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기 성행하는 내막


지난달 말, 인기그룹 쿨의 김성수가 지인에게 7,000만원을 사기당한 적이 있다고 방송을 통해 고백했고, 이에 앞서 지난달 컨추리 꼬꼬 출신 MC 탁재훈 역시 3억원을 사기 당해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지만, 한 연예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실제로 연예인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고 전했다. 이미지가 손상되기 때문에 쉬쉬할 뿐이라는 것. 이렇게 연예인들은 주위로부터 쉽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와 포장된 이미지로 주위 사람들을 현혹하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사기를 당하는 경우, 사기를 치는 경우의 면면을 살펴본다.


“중견 탤런트 김모씨는 사업을 한다고 몇 억원을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사기당해 한동안 술에 빠져 사는 등 괴로워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쌓아온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상당수 연예인들 사기 피해 ‘쉬쉬’
현재 연예계에서 활발하게 매니저 활동을 하고 있는 이모씨의 말이다. 이어 그는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주위 연예인들이 수없이 사기당하는 경우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사기 당하기도 한다는 것.
이모씨가 털어놓은 대표적인 사기 피해 연예인은 인기 중견 탤런트 김모씨. 평소 브라운관에서 인자하고 덕이 많은 역할로 대중들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실제로 주위 사람들에게도 인정 많기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그렇지만, 김씨의 돈을 노린 사기꾼 A는 그의 이런 성품을 이용해 돈을 뜯어냈다.
A는 김씨와 ‘형동생’ 하고 지내며 절친하게 지냈던 동생. A가 처음 김씨에게 접근했을 때는 오히려 만나는 자리에서 먼저 나서서 술값을 계산하거나, 외국에 나갔다가도 김씨의 선물은 꼭 챙겨왔다고 한다.
이렇게 김씨를 깍듯이 모시고, ‘형님’ 대우를 해줬기 때문에 김씨 역시 A의 말과 행동을 의심없이 믿었다는 것. 그렇게 절친한 관계로 지내기를 1년.
어느날 A는 “유망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돈이 좀 모자란다”면서 김씨에게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이 많기로 유명했던 김씨는 자신을 믿고 따르던 A에게 선뜻 2억원이라는 돈을 빌려줬다는 것.
하지만 A는 돈을 받는 즉시 잠적, 몇 년이 지나도록 소식을 못 듣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 A와 연락이 닿지 않았을 때 “무슨 사고가 난 것 아니냐”면서 오히려 A를 걱정해,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매니저 이씨가 속이 터져 죽을 뻔 했다는 것.
게다가 이씨는 “김씨는 A가 잠적하고 난 뒤, 한달여가 지날 때까지도 그가 자신을 속이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결국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본인이 사기당한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 하지만 그 뒤로 허탈함과 괴로움 때문에 술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당시 이씨는 경찰에 신고를 해서 A를 잡자고 강하게 권유했으나, 김씨는 자신의 이런 속사정이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결국 덮기로 했다.
이모씨는 지금은 김씨와 더 이상 같이 일하지 않지만, 그때 당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연예계에는 호시탐탐 연예인들의 돈을 노리는 사기꾼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 ‘친분’ 이용한 사기 가장 많아
사실 인기 그룹 쿨의 멤버였던 김성수 역시 이와 비슷한 사례다. 최근 모 방송을 통해 김성수는 “몇 해 전 지인이 호주에 스포츠 바를 차릴 예정이니 여기에 투자를 하라는 말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기 때문에 믿고 7,000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이 출연했던 김병준 변호사는 “사기 사건은 의도적인 경우가 많고, 도망자를 잡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사건이 몇 년씩 흐를 경우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비싼 수업료 내고 좋은 경험 한 것으로 생각하고 포기하라”고 조언했다.
컨추리 꼬꼬 출신, 인기 만능 엔터테이너 탁재훈 역시 최근 지인에 의해 3억원을 사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퇴사한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가 탁재훈의 인감도장 복사본을 이용해 영화 출연 계약을 맺고, 계약금 3억원을 가로챘던 것. 해당 영화사와 탁재훈 측은 자세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이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사기를 당하는 가장 빈번한 유형은 바로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당한 ‘투자’가 가장 많다.
매니저 이씨는 “사실 연예인들이 사업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쉽게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린다고 할 때, 의류나 음식 사업 등에 가장 많이 솔깃해 한다고”고 밝혔다.

