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연예인-조폭 삼각 커넥션 실체


최근 거물급 조직폭력배가 연예인을 대거 동원해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가 검찰에 적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해당 연예인들은 조직폭력배들로부터 일정금액의 수당을 받고, 불법 선거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형사 입건됐다. 이미 과거에도 연예인과 조직 폭력배의 ‘공생관계’에 대해 수차례 지적된 바 있었지만,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합세한 모양새. 하지만 해당 시의원은 “선거를 도와준 연예인들이 돈을 받았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고,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연예인들 역시 “선거운동인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검찰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정치인-연예인-조직폭력배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를 살펴봤다.


최근 교도소에 수감중인 두목급 조직폭력배가 연예인을 대거 동원, 지난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시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시의원 최모씨는 선거운동을 도와준 사실을 몰랐다고 말해, 기소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수감중인 평택지역 조직폭력배 G파 고문 전모(46)씨는 추가 기소됐고, 안양지역 조직폭력배 두목 안모(50)씨도 구속됐다. 또한 조직폭력배로부터 1인당 150만~200만원의 금품을 받고 시의원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도운 모 엔터테인먼트 대표 박(38)씨와 탤런트 14명도 형사 입건됐다.

톱스타들, 소신있을 때 직접 선거유세
이번 사건은 정치인과 조직 폭력배, 연예인들과의 공생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정치인들의 선거활동에 연예인들이 적지 않게 활동해왔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전후보측에 무려 1,300여명으로 구성된 연예인 자원봉사단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 연예인 자원봉사단에는 탤런트, 가수, 개그맨 등 구성원들의 연령층과 분야도 다양했다.
대표적으로 탤런트 겸 영화배우 이덕화, 유동근, 전인화, 사미자, 양택조, 이순재, 한진희, 최수종, 하희라, 송혜교 김혜수, 김지호, 박철, 옥소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가수들 중에서는 핑클, 베이비복스, 조용필, 현철, 김수희, 설운도, 태진아, 현미, 정수라, 조갑경, 변진섭, 신성우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개그맨 중에서는 구봉서, 배삼룡, 송해, 이용식, 배일집, 전유성, 심현섭, 강성범, 이휘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측에도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노 대통령측에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영화배우 겸 탤런트로 활동하고 있는 명계남, 문성근씨가 주축을 이뤄 활동했다.
이밖에 배우 권해효, 방은진, 가수 윤도현, 안치환, 전인권, 한영애, 크라잉넛, 자우림, 영화감독 이창동 등이 노무현 대통령 측에서 후보 지원 유세 활동을 했다.

중견 탤런트 14명, 돈과 권력에 움직였다
물론, 연예인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권리다. 그들이 해당 정치인에게 어떠한 금품을 받지 않을 경우에 말이다.
이번 경기지역 시의원 선거에서 드러난 연예인 선거운동 파문은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인 소신이 아닌, 공인으로서 도덕적으로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연예인들이 ‘돈’과 ‘권력’을 탐해 선거운동을 했다는데 있다.
또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조직폭력배가 모 연예기획사 대표를 움직여 연예인들을 대거 동원한 것을 감안해 보면, 조직폭력배들과 연예인 사이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 관계를 또다시 입증시켜 주고 있다.
실제로 연예계 한 관계자는 “사실, 조직폭력배들은 연예계 곳곳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며 “연예인들과 조직폭력배는 사실상 공생하는 관계”라고 명쾌하게 설명할 정도다.
게다가 모 탤런트 역시 기자에게 “친한 건달 후배가 부탁해서 행사에 나가보면, 정치인들과 관련된 행사일 경우가 많고, 거기까지 가서 ‘안한다’고 돌아올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할수 없이 도와주고 오게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형사 입건된 14명의 연예인들은 대부분 중견 탤런트로, 현재도 각종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기 연예인들이다. 이들은 조직폭력배로부터 1인당 150만~200만원씩, 모두 2,800만원을 건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10여명 가까이 된다. 우선, 여성 연예인들은 화려한 입담으로 대중들에게 넉넉하고 포근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J씨(67), 관록있는 연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탤런트 겸 영화배우 Y씨(66), 지금은 안방보다 스크린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견 탤런트 겸 영화배우 K씨(56), 지금은 활동이 뜸하지만 한때 대중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누렸던 미모의 탤런트 B씨(37)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중견 남성 탤런트도 다수 있다. 현재는 연예계 활동이 뜸한 공중파 방송국 공채 탤런트 출신의 M씨(59), K씨(54), 최근까지 활하게 연예계 터줏대감으로 활동해온 K씨(69), 여전히 많은 드라마의 조연으로 활동하고 있는 P씨(55), 공중파 인기 사극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Y씨(46)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역시 누구나 얼굴을 보면 알만한 유명 연예인들.
이 연예인들은 경기지역 시의원 후보자의 선거 포스터에 ‘당선을 기원합니다 ○○○’이라는 사인을 해주고, 거리유세를 다녔다.
이에 대해 해당 연예인들은 검찰 조사에서 ‘사건과 관련된 연예인들이 선거를 ‘단순한 이벤트처럼 생각해 돈을 받았을 뿐’이라고 변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들 도덕적 책임감 요구 절실
돈을 받고 시의원의 선거운동은 해준 조폭과 연예인들. 경기지역의 최모씨는 시의원에 당선됐다. 연예인들이 그의 당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해당 연예인들이 한국의 연예계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고,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견 연예인들임을 감안해보면, 선거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금품을 받고 선거운동을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과거에 금품을 받지 않고, 순수한 의도로 정치인들의 선거를 앞장서서 도와줬던 연예인들마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또한 대선과 총선 등 각종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유명 연예인들을 대동하는 정치인들 역시 ‘보이지 않는 검은 돈’ 커넥션 의혹을 받게 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한번 ‘정치인-연예인’ 간의 암묵적인 커넥션이 활개를 치지 않을까 성급한 추측마저 나돌고 있는 상태. 공인으로서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선거운동 참여했던 탤런트 Y씨 ‘인터뷰’

