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베어 더 뮤지컬>94일까지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누구나 한 번쯤 거치는 청춘의 혼란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파격과 전복, 다채롭게 얽힌 고뇌, 갈등구조가 있다. 보편적인 주제는 자칫 식상하고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베어 더 뮤지컬>의 캐릭터, 대사, 연출은 관객들에게 감정적이고도 풍부한 자극을 준다.

<베어 더 뮤지컬>은 가톨릭 학교에 다니는 제이슨과 피터의 동성애가 중심이다. 중심의 주변 역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주인공 커플과 직접 연결되거나 그 자체로 외로운 독립성을 띤다.
 
<베어 더 뮤지컬>이 자극하는 사랑의 포괄성은 기대 이상이다. 작품에는 쾌락적 비밀과 이중생활이 있고, 외모 또는 정체성의 콤플렉스, 그러나 노래를 통한 콤플렉스의 타파 시도가 있고, 신에 대한 반항과 퇴폐, 성역의 이성적이고도 예술적 전복, 금지된 사랑의 수치와 최초의 희열, 이후 찾아오는 최초의 쇠퇴, 나열한 것을 모두 담는 혼란이 있다. 현실에서 누릴 수 없는 이상적 사랑, 신에게 고하는 슬픔과 죽음 같은 것들로 마무리 짓는다.
 
동성애는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에 빠지는 인간성을 묘사하는 데 적합하다. 타인의 비난을 이기는 용기와 더불어 조건 없는 사랑 자체를 가늠할 수 있다. 가톨릭 학교라는 공간과 동성애에 대한 혐오 공포는 사랑의 비극성을 두드러지게 하며 사랑 바로 뒤에 흉하게 숨어 있는 자기 합리화, 이기심을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한다.
 
<베어 더 뮤지컬>에는 성역의 전복, 사랑을 되찾음, 신에게 고하는 슬픔이라는 세 가지 대목이 있다. 작품 도입부를 성스럽고 평온하게 장식했던 등장인물들은 관객을 속이듯 마약을 하고 세상에 찌든클럽에서 순간을 즐긴다. 이들은 반복되는 고해성사를 지겨워하며 용서 따윈 필요 없어”, “신이 상관할 바 아냐같은 대사를 통해 분별없는 자유를 추구한다. 무대 중앙의 십자가를 비롯한 성스러운 무대 배경은 그들과 대치를 이룬다. 특히 피터의 꿈에 등장한 성모마리아는 ‘2,000년 전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은 다르다는 말로 동성애의 커밍아웃을 종용하기도 한다. 펑키한 음악과 함께 진행되는 성모마리아와 천사들의 에너지 넘치는 독려는 종교의 보수성을 꼬집음과 동시에 근원적 역할, ‘나약한 인간을 두려움으로부터 구원한다.’는 메시지와 맞닿은 것 같아 인상적이다.
 
제이슨은 피터와 달리 커밍아웃을 거부한다. 피터의 괴로움과 희생, 제이슨의 불안과 초조는 더 사랑하는 자의 슬픔, 더 잘나고 아름다운 자의 굴레를 차례로 보여준다. 제이슨의 고뇌는 이해관계의 득실을 언제나 따지는 우리가 충분히 감정 이입할 만하다. 아이비와의 욕정을 통해 피터를 외면하는 제이슨의 모습은 스스로 혼란에 빠지는 인간적 단면이다. 그리고 후회하는 제이슨마저도 우리는 낯설지 않다. ‘사랑을 잃고 나니 사랑을 알게 됐다.’ ‘그때는 왜 상대방의 진심을 배우지 못했을까.’ 같은 후회는 대다수 사람이 겪는 절차다. 현실에 발 딛고 있는 동안 우리를 놔주지 않는 잡스러운 것들은 우리를 사랑에 헌신하고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제이슨은 현실을 넘어 배신하고 잃어버렸던 사랑을 되찾는다. 제이슨의 행동은 눈물, 기도, 기다림, 애원 등 현실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힘이 있었으나 더 비극적이다.
 
제이슨과 피터는 사랑의 고통 앞에서 신을 다시 갈구하고 신부에게 고해성사한다. 신과 종교는 건실하며 순종적인 성도들에게는 필요가 없고, 고통 속에서 고할 것이 있는 이들에게만 순수성을 나타낸다는 것. 고해성사와 규율을 무시하던 인물들의 변화는 단순히 돌아온 탕아따위의 느낌이 아니라 살면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신에게 토로하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고독한 대화처럼 느껴진다.
 
<베어 더 뮤지컬>이 정의한 사랑은 혼란, 고뇌, 갈등으로 대표된다. 그 때문에 여주인공 아이비의 말처럼 누군가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이 교차하고 피터의 말처럼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러나 애초에 사랑이 그렇지 않았다면 내 기도를 들어달라고신을 찾지 않았을 것이고, 어두운 속성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희석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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