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아나운서 선언
‘그 빛과 그림자’


최근 방송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아나운서들이 줄줄이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KBS는 노현정 아나운서가 재벌가로 결혼하면서 사퇴한 이후,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강수정 아나운서와 김병찬 아나운서가 연이어 프리랜서를 선언하면서 ‘프리랜서’ 바람의 선봉에 섰다. 또한 KBS 아나운서들 중에 최소한 2~3명 이상이 프리랜서 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또 어떤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로 나설지 추측만 난무하는 상태다. 소속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를 선언하면서 이들을 ‘스타 아나운서’로 만들어 놓은 방송사들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수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아나운서들이 ‘방송사 탈출’을 감행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숙영, 백지연, 이금희, 정은아, 진양혜, 손범수, 최은경, 임성민, 정지영, 박나림, 황현정, 유정현, 김범수…’

프리랜서를 선언하면 좋은 이유
이들은 모두 방송사 직원으로 최고 인기를 누리다가 사퇴하고, 홀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다. 이중에는 9시 뉴스의 간판 앵커를 하던 사람도 있고, 재치있는 말솜씨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던 사람도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강수정, 김병찬 아나운서도 프리랜서 대열에 합세했다.
이들 역시 KBS의 간판 아나운서로 한 사람당 5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해오던 사람들이며, 연예인 못지 않은 높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남부러울게 없어 보였던 인기 아나운서들이 왜 잇따라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것일까.
1. 쥐꼬리만한 수당 - 우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돈’이다. 아무리 인기가 높은 아나운서라도 방송사의 직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아나운서가 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회당 2~3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 것이 전부다. 반면, 전문 MC는 회당 700~1,000만원에 해당하는 고액의 개런티를 받는다. 아나운서와 전문MC가 똑같은 시간을 일하고 받는 수입의 차이는 최대 500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2. 대외활동 및 부수입 제한 - 보통 아나운서들은 방송사의 직원이기 때문에 방송이외에 상업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패션쇼, 화보촬영, 광고 촬영, 이벤트 행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준 연예인 급에 해당하는 다른 MC들이 고액의 개런티를 받고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볼 때, 상당히 많은 수입의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노현정 아나운서가 KBS에 근무할 당시 윗선의 허락 없이 모 잡자사의 화보촬영에 응해 물의를 일으켰던 것과 모 광고 출연에 과도한 출연료를 받아 KBS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특히 강수정 아나운서가 ‘연예가중계’를 진행할 당시, 남자파트너인 김제동이 “강수정씨는 왜 패션쇼에 출연하지 않죠?”라고 물었을 때 강 아나운서가 “직원이라서요”라고 대답했던 일화가 이런 이유 때문이다.
3. 개인 자유시간 한계 - 보통 인기 아나운서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심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느끼게 된다. 강수정 아나운서의 경우, KBS 해피선데이의 ‘1% 위원회’, 연예가 중계(개편 후 하차), 무한지대 큐!, 가치대발견 보물찾기, 쿨 FM ‘강수정의 뮤직쇼’ 등 고정적으로 5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역할이 눈에 보이는 프로그램 진행만 있는 게 아니다. 보통 아나운서들은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기도 하며, 새벽에 라디오 뉴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회사의 직원으로 형평성을 고려해 볼 때, 아무리 인기있는 아나운서라 할지라도 이런 업무는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반면,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일주일에 3일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4일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자신과 가족을 위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
4. 지방순회근무 - 이밖에 KBS는 모든 직원들이 1년간 지방순회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아나운서들의 마음을 방송사에서 떠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급 아나운서인 김병찬 아나운서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도 이 때문.
KBS는 청주방송총국에 결원이 생기자, 지방순회근무를 하지 않은 김 아나운서를 청주로 발령을 냈으나 결국 김 아나운서는 KBS에 사표를 제출했다.
5. 방송제작환경 변화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방송3사에서 아나운서들이 빠져나오고 있는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일할 곳’이 많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tvN 등 새로 개국하는 케이블 방송국이 많아지고, 쇼프로그램 등 외주제작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전문 MC’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방송사에서 전문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아나운서들은 외주제작업체에서 보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MC 감인 것.
6. 아나운서의 좁아지는 입지 - 최근 들어 아나운서의 역할론이 자주 대두될 만큼, 아나운서들이 가지는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아나운서로 입사를 하게 되면, 뉴스진행을 기본적인 업무로 생각하나 정작 중요한 뉴스 진행은 기자출신 앵커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연예, 오락, 교양 프로그램 역시 전문MC나 개그맨, 연기자, 가수 등의 연예인들이 진행을 맡고 있어 아나운서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은 아나운서들이 다른 케이블TV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마음고생 심했다”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데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1. 거대 방송사 없이 홀로서기 - 거대 방송사를 든든하게 업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치열한 생존 경쟁에 홀로 부딪쳐야 하는 것이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해 오고 있지만, 이들 중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아나운서는 손에 꼽을 정도다.
홀로서기에 성공하면, 방송사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찾아주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순식간에 ‘백수’가 되어 버린다. 바로 철저히 자신의 능력과 인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
SBS에서 차분한 진행과 단아한 이미지 덕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지영 아나운서도 이런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정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선언 초기 “한 곳에 안주하는 것이 싫어 프리랜서를 선언했지만, 막상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2.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화 - 요즘에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도 아나운서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정지영, 최은경 아나운서는 토니안이 대표로 있는 ‘티엔 엔터테인먼트’ 소속이고, 강수정 아나운서 역시 신동엽이 대표로 있는 ‘DY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거대 방송사에서 탈출함과 동시에 올 수 있는 ‘홀로서기 실패’의 우려를 대비해 해당 아나운서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등에 업고 일을 시작하는 것.
3. 프리랜서 아나운서수 확대 - 최근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과거보다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다.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아나운서들이 유독 많아졌기 때문.
활동할 수 있는 방송사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프리 아나운서의 수도 늘어났고 예쁘고 끼가 넘치는 신인MC들도 하나둘씩 치고 올라온다. 단순히 방송사 출신의 아나운서라는 것이 ‘메리트’로 느껴질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4. 방송사 아나운서실의 규제 - 아나운서들이 방송사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프리랜서로 전환했을 경우, 해당 방송사에서는 이를 달갑게 여길 리가 없다.
최근 KBS 아나운서실에서 강수정 아나운서가 사퇴 후에도 KBS 프로그램을 계속 맡는 것에 대해서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KBS 아나운서 협회는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에게 “KBS를 떠나 더 넓은 장으로 떠나는 그들을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도 한편으론 있다”면서도 “하지만 ‘KBS 아나운서’의 자리를 내려놓는 순간 KBS의 아나운서로서 누렸던 프리미엄도 함께 놓고 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진정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다”라고 밝혔다.
즉, 스스로 키운 아나운서를 고비용으로 다시 기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하지 말자는 것.
이러한 방송사 분위기로 인해 최근 강수정 아나운서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던 ‘연예가 중계’ 안방마님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반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PD들의 고민은 아나운서실과는 사뭇 다르다. 방송사의 PD들은 다른 방송사와 하루하루 피말리는 시청률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연예가 중계’ 제작진은 강수정 아나운서의 하차를 강력히 반대했다.
현재 서글서글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강 아나운서만한 진행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

