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대웅 기자

단군 이래 최고 경사, 한국 위상 높아져
소신 있는 국제사회 조정자 역할 충실히 수행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109(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반기문(潘基文·72) 외교통상부 장관을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단독 후보로 추천, 반 장관이 한국인 최초의 유엔 수장(首長)으로 사실상 확정되자 시민들과 누리꾼(네티즌)들은 한국외교의 쾌거로 받아들이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당시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으로 한반도 전체가 충격과 긴장속에 빠져 있던 터에 날아온 낭보여서 시민들의 기쁨은 배가된 모습이었다.
 
당시 반 총장은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임하면 한반도 전담특사를 임명, 상시 유지하면서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북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긴장이 매우 고조되고 있었지만 한국인 첫 유엔 사무총장 탄생이 지역안정과 국제평화, 국익(國益)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소신 있는 조정자로서 업무를 수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당시 바른사회시민회의의 현진권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이 그런 중요한 자리에 앉았다는 것 자체가 단군(檀君) 이래 최고의 경사라며 한국의 국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증거여서 뿌듯하다고 반겼다. 현 사무총장은 반 장관이 일 할 자리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한 자리인 만큼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꾼과 일반인들도 환호와 함께 반 장관이 앞으로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유엔을 잘 이끌어주기를 희망했다.
 
회사원 A(34)씨는 당연히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강대국의 힘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나가며 국제사회의 조정자로서 인정을 받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게시판에 글을 올린 아이디(ID·이용자신분) ‘yoontaikkoon’경제 성장과 성공적인 민주화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 반 장관의 사무총장 선출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을 반증하는 쾌거라고 환영했다.
 
‘nonfresh’사무총장 선출은 반 장관 개인의 능력과 한국의 외교 노력이 이뤄낸 합작품이라고 말했으며, ‘wjdhrl79’이번 경사를 계기로 한국이 작지만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다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임기 마지막 LA 방문에드 로이스·입국 난민 접견
 
10년간 사무총장으로 재임해 온 반 총장은 올해 말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반 총장은 810(현지시간) 임기 중 마지막으로 캘리포니아 주 남부 중심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찾았다. 올림픽 주최국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아르헨티나를 차례로 방문하고 이날 오전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반 총장은 유엔 파운데이션 주최로 LA 시내 시티클럽에서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과 회동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평소 친분 있는 반 총장에게 캘리포니아 주 초청 의사를 건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동포를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한 간담회 성격의 모임에서 반 총장은 유엔의 역할과 그동안 사무총장으로 재임해온 소회를 밝혔다.
 
반 총장은 재임 기간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 신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을 추진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여성의 역할 증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강조했다.
 
현재 후임 총장을 뽑는 투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반 총장은 후임자가 갖춰야 할 자질로 비전, 조정능력, 그리고 동정심을 꼽았다. 그는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첫 번째라면 복잡한 문제를 잘 조정해 풀어갈 줄 아는 포용능력이 두 번째라고 했다.
 
아울러 전쟁과 빈곤이 여전히 세계적인 문제로 남은 이상 “(난민 등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후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차기 총장 자질은 비전·조정력·동정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는 데 적극적인 지한파 인사로 꼽히는 로이스 위원장은 남부 캘리포니아 주에 팬들이 많은 것 같다며 반 총장에게 조크를 던진 뒤 그간 사무총장으로서의 노고를 위로했다. 반 총장과 로이스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피한 채 약 30분간의 간담회를 끝냈다. 그는 비영리 단체인 코액트(Co.ACT) 소속 우리나라 고교생들을 만나 반갑게 악수를 한 뒤 LA 서쪽으로 이동해 미국에 온 난민들과의 만났다.
 
할리우드서 유엔 홍보할리우드 스타 250여 명 총출동
 
반 총장은 이어 할리우드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의 얘기를 다룬 드라마 인 함스 웨이’(In harms way)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할리우드 스타 250여 명으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래리 킹의 사회로 진행된 제작 발표회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잭 니컬슨, 에드워드 노턴, 수잔 서랜던, 로버트 드니로, 샌드라 블록, 벤 애플렉, 머라이어 캐리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했다. 반 총장은 평화와 안정을 위한 숭고한 뜻을 이루기 위해 1년에 100명 이상 평화유지군이 전사하고 있다면서 할리우드라는 매체를 통해 이들의 희생과 유엔이 지향하는 바가 잘 전파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의 할리우드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반 총장은 지난 20103월과 20112월 할리우드 방송·영화 예술인, 연예인들을 만나 할리우드가 유엔을 긍정적으로 묘사해주도록 촉구한 바 있다.
 
실제로 반 총장은 평소 할리우드의 기술과 파급력을 이용해 평화·발전·인권·여권 신장 등 유엔의 이상을 세계에 전파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해왔다고 유엔 관계자는 전했다.
 
<윤광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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