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계획요원으로 변신한 김정은

김정은이 영화 ‘잘살아보세’를 통해 코믹연기를 다시 선보인다. 사실 김정은은 그동안 드라마 ‘루루공주’와 영화 ‘사랑니’를 통해 멜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흥행성적이 그리 신통치는 않았다. 흥행실패에 이어 선택한 영화 ‘잘살아보세’에서는 70년대 산아제한정책이 한창일 때, ‘부부 밤일’을 관리하는 요원 역할을 맡았다. 피임에 무지한 농촌사람들에게 콘돔 사용법, 피임법 등을 가르치면서 좌충우돌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영화에 코믹한 요소가 가득해 언뜻 김정은이 코믹함만으로 승부를 하는 것 같지만, 다양한 연기 변신을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의 무게감도 느낄 수 있다.

코믹함과 풍자를 함께 느낄 수 있을 터

“자, 껍질을 까고 콘돔을 꺼냅니다. 끝을 잡고 공기를 뺀 다음 거시기(?)에 끼웁니다. 그리고 겉에 윤활유를 바르면 끝입니다.”

“민망했지만, 콘돔 사용법 터득”

영화 ‘잘살아보세’에서 부부의 밤일(?) 관리 요원으로 전격 변신한 탤런트 김정은이 스크린 속에서 자극적인 대사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잘살아보세’는 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새마을 운동을 추진하면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산아제한정책’을 위해 부부의 밤일까지도 관리하던 요원이 있었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만든 영화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라는 다소 웃음과 해학이 가득한 산아제한 홍보 멘트덕에 극장안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돼버리기도 했다.
소재가 이렇다 보니,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인 김정은이 영화를 찍으면서 꽤나 민망했을 것 같기도 하다. 김정은은 이에 대해 “다소 쑥스럽기도 했지만, 진짜 민망한 부분은 김범수씨가 다 했기 때문에 덜 창피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콘돔 사용방법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었다”며 너스레까지 떨었다.

70년대 당시 손에 콘돔 끼우기도

가족계획 전국 꼴지를 기록했는 산골 용두리 마을에 어느날 국가 공식 가족계획 요원 박현주(김정은)가 투입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식이 곧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산아제한에 대해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한다. 마을이장 변석구(이범수)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을 설득하던 김정은은 결국, 나라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의 빚은 탕감해 준다는 전제로 마을사람들을 ‘산아제한정책’에 동참시킨다.

기자 시사회를 통해 만난 김정은은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에게 작은 사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 각박한 세상에 나가 치열하게 살려면, 배려가 있는 사회에서 커나가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면서 “아이는 3~4명 정도 낳고 싶다”는 바람을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또한 이 영화는 70년대 실제로 존재했던 가족계획 요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사회전 영화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던 실제 가족계획 요원은 “실제로 당시 사람들은 피임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콘돔을 손에다 끼거나, 피임약을 남편이 먹어 피임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당시 있었던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과연 실제 있었던 일이었는지 믿기 힘든 ‘부부 밤일관리 요원’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능청스럽고 꾸밈없는 김정은의 코믹함과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절묘하게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김범수가 만나면서 웃음과 풍자까지 느끼게 해준다.

정말 ‘잘사는 것’의 의미 깨달을 것

사실, 김정은은 데뷔 이후 ‘가문의 영광’, ‘내남자의 로맨스’, ‘불어라 봄바람’ 등에서 코믹하고 천진난만한 역할을 통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루루공주’와 드라마 ‘사랑니’를 통해 멜로 연기로의 변신을 꾀했지만, 사실 흥행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번 영화에 대한 김정은의 선택을 두고 흥행을 염두에 둔 코믹 연기로의 선회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즉, 멜로가 흥행을 하지 못하니까 다시 코믹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뜻.

하지만 김정은은 “단순히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영화속에 사회풍자가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성에 대한 코미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것, 향수에 대한 것 등 다양하게 느낄 부분이 있다”면서 “상황은 웃기지만 그 속에 ‘정말 잘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녀는 “자녀의 많고 적음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의 ‘산아제한정책’이나 지금의 ‘출산장려 정책’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1970년대 한 가족계획요원이 한 시골 마을을 찾아 출산율 0%에 도전하면서 겪는 일들을 다룬 영화 ‘잘살아보세’는 ‘오버 더 레인보우’와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연출했던 안진우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이범수와 김정은 이외에 변희봉, 전미선, 안내상 등이 출연했다.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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