“진짜 행사의 취지를 모르고 나갔다”

경기지역 시의원 선거운동에 참석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연예인들은 총 14명. 이들 중 10여명은 이름과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유명 중견 탤런트들이다. 기자는 이들 중 7명의 탤런트들과 어렵게 통화를 할 수가 있었다.
우선 재치있는 입담으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J씨(67)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행사의 취지를 전혀 모르고 나갔다”면서 “주위 동료 연예인의 권유를 받고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받은 돈의 액수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중견 여성 탤런트 Y씨(66)는 “그냥 아는 사람이 선거 사무실을 오픈했다고 해 그냥 도와준 것 뿐”이라는 모호한(?) 말을 남기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또한 드라마와 영화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는 중견 남성 탤런트 K씨(69)는 “에이전시에서 소개를 받았다. 선거운동에 나가는 줄은 몰랐다”며 “꼭 기사화 시켜야겠느냐. 좀 봐달라”는 말로 하소연했다.
이밖에 기자와 전화 통화를 했던 다른 탤런트들 역시 대답을 얼버무리며, 황급히 전화를 끊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들중 비교적 젊은층에 속하는 탤런트 Y씨(46)는 “요즘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면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 어떻게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됐나.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행사들에 그냥 아는 사람이 부탁해서 가게 된다. 그냥 어떤 행사에 오라고 하면, 거기 국회의원이든지, 선거 후보자가 있는 것이다.
같이 인사도 하고 밥도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행사에 동참하게 된다. 하기 싫다고 해서 “나 안하고 갈래”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 중간에 소개시켜줬다는 연예기획사 대표 박모씨는 알고 있던 사람인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잘 모른다.

- 보통 누가 도와 달라고 하나.
주위에 사람이 한 두 명이겠냐.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연예인은 건달이랑 어느 정도 통하는 게 있다. 만약 아는 건달 동생이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시간되면 갈게”라고 말하게 된다. 그리고 진짜 놀러 가는 기분으로 편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러 행사장에 간다.
그날 경기지역에 내려간 것도 놀러 가는 기분으로 편하게 갔다. 시의원도 만났지만, 그 사람을 꼭 당선시켜야 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 연예인들이 정치인들을 소신있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돈을 받았다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느냐.
간혹 관계자들이 도와 달라고 전화를 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거절을 하면 “잘 나가시나봐요. 거절하시는 거 보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 이게 도와달라는 건지 뭔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참석했다가 나중에 일이 이렇게 꼬이면,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정말 아니러니하고 답답한 심정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공인이고, 연기자다. 아는 사람이 도와 달라고 하면 모른척 할 수가 없다. 이쪽 세계가 그렇다. 원래 이런 이야기도 (기자에게) 안하려고 했는데, 답답하니까 자꾸 이야기하게 된다.
나는 진짜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데, 주위에서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이렇게 어이없이 구설수에 오를 때면, 앞으로는 일체 이런 행사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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