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7월27일 합헌 결정했다. 이 법의 고유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며 올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언론계 종사자·유치원·초·중·고·대학 임직원이 1회 100만 원씩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때 직무와 관련성이 없더라도 처벌토록 되어 있다.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을 받아도 공직자는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토록 했다. 국민권익위가 7월8일 확정한 시행령에 의하면 식사 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을 받으면 처벌된다.

경제계에서는 김영란법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식사 3만 원 상한선은 식당 업계를 주저앉게 하고 선물 5만 원 제한은 축산·수산업계 매출을 죽인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연간 11조6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의 부패를 없애면 자원과 소득의 재분배가 이뤄져 국민의 구매력이 커지고 내수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 미국의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학 교수는 부정부패 악순환 논리를 정립한 바 있다. 나이 교수에 따르면 후진국에서 부정부패는 초기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돈으로 공무원을 매수해 인허가를 빠르게 따냄으로써 행정의 신속성을 촉진한다. 그러나 부정부패 악순환이 지속되면 뇌물 단가가 높아지며 공무원이 돈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행정이 도리어 경직되고 비능률에 빠지며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고 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켜 끝내 국기 위기를 자초하고 만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경제 손실을 핑계로 주저해서는 아니 된다.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세력이 맞서게 마련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IMF의 지적대로 국가의 부패를 없애면 결국 소득 재분배, 국민의 구매력 증대, 내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데서 그렇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국회의원과 모든 민간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민원전달 행위에 대해선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국회의원도 민원전달과 관계없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계, 노조, 시민단체, 법조계, 의료계, 문화계, 체육계 종사자들의 뇌물성 식사 대접이나 선물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사회에 만연된 뇌물성 식사대접과 선물 버릇이 근절되지 않는 한 부정청탁 금품수수는 사라질 수 없다.

그 밖에도 이 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국민정신 개조가 수반되어야 한다. 아무리 법으로 규제한다 해도 우리 국민의 정신이 비뚤어졌다면 제대로 집행될 수 없다. 국민 모두가 뇌물성 점심과 선물을 절대 받지 않는다는 깨끗한 정신이 바로서야 한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은행의 도쿄와 뉴욕 지점장을 지낸 최정규 씨의 신문 기고문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BR)의 감사를 받았다. 감사 일정이 모두 끝난 후 세 명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들은 다음날 자기들의 저녁 식사비를 속달우편으로 보내왔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정신에 자리잡은 청렴성의 발현이었다.

우리도 청렴성이 자연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국민정신이 개조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엄격한 법집행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계몽·교육이 요구된다. “썩은 사체에는 쉬파리가 꼬이고 신선한 꽃에는 꿀벌이 모인다”는 말이 있다. 우리 국민의 정신도 신선한 꽃처럼 향기로워진다면 쉬파리 대신 꿀벌이 모일것이라 믿는다. 김영란법이 실효를 거두는 길이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