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멜로 퀸 김지수


‘눈물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여자, 김지수가 올 가을 두 편의 멜로 영화를 들고 관객들을 찾았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가을로’에서는 결혼을 앞두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약 한달만인 오는 30일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들’에서는 5억원 빚에 허덕이며 생활고에 시달려 사랑도 포기하는 역할을 맡았다. 92년 SBS 공채 탤런트로 입사해, 14년째 연기 활동을 펼쳐온 김지수는 지난해 ‘여자 정혜’로 처음 영화계에 뛰어들었음에도 안정적인 연기로 ‘멜로퀸’ 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많은 영화들이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사랑을 좇지만, 이 영화는 사랑과 가족에 바탕을 둔 영화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가족과 사랑의 공통점
지난 20일,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들’의 시사회에서 만난 김지수. 올해만 벌써 두 편의 멜로 영화를 내놓은 그녀는 여전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야기가 아니에요.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좋았기 때문에 출연할 수 있었죠.”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정신분열증 환자를 형으로 둔 약사 한석규와 아버지의 빚 5억원을 갚아야 하는 짝퉁 명품 디자이너 김지수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 빚에 허덕이며, 사랑의 감정을 포기하고 억척녀로 살아가야 하는 역할이다.
청순가련은 그녀의 대표적인 캐릭터였지만 과감히 집어 던졌다.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바닥에 주저앉아 자장면을 먹고, 노래방에서 격렬한 몸부림으로 한껏 망가지거나, 시장 상인과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육탄전도 서슴지 않는다.

# 키스신에 대한 추억
이 영화를 통해 김지수는 가장 소중하지만, 때론 지긋지긋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아버지의 수억원 빚을 갚기위해 짝퉁 명품 디자인을 해 경찰서에 끌려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빚에서 해방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는 여동생과는 달리 김지수는 자신의 ‘사랑과 결혼’은 꿈도 못꾸는 헌신적인 가족애를 연기한다.
극중 김지수와 같이 비슷한 삶의 무게를 느끼고 살아가는 또 한사람, 한석규. 그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형 때문에 결혼하고 싶던 첫사랑과도 헤어졌다. 김지수와 한석규는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쉽게 다가서지도 그렇다고 물러나지도 못한다.
멜로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두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 ‘접속’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통해 멜로 영화의 ‘대가’라고 평가받는 한석규와 지난해 영화 ‘여자, 정혜’ 이후 ‘로망스’, ‘가을로’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멜로퀸’으로 자리잡은 김지수.
이번 영화에서는 멜로 ‘킹’ 한석규와 멜로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김지수의 베테랑다운 키스신이 연출됐지만, 김지수는 겉보기와는 사뭇 달랐던 한석규와의 키스신에 대해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석규 선배는 멜로 영화를 많이 하셨잖아요. 그런데 상상 외로 한석규씨가 너무 긴장하시고 쑥스러워해 깜짝 놀랐어요. 제가 그동안 작품 속에서 보아온 이미지를 상상해 왔을 때 그렇게 쑥스러워할지 정말 몰랐어요.”

# 진실한 사랑을 연기할 터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에 절제와 무르익은 아름다움을 가진 배우. 작고 가녀린 체구지만, 깊이 있는 김지수의 연기는 요즘 물 만난 고기처럼 ‘스크린’ 속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김지수의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연기는 충무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
김지수는 “이번 영화가 사랑을 포장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한다. 사랑을 근사하게 그린 영화는 많았지만 이렇듯 사실적인 영화는 많지 않다는 것. 그녀는 앞으로도 사랑에 관해서는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힌다.
“스무살 때는 스무살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가 있듯, 서른살에는 서른살 만이 그릴 수 있는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멜로영화의 연령대가 높아졌으면 좋겠고, 그 나이 때에 맞는 사랑이야기로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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