시청자들, 아나운서 프리선언 찬반 논란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최근 SBS의 한 라디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7%가 “아나운서의 프리랜서화는 상업화 되는 것 같아 부정적”이라고 응답해 아나운서의 독립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강수정 아나운서가 하차한 ‘연예가 중계’ 시청자 게시판에도 네티즌들의 논란이 한창이다.
일부에서는 “김제동과도 최고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강수정 아나운서를 계속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KBS 소속의 아나운서가 아니라면,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당연히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방송가 안팎에서는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을 두고, ‘굵고 짧은 인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성공만 한다면, 단시간에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화려한 젊은 시절만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정년을 보장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거대 방송사의 든든한 뒷 배경을 업고 평생 방송사 직원으로 살면 막대한 부를 축적하거나 연예인처럼 높은 인기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늘고 긴 삶’이라고 표현한다.
과연, ‘굵고 짧은 인생’과 ‘가늘고 긴 인생’ 중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정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닐까.



# 톱스타들의 ‘전속계약’ 들여다보기

톱스타일수록 한 매니저와 오래 일한다!

가요계 두 명의 톱스타인 이효리와 옥주현. 그리고 고소영이 최근 소속사를 옮겨 새로운 둥지를 틀어서 연예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가요계의 요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핑클의 두 멤버, 이효리와 옥주현은 신인시절부터 자신들을 키워줬던 DSP와 무려 8년간의 관계를 청산하고 소속사를 옮겼다. 이들이 옮긴 소속사는 SG워너비와 송승헌이 속해 있는 엠넷 미디어.
이효리는 엠넷 미디어와 3년 계약에 30억원에 가까운 계약금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주현 역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만큼, 상당한 액수를 받고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4년만에 공포영화 ‘아파트’로 연예계에 컴백한 고소영 역시 FA 시장에 나와서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고소영은 그동안 계속 매니저를 맡아왔던 노일환씨와 같이 일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일환씨가 만든 회사인 ‘더 포이 엔터테인먼트’와 3년 전속계약을 맺은 것.
고소영은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데,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매니저와의 의리를 지켜 ‘스타-매니저’ 간의 믿음과 신뢰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잇따라 연예인들과 소속사간의 법적 분쟁이 잦은 가운데, 대형 스타들은 오히려 오랜 시간 자신을 믿어준 매니저와 소속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이 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스타로서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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