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지방자치제의 문제점이 어디 한두 가지이겠는가만 그 가운데 가장 우려한 대목이 포퓰리즘에 의한 정책적 발상으로 나라 근간이 흔들린다는 점이었다. 포퓰리즘의 인기 영합주의가 만연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선거 때의 표심을 겨냥해서다. 그러자니 전국이 온통 축제 한마당으로 들썩이고, 꿈같은 복지정책이 복음처럼 쏟아진다.

2016년 7월 말 현재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전국 행사 축제가 1만5천24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 많은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으니 좁은 땅덩이에 지자체끼리 서로 겹치고 중복되는 행사가 얼마일지는 쉽게 짐작될 일이다. 이 때문에 소비되는 혈세 규모가 엄청나다. 그래도 자치단체들은 기를 쓰고 이름만 붙일 만하면 축제 행사를 마련한다.

자립도가 형편없이 낮아서 금융권 등에 빚을 내지 않고서는 직원들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자치단체가 수두룩한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축제한마당 놀이는 계속 늘고만 있는 추세다. 제 돈 내서 하라면 기절할 단체장들이 다음 선거 때의 유권자들 표심을 얻기 위해 혈세를 쌈짓돈 쓰듯 하고 있는 것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고 있는 건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보인다.

나라 돌아가는 형국이 이런 터에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아예 혈세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청년수당제도를 강행하고 나섰다. 중앙정부의 환수가 어렵도록 기습적으로 현금 지급을 한 것이다. 안팎으로 빚만 안고 있다는 박 시장이 돈 없는 설움에 한이 맺혀서 도끼자루야 썩든 말든 가난한 청년들에게 선심부터 쓰고 보자는 건지, 이렇게라도 해서 인기 한 번 타보자는 포퓰리즘의 극치인지, 우선 수혜 청년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

막상 돈은 받았으나 이 청년수당 제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아 회의론이 생기고, 돈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일고 있다. 한편에는 취업이 안 되는 마당에 6개월간 지급되는 돈으로 도움이 되면 얼마나 될 것이냐는 회의적 시각이 크다. 과거 역사에 국민의 피와 같다는 혈세가 이처럼 논란꺼리에 휘말리며 천덕꾸러기가 된 적이 없다.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을 다 보게 됐다. 독거노인들이나 서울시에 늘어나는 노숙자들을 박원순 시장이 이렇게 온몸을 던져서 중앙정부와 맞서가며 보호하고 도우려 한다면 찬반논란과 관계없이 적어도 포퓰리즘의 노예로 평가될 일은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속 보이는 대선 행보라고 비난할 사람 역시 많지 않을 것이고 실효성 시비를 일으킬 이유 또한 없다고 본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만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다는 이미지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 너무 국민 의식을 깔보는 것 같아 곱지가 않다. 포퓰리즘은 또 다른 포플리즘을 낳기 마련이다. 그러면 혈세를 아까워하는 민심과 충돌을 피하지 못한다. 이렇게 불어 닥칠 역풍을 예상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자질 부족이다.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면 50% 부족이 확실한 것이다.

서울시가 환수조치를 불안해하는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이 사회복지제도가 아니어서 복지부가 절대 환수할 방법이 없다고 달래고 있다. 그러면 굳이 환수가 어렵도록 현금 지급한 이유가 뭔가. 이런 앞뒤 안 맞는 이중적 행태가 더욱 돈 받은 청년들을 불안케 한다는 사실조차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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