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마약 협박’ 파문 진상


최근 연예계가 또다시 ‘마약주의보’에 휩싸였다. 지난 10~11월에 유명 연예인 5명이 신원미상의 한 남성에게 마약을 미끼로 협박당하는 신종 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협박을 받은 연예인 중 한명이었던 가수 이승철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마약 협박을 받은 연예인중의 한 사람”이라며 “연예인들도 이런 범죄에 당당히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사건의 경위를 밝혔다. 합동 수사를 하고 있는 검경은 현재 범인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 범인으로부터 마약 협박을 받은 연예인들은 과거 ‘마약’ 투약 전력이 있던 연예인들로 이승철 이외에 가수 A, 개그맨 B와 C, 탤런트 D가 이와 연루되어 있다. 이 연예인들은 범인으로부터 “언론과 경찰에 알릴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받아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


“연예인들은 음으로 양으로 협박을 많이 받는다. 나 이외에도 5명이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돈으로 무마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연예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

이승철, 테러위협에 극심한 스트레스
지난 5일, 이승철은 “연예인 ‘마약협박’에 관해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겠다”며 여의도 모 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다. 이승철은 이 자리에서 마약협박과 관련해 자세한 경위를 밝히고, “범인으로부터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 가수 활동 21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연예계를 ‘마약 파문’으로 떠들썩하게 만든 연예인 마약 협박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지난 10~11월 사이, 가수 이승철에게는 시가 100만원 상당의 필로폰과 주사기, “2억원의 돈을 송금하라”는 협박 편지가 들어있는 소포 하나가 배달됐다. 당시 팬의 선물인줄 알고 소포를 열어봤던 이승철은 ‘필로폰’이 든 주사기와 “2억원의 돈을 송금하라”는 협박 편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바로 검찰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마약투여 여부’를 알 수 있는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이승철의 머리카락과 소변 등을 채취해 테스트를 했고, 그 결과 이승철에게는 ‘마약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무죄가 입증됐다.
‘마약 무혐의’ 결과를 통보받은 이승철은 안심하며 지내고 있었으나, 약 한달 뒤 후배 가수 A의 전화를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가수 A가 받은 동일인 소행의 협박편지에는 “이승철이 돈을 입금하지 않는 것은 나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이승철에게 어떻게 하는지 보고 돈을 입금할지를 정하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 이에 이승철은 “테러의 위협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24시간 경호원·매니저들과 함께 지내며 집에도 못가고, 호텔이나 외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로폰이 든 주사기와 협박편지를 받은 가수 A 역시 이승철과 상의하고 검찰에 즉각 신고했다. 이후 같은 마약협박 소포가 개그맨 B와 C, 그리고 탤런트 D에게 배달됐고, 이들 역시 즉각 해당지역의 검찰이나 경찰에 신고를 함과 동시에 ‘도핑테스트’를 받아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번 사건과 연루된 연예인은 약 5명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또 다른 연예인들도 동일한 수법으로 협박을 받고,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연예인 마약 협박’ 파문이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약 협박’ 받은 연예인들 더 있다?
특히 이번 마약협박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모두 과거 ‘마약류’ 투약으로 사법 처리를 받았던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또한 마약사범으로 분류돼 국민의 비난과 지탄을 받으며,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후 국민들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었고, 해당 연예인들은 조심스럽게 연예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또 ‘마약’과 관련돼 이름이 오르내리면, 연예인의 이미지는 다시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범인들은 바로 연예인들의 이런 약점을 절묘하게 이용한 것.
현재 5명의 연예인들은 이런 ‘위험요소’까지도 감수하면서 당국에 신고했지만,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범인들의 ‘마약협박’보다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 실추를 더 우려해 이런 사실을 쉬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과거 마약투약으로 이미지가 실추됐던 연예인들 중에는 여전히 그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많다. 요즘처럼 연예인과 마약이 연루된 사건이라도 터지면, 몇십년전 사건부터 줄줄이 터져나와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번 마약과 관련, 이름이 거론됐던 연예인들은 평생 ‘꼬리표’처럼 마약 관련 사건에는 이름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 “마약과 연관짖지 말아주세요”

