹레코드 등을 설립해 운영한 바 있다. 검찰 조사 이후 그는 수많은 신도들의 노동착취는 물론 집단 폭행, 살인 암매장 등의 혐의로 사형이 구형됐다. 폭행해 살해한 것은 맞지만 살인의 고의보다는 상해의 고의밖에 인정되지 않아 상해치사라는 죄목이었으나 당시 공소시효인 7년이 지나는 바람에 상해치사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조세포탈,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에 벌금 약 60 억원이 선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다. 당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했던 강민구 검사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심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당시 상해치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짧았던 것도 안타까운 부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강민구 검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등 11년간의 검사직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변호사로 활동한 지 13년이 된 강민구 변호사는 현재는 형사 사건, 부동산, 성범죄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강민구 변호사가 어렸을 때 그의 부모는 서울변두리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그는 당시 공무원들이 부모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법조인이 되리라는 결심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원대한 뜻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부모가 괴로워 하는 모습에 힘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강 변호사는 “요즘 금수저다 흙수저다 하는 표현이 유행인데 자수성가라고 말할 정도로 성공했다고 보진 않지만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형’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어린 시절 악기를 배우고 싶어 바이올린을 사달라고 졸랐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배우지 못했어요. 그 꿈을 30대 후반에 색소폰을 배우면서 한풀이를 하죠. 유튜브에 강민구 색소폰이라고 치면 내가 연주하는 동영상이 나옵니다. 제가 올린 겁니다” (웃음)

강 변호사는 “솔직히 나는 공부 빼고는 내세울 수 있는 게 없었다. 집안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소설, 에세이집, 역사책 같은 것. 학교 끝나면 대부분 서점에 가서 서서 책을 읽는 게 일상이었다. 평일에는 서점에 가서 살 것처럼 하면서 서서 책을 다 읽었고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독(多讀)한 것이 사법고시에 비교적 빨리 붙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됐다. 사법시험은 주관식이 다소 어려운데 책을 많이 읽어서 논술형 시험에 유리했다. 요즘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려고 학원에 많이 보내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책을 많이 읽도록 유도하는 게 활자에 익숙해지고 언어감각이 길러지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공부법이다”라고 조언했다.

 

▲ 검사 시절

강민구 변호사는 지금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주위에서 봤을 때 웬만한 사람이 하루도 살기 힘든 빡빡한 생활을 매일 하고 있다. ‘저렇게 살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저렇게 살면 너무 괴롭지 않을까’라는 우려에도 그런 삶이 이골이 난 듯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어떤 목표를 하나 이루기 위해서, 인생의 마디를 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이후에는 익숙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힘의 공식에서 힘이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가속도가 붙지만, 속도를 끌어올린 이후에는 다시 일정한 속도가 되듯이 말이다. 들어가는 노력은 처음보다 몇 배 많아졌지만 습관이 되고 익숙해져 별다른 힘듦은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남들이 봤을 때는 힘들어 보이는 작업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익숙하게 하는 것이 우연은 아닌 듯 보였다.

강 변호사는 이번에 새롭게 TV조선 ‘강적들’에 투입됐다. 한 주간의 이슈가 된 시사 사건을 여러 명의 전문 패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시사 프로그램 중에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였던 진경준 검사장과 절친이었고 아끼는 동료였음을 밝히기도 했다.

“진경준 검사장은 전설적인 천재였어요. 검찰의 자존심이기도 했구요. 그 정도로 뛰어났던 거죠. 그 친구 인생의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 수 없지만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계속 승승장구만 했어요. 지금 일이 이렇게 되니까 너무 안타깝죠. 너무 잘 나가다 보니 오히려 그것이 새옹지마가 된 것 같고, 이 사건을 보면서 성공의 가도를 계속해서 달리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실패를 하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아픔을 아는 사람이 남을 위로해 줄 수 있잖아요. 음악에 비유하자면 중간에 쉼표가 없는 노래는 아름답지가 않듯이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 강적들 출연 모습

강민구 변호사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저녁 시간에 작업을 많이 한다. 직원들 다 퇴근하고 나면 혼자 저녁을 먹고 회사에 남아서 밤늦게까지 글을 쓴다는 것이다. 스스로 하는 야근이라고 할 수 있다. 퇴근 후 잠자기 전까지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

“사람들이 저에게 열정(passion)이 많다고들 해요. 예를 들어, 색소폰 같은 것을 연습할 때나 책을 집필할 때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미친 듯이 합니다. 한 가지에 꽂히면 거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집중력과 열정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욕심이 많습니다. (웃음) 나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욕심이 많은 거죠. 달리지 않는 자전거는 넘어지잖아요.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발전시킬 때 행복감을 느끼고 정체가 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강 변호사는 그러면서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머리만 좋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요령’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요령이라는 것은 ‘선배’에게서 습득하는 것이란다. 선배가 곧 네비게이션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스로 연구도 해야겠지만 자신이 모르는 것을 누구에게든지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옛말 중에 ‘사람 세 명이 걸어가면 그 중에 반드시 자신의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는 말을 인용했다. 누구나 자신의 스승이 될 수 있고 심지어는 어린 아이도 스승이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자기 잘난 맛에 살게 되면 요령을 스스로 습득하기가 어려워 시행착오가 많아지고 결국 지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뽕나무와 돼지똥’ 이후 두 권의 책을 더 펴냈다. 사건 수임은 물론 끊임없는 집필 활동, 그리고 매주 송고하는 칼럼, 방송활동 등으로 누구보다 바빠 보였다. 오는 8월 말부터는 SBS 생활 경제 부동산 정보 코너를 고정으로 맡게 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방송에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에요. SBS 생활경제라는 프로그램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 코너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부동산이 어렵지 않고 쉽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저의 강점이 뭐냐면 심플화와 비유를 잘한다는 거예요. 쉬운 비유를 통해 시청자들이 이해를 잘 하실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할 예정입니다”

그는 앞으로 주어지는 방송에서 위선을 떨거나 포장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그런 자리에서 시원한 돌직구를 날리고 싶다고 했다. 본인의 이야기가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거짓의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깎이고 조율이 될 수는 있을 망정 있는 적어도 자신을 속이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최종적인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전문분야에서 맡겨진 소임을 다하고 본인과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누군가는 멍하니 생각만 할 때 그는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꿈은 많지만 막상 난관에 부딪혔을 때 힘들면 포기하거나 스스로와 타협하기 십상인데 그냥 그대로 돌진한다. ‘직진’ 그것이 기자가 바라본 그의 성공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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