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 이찬그 진실의 끝은?

2007년, 새해의 첫 해가 뜨자마자 세상을 온통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민영-이찬의 충격적인 파경 속사정이다. 새해 첫날 인터넷에는 이민영이 코에는 반창코를 붙이고, 눈은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어지는 이민영의 증언. “그동안 상습 폭행에 시달렸다”, “이찬의 폭행으로 15주된 아이가 유산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2일, 이민영은 병상에 누워 기자들과 짧은 만남을 가졌고, 그간의 사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게 이민영의 초스피드 이혼 속내는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찬 역시 이에 질세라 “이민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내가 발로 차서 유산시켰다”고 한 거짓말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민영과 이찬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각각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렇게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두 사람의 최종승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결혼 전에도 몇차례 폭행이 있었다”, “이찬은 차안에서 내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운전을 했다”, “내리려고 하는 나를 발로 차서 차 밖으로 내동댕이 쳤다”, “배를 맞아서 15주째 되는 뱃속의 아이가 유산됐다.”

이민영 “잦은 폭행에 시달렸다”
지난 2일,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13층 특실에 누워있는 탤런트 이민영의 입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TV에서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탤런트가 그토록 처참한 모습을 하고 누워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누가 아름답던 이민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답답할 뿐이었다.
이날 병원에는 약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병원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병상에서 이민영은 퉁퉁 부은 얼굴에 목소리도 크게 내지 못해 주위 사람이 통역을 해줘야 했다. 기자들과 10여분간의 면회 시간이 끝나자, 이민영의 변호사와 이민영의 담당 의사들이 나와 짧은 브리핑을 했다. 코뼈를 수술한 성형외과 의사와 눈의 강막 손상이 의심된다고 소견을 밝힌 안과 의사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유산’ 수술을 집도한 산부인과 의사는 없었다. 알고보니 이민영은 사건이 있던(12월 19일) 직후, 하열이 있어 광장동 근처 개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영의 입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같은 날 오후, 이찬 쪽에서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이민영의 거짓말에 도저히 참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날 한림대 강동 성심병원에 몰려있던 수많은 취재진들은 대부분 다같이 이동을 하다시피 해서 이찬의 기자회견장인 여의도 수&영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이찬 “집, CF 문제로 충돌 잦았다”
베이지색 점퍼에 남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찬. 얼굴 가득 초췌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찬은 “그동안 언론과 네티즌들이 나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면서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도 병원에 입원하면 쇼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병원도 못갔다”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이찬은 6장에 걸친 보도자료에 그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요지는 ‘집 문제’와 ‘CF 문제’로 결혼 전부터 이민영 측과 잦은 충돌이 있었다는 것.
“제 나이에 49평, 3억 5,000만원짜리 전셋집에 불만을 갖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민영이 어머니와 민영이는 제 명의로 된 집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인테리어’ 문제 등 불만을 제기했어요. 또한 신혼여행에서도 민영이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 ‘광고가 들어왔는데 민영이 임신 때문에 돈도 못 벌고 이게 뭐냐’고 핀잔만 들었어요.”
특히 이찬은 일부 언론의 ‘유산’ 기사에 대해서도 “말다툼 끝에 서로 7~8차례의 뺨을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발로 민영의 배를 차서 아이가 유산됐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임을 강조했다.
또한 “결혼 전에도 잦은 폭력이 있었다”는 이민영의 주장에 대해서도 “결혼전에 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0일 주위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화려하게 결혼식을 치렀던 ‘사랑하던 부부’는 어느새 평생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남남’이 되어 있었다. 서로에게 비수의 칼날을 꽂으면서 말이다.


양측, 치열한 진실게임 공방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밝힌 두 사람의 증언은 서로 엇나가는 부분이 많았다. 분명 둘 중 한명은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

핵심1 자연유산 or 중절수술
우선 이민영과 이찬의 주장이 확연히 다른 것은 바로 ‘유산’ 부분이다. 이민영은 “이찬이 배를 발로 차서 하열이 있었고, 아이가 사산돼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찬은 “이민영의 배를 발로 찬 적이 없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아기인데, 설마 내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있냐”며 강하게 분노했다.
이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민영은 이찬에게 지난해 12월 21일 전화를 걸어 “1시에 수술을 한다. 어제 자궁 넓히는 약물을 넣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자궁에 약물을 넣는 것 자체가 자연유산이 아니라 임신중절을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민영측은 이찬이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그렇지 자연유산이 돼도 15주째 되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상태라, 강제로 자궁을 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민영의 산부인과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최근 MBC의 한 프로그램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상 아이가 사산돼 수술을 집도했다”고 밝혀 이민영의 자연유산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기도 했다.