마약협박 연예인 5명,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연예인 마약 협박 사건과 연루된 연예인은 5명. 이들 중 한명인 가수 이승철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다른 연예인 4명의 입장도 이승철과 똑 같을까. 대답은 ‘NO’.
우선 협박 편지에 이승철의 이름이 거론되어 있었다는 가수 A. 그 역시 과거 대마초 복용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제기에 성공해 활발한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가수 A측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수 A가 ‘마약협박’을 받은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지금 이런 상황에 A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는 것 자체를 매우 싫어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승철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당당하지 못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떠나서 이런 기사가 수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A도 이번 일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극도로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이 사건에 연루된 또 한명의 주인공 개그맨 B. B측은 A 측과는 달리 “사건은 사실”이라면서 일단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B측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약 협박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바로 신고를 했다”면서도 “하지만 관련 기사에 B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절대 원치 않는다”고 신신당부했다. 이런 기사에 이름이 거론되면 잊혀졌던 마약 사건까지 떠올리기 때문. B 역시 과거 대마초 복용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그 관계자는 “B가 받은 협박 편지에 ‘언론과 경찰에 알리지 말라’는 협박이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신고 당시 경찰에도 극도의 보안을 요구 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 관계자는 “B는 이승철처럼 테러 위협을 받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경호를 받거나 집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호텔을 전전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런걸 악용하는 사람들을 경찰이 빨리 잡아서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 유력하게 명단에 거론된 개그맨 C는 일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으며, 탤런트 D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민>



# 마약과 연루됐던 연예인들 누구?

연예인 & 마약,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바로 그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할 경우, 혹은 인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예인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대부분의 경우가 이 때문. 이렇게 마약을 복용했던 연예인들은 누가 있었을까.
우선,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마약에 처음 연루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당시 가수 김세환, 김도향, 개그맨 송영길을 포함해 ‘록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과 영원한 ‘국민가수’ 조용필 등 수십명의 연예인들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후 80년대에는 그룹 ‘사랑과 평화’, 가수 김수희, 개그맨 주병진, 들국화의 전인권, 그룹 ‘부활’, 가수 이승철, 김현식, 신해철, 영화배우 김부선 등의 인기 연예인들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90년대에는 당시 ‘테리우스’라는 별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가수 신성우를 비롯, 조덕배, 영화배우 박중훈, 최고 인기의 개그맨 신동엽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고 가수 이현우, 신해철, 현진영 등이 필로폰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연예인들의 마약 복용 건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우선 2001년에는 청순가련형 톱스타인 탤런트 황수정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가수 싸이의 대마초 사건, 영화배우 성현아의 엑스터시 사건, 지난해 남성그룹 ‘듀크’의 멤버 김지훈이 엑스터시와 대마초를 복용했고, 올해에는 신세대 연기자 겸 가수 고호경이 대마초 복용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이들 중 조용필, 이승철, 신성우, 박중훈, 이현우, 싸이, 신동엽 등은 마약의 그림자에서 빨리 벗어나 다시 연예계에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연예인들이 마약복용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
엑스터시 복용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연기자 성현아는 한동안 브라운관에는 출연하지 않고, 영화쪽 일에 전념하다가 최근 들어 조심스레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비쳤다.
처음 컴백할 당시 ‘명분 없는 컴백’이라며 반대가 심했지만,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해 지금은 별 무리 없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만에 연예계 컴백을 확정지은 탤런트 황수정은 그 성공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아직 여론이 온전히 마약 전과자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
하지만, 과거 그랬던 것처럼 뛰어난 연기력으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은 또다시 그들을 용서해 줄지도 모르겠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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