여자연예인 누드 사기 빈번
특히 여자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당하는 것은 바로 ‘누드’ 사기다. 탤런트 이지현은 누드를 찍고도 계약금 한 푼 받지 못하고 몽땅 털리는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누드 사업을 진행해 온 전 매니저의 해외 잠적으로 계약금 3억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
돈이 없어서 옷을 벗었으나 결국 측근의 ‘배신’으로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난처한 상황에 빠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탤런트 이제니 역시 ‘럭셔리 화보 촬영’ 계약을 맺고 촬영에 임했으나, 어느 사이 누드 촬영 계약으로 변조됐다고 관련자들을 고소한 바 있고, 탤런트 사강 역시 자신이 촬영한 ‘누드 사진’이 사기라고 주장하며, 관련자들을 고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밖에 인기 탤런트 한고은과 김혜수도 몇 해 전 누드 사기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들은 실제로 누드를 찍고 돈을 떼인 게 아니라, 거짓 누드 계약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한고은의 매니저를 사칭하는 30대 초반의 한 남성이 ‘한고은에게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가짜 문서를 들고 나니며 계약금 10억원을 요구하면서 누드 콘텐츠 제작자들을 만나고 다닌 것.
김혜수 역시 이와 비슷한 일로 곤욕을 치렀다. 신원미상의 한 남자가 누드 관련 관계자들에게 김혜수 누드를 찍는 조건으로 최소 5억원을 요구하며 돌아다닌 것. 그러나 이 남자의 주장 역시 김혜수 측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치와 허영심’이 부른 사기
연예인들이 사기를 당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사치와 허영심’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8월 발생한 가짜 명품 시계 사기 사건. 당시 한 사기꾼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짝퉁 시계를 스위스 황실 시계라고 속여 1억원 이상의 고액을 받고 팔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중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정상급 스타들이 상당수였다.
알뜰하고 야무진 이미지를 가진 주부 탤런트 C양, 평소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했던 K양, 미모의 한류스타 C양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줄줄이 가짜 명품 시계를 사들였다. 이들이 구입한 원가 5~10만원짜리 명품 시계는 최고 500만원에서 1억2천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당시 대표적으로 거론된 연예인들은 10여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더 많은 연예인들이 가짜 명품 시계에 현혹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다른 연예인들은 “절대 돈을 주고 구입하게 아니다. 협찬 받은 물건”이라며, 여론의 질타와 비난이 두려워 ‘쉬쉬 덮고 넘어가자’는 쪽을 택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가짜 명품 시계, 명품 화장품 등에 수많은 연예인들이 속아서 광모모델로 활동하거나 구입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 “연예인 이미지 보고 투자했다”

일부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 일반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 7월에는 유명 연예인 정욱 부자가 자신들의 유명세를 이용해 금융 다단계 회사를 운영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발생했다.

견미리, JU 화상교육과 표지모델 활동
이들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1,000억여원의 돈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중견 탤런트 정욱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투자 설명회를 열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정욱의 유명세를 신뢰하며 지갑을 열었다.
최근 전국을 ‘다단계’ 열풍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는 JU 파문에도 여러명의 연예인들이 연루되어 있다. 인기 탤런트 견미리, 이광기, 가수 박강성 등이 그들. 이들은 JU의 주요 사업자로 소개되면서 사내방송에 얼굴을 내보내며 회원들을 상대로 화상교육을 하거나, JU의 사보 표지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견미리는 남편 역시 다단계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고, JU 홈페이지에는 공식적으로 견미리의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이밖에 그녀는 JU의 가맹점인 ‘뷰티 케어숍’을 운영하기도 했다.
견미리, 박강성 등 유명 연예인의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JU의 사업자 모집은 더욱 힘이 실렸을 것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분석이다.
하지만 JU에 연루된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우리도 속았다.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 특히 견미리는 과도한 취재와 관심 때문인지 핸드폰마저 정지시켜놓고, 주위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 ‘연예인 시켜주겠다’ 사탕발림
연예인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바로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며 접근해,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아역 탤런트 출신 이모(27)씨가 구속된 일도 있다.
이씨가 일반인들에게 돈을 뜯어낸 명목은 성형수술 비용, 치아 교정, 프로필 사진 등의 비용과 계약금이다.
이씨는 연예인 지망생에게는 “연예인이 되려면 치아교정을 해야한다. 모 여대 연극영화과에 입학시켜주겠으니 전속계약금으로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해 1,500만원을 받거나, 또 다른 지망생에게 “성형수술이 끝나면 뮤직비디오와 TV 드라마에 출연시켜주겠다.
수술비로 4,000만원이 필요한데 이 중 1,000만원을 계약금으로 달라”며 1,0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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