핵심2 이찬의 상습 폭행 vs 그런적 없다
이민영은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인 지난해 12월 19일, 차안에서의 폭행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결혼 전에도 여러 차례 폭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민영은 이찬이 폭행 후에 늘 무릎 꿇고 싹싹 빌었고, 결혼해서도 폭행을 하게 되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에 결혼 후에는 달라질 줄 알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찬은 “상습적인 폭력이라니 말도 안된다”면서 “신혼여행 직후 차안에서 싸울 때 따귀를 7~8대 때린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 이전에 폭행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찬은 폭력 면에서도 자신도 피해자라면서 오히려 이민영의 어머니와 오빠로부터 수십대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핵심3 집문제 vs 사실무근
이찬은 이민영의 어머니가 ‘집문제’로 상당히 불만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찬은 처음에 33평짜리 아파트 전세를 구했는데, 이민영의 어머니가 방송에서 취재를 나오면 민영이가 챙피하다면서 더 큰 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했다는 것.
그래서 이민영이 원하는 대로 49평 3억5,0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구했지만, 그것도 ‘전세’라는 이유로 갖은 불만을 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민영의 어머니가 임신 때문에 CF를 못찍게 됐다면서 5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민영 측은 “이민영은 충분히 많은 돈을 버는데, 혼수에 대해서 뭐라고 하겠냐”고 이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다.

핵심4 청평의 모텔만남 vs 아니다
이들의 주장 중에 또 한 가지 엇갈리는 것은 사건이 있은 이후인 지난해 12월 26일 청평에 같이 놀러 가서 모텔에 갔느냐, 안갔느냐 하는 것이다.
이찬은 보도자료에서 “이민영이 먼저 이찬에게 전화를 해서 청평에 갔다”며 “당일 결제한 카드 명세서도 있으며, 자신에게 맞아서 코뼈가 골절됐다면 어떻게 청평을 갔겠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민영은 “26일 언니네 집에서 요양중에 이찬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모텔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영의 측근은 “이민영이 계속 코의 통증을 호소해 검사를 받았고, 코뼈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오래되면 굳을 수 있다는 소리에 30일 수술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이민영의 담당의사들이 이민영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민영의 코뼈 수술을 한 정철훈 의사는 “이민영이 지난해 12월 30일 처음 왔고, 처음 충격이 있은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CT 촬영 결과 코뼈 골절, 비중격 골절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코뼈는 부러지면 2~3주만에 굳어지므로 바로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민영의 안과진료를 한 박성표 의사는 “처음 왔을 때 눈에 멍이 들어서 왔다”면서 “경험상 둔탁한 물체에 맞아 생긴 것 같다”고 폭행에 의한 멍임을 시사했다.
또한 MBC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6월, 경기도 소재 한 호프집에서 이민영이 이찬에게 폭행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방송에서 증언을 해 이찬의 ‘상습폭행설’에 무게를 실었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 3일과 4일, 각각 검찰에 서로를 고소했고 이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일만 남았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과 네티즌, 국민들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이민영에게 동정표를 던지고 있고, 일부 네티즌들은 ‘유유상종’이라며 똑같은 사람끼리 만나서 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민영-이찬, 서로 검찰 고소
또한 일부에서는 이들의 싸움을 연예언론들이 “가정폭력을 흥밋거리로 전락시키며 싸움을 더욱 부추겼다”고 비난하고 있고, 급기야는 정치권에서까지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승희, 홍미영 의원과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지난 4일 성명을 발표하고 “병상에 누워 있는 가정폭력피해자인 이민영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 가정폭력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분노를 느낀다”며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3일 ‘행복한 여자’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탤런트 김석훈은 “이민영-이찬의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가진 사회적인 문제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석훈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모습에서 가정 폭력, 결혼에 대한 사회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이제는 누구 한명의 잘잘못 보다,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게된 이번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맞아도 이미지 때문에 ‘쉬쉬’

연예계 가정폭력 실태
연예계 스타들의 가정폭력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경실, 김미화, 최진실 등의 톱스타들이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경실은 전남편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아 병원에 입원하면서 큰 충격을 던져줬고, 개그우먼 김미화 역시 남편과 이혼한 이후 그간 남편으로부터 폭력이 있었음을 밝혔다.
최진실과 야구선수 조성민 역시 이혼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전이 언론을 통해 낱낱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진실은 결국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민영과 이찬 커플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연예인들의 가정폭력 사례는 네차례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연예계를 꿰뚫고 있는 한 연예 관계자는 “이번에 알려진 연예인들의 가정폭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 관계자는 “가정폭력으로 고생하는 스타들이 이들 뿐이겠냐”면서 “연예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쉬쉬하고 있을 뿐, 알려지지 않으면서 맞고 사는 연예인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가정폭력에 대한 연예인들의 좀 더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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