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소장파들의 분란사태가 당권파에 소장파들이 ‘백기투항’하는 형식으로 종결됐다. ‘최병렬 대표 퇴진’, ‘5·6공 인사 물갈이’ 등을 주장하며 분당사태, 탈당사태로 까지 몰고 갔던 소장파들은 힘의 한계에 부딪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현 체제로 흡수된 상태다. 결국 승자는 최병렬 대표. 비록 당대표직을 내놓기로 했고, 공천에서 배제되기도 했지만 흡족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내분 사태를 겪은 이후 오히려 최대표-김문수 체제가 더욱 강고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의 공천 결과를 살펴보면 ‘이회창계 털어내기’와 ‘친최병렬계 심기’로 요약되고 있어, 소장파들의 ‘반란’ 덕에 최대표의 영향력만 강화된 꼴이 됐다. 물론 최대표가 공천에서 탈락함으로써 영향력이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재기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이 중심이 돼 ‘서청원 석방안 가결’ 이후 ‘최병렬 퇴진’과 ‘공천개혁을 통한 5.6공 물갈이’를 주장하며 강하게 지도부를 압박했던 한나라당 소장파의 ‘반란’은 ‘최 대표 퇴진’이라는 가시적인 수확 하나만 건진 채 끝을 맺었다.

더욱이 소장파들은 최대표 퇴진 선언 이후 이렇다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논의로 일관하고 있고, 그 덕에 최대표 체제만 더욱 강고해진 상태.퇴진 선언 이후, 전대까지 당 대표 권한 유지, 선대위 조기 발족 의지 표명, 공천심사 개입을 통한 ‘이회창, 서청원, YS계 전면배제와 최병렬계 대약진’ 등은 이러한 최 대표의 의중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청원 석방안 가결’ 이후 벌인 소장파들의 ‘반란’이 ‘최대표와 소장파’가 손잡고 만든 ‘친위쿠데타’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었다.또 소장파의 여론조사 방식 역시 새로운 세대교체형 대표보다는 한나라당 대세인 ‘박근혜 대안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소장파들이 주장하는 ‘신보수주의 신당창당’은 ‘박근혜의 지론’이라는 점 역시 이러한 친위쿠데타적 시각에 근거로 제기됐다.물론 현재 박근혜 의원의 경우 TK중진세력이 중심적으로 밀고 이에 PK세력인 최대표의 현 당권파가 합세하고 있다.

박근혜를 내세운 ‘PK+TK의 영남간 수평적 권력이동’에 결국 소장파는 설자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상황 속에서 소장파는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이외의 ‘후보대안’보다는 ‘여론조사 방식’이라는 국민적 여론을 흡수해야 한다는 형식적인 명분을 제시하는 쪽이 현실적으로 낫다는 계산이 섰을 법하다. 결국 자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빠진 소장파들이 이제는 ‘당쇄신’보다는 자리찾기에 더 골몰하고 있는 형국으로, 영남세력과의 ‘투쟁’은 현단계에서는 완전히 접은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영남세력의 당 완전장악에 설 땅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영남세력과 함께 ‘박근혜 당권’에 힘을 실어주어 이후’당권분배’에 더 관심이 쏠려있는 듯하다. 주도세력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던 소장파의 ‘기개’는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소장파들이 당내 ‘인적청산 1호’로 지목했던 김용갑, 정형근 의원 등의 공천이 거의 확정됐다. 또 최대표와 함께 동반사퇴, 동반 총선불출마를 주장했던 홍사덕 원내총무도 일산 공천이 확정되는 분위기고 5·6공인사나 다선중진의원들 중에도 최병렬계는 그대로 공천됐다.반면 이회창, 서청원 측근과 YS계 사람들이 대거 낙마, ‘친최병렬파’가 득세한 양상이 됐다.이는 그동안 최대표가 주장했던 ‘이회창 책임론, YS책임론’의 과거청산 입장이 공천에 그대로 반영된 것.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새대표 선출 이후에도 최대표의 위세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물론 공천탈락이라는 변수로 인해 그의 영향력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실 최대표는 백의종군 약속을 통해 소장파의 개혁공세를 일단 누그러뜨린 후 전당대회와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복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의 재기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한편 한나라당이 4일 오후 당원대표자대회를 열어 임시전당대회에서 대표를 선출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면서 최대표에 이어 총선전을 진두지휘할 새 대표 경선국면으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운영위원회의에서 대표 경선의 구체적 절차 등을 담당할 선거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박헌기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전대일정도 본격화하고 있다. 개정 당헌은 대표 궐위시는 물론 사의표명 등으로 인해 당 대표 선출사유가 발생한 경우 후임 대표자를 당원대표자대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되, 운영위원회의 의결로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를 선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도부가 전대에서의 대표선출 방식과 관련, 23만명의 전당대회 대의원을 통한 선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5천명 가량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부칙에 명문화하려고 하는 반면 소장파 의원들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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