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우울증 왜?

가수 유니가 자살한지 보름 남짓 만에 탤런트 정다빈이 남자친구 집에서 목맨 채 발견되자 연예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겉으로 보기엔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쥔 연예인이지만 사실 이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루에 수십 명의 연예인들이 각종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은 다반사. 잠깐 떴다가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는 이들은 그래서 늘 불안감과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산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한 20대 초반의 여자 연예인들은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우울증으로 인한 연예인들의 돌발사고는 점화 직전의 시한폭탄과도 같다.


연예인을 옥죄는 것은 인기에 대한 불안감이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사는 존재. 한방에 대박 나고 한방에 박살 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설사 이번에 잘 됐다 하더라도 다음 번에도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신인일수록 더하다. “거기에서 오는 압박감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톱 탤런트 A씨는 “청춘 스타 시절 늘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살았다. 연예인들에게 최고 행복한 순간이 전성기일 거 같지만 최고 자리에 있을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훨씬 심하다”면서 “나 역시 인기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굉장한 정신적 불안감에 시달렸었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 배출구? NO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젊은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주연급인 연기자 B의 매니저는 “B도 한동안 작품을 못했다. 만날 때마다 초조하고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기가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특히 자신이 쉬고 있는 동안 자기보다 못 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치고 올라오는 모습에 초조함을 느끼는 것 같다. 또한 겉으로는 활발한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내성적인 연예인들도 많다”고 말한다.

연예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누구나 받는 스트레스를 직업상 노출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처럼 사람 만나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고. 술 한 잔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일단 자유롭지 못하고 행동을 구속받는 자체가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또 다른 매니저는 “연예인은 대부분 집에 가서 혼자 생활한다. 성격이 예민할 뿐 아니라 아픔을 남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자기만의 생각이 많아진다. 중간 중간에 운동을 하며 풀어주어야 하는데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우울증과 불면증이 겹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마음 놓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김세주 교수(정신과)는 “모든 자살의 80%는 우울증이 원인이다. 한 번도 연예인을 치료해본 적이 없다. 연예인들은 스케줄이나 이목 때문에 우울증이 심해질 때까지 문제를 키운다. 주변의 편견도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공범”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세대 김세주 교수는 자신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자살, 자신감이 원인

“연예인은 방송이나 연기에 올인한다. 그런데 대중적 인기는 본인이 노력해서 예측이 가능한 게 아니다. 성공의 열쇠가 자신이 아니라 외적 요인에 있을 때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받는가, 못 받는가가 자아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다. 자살은 실패했을 때 대중의 반응이 두려워 도망가고자 하는 심리다.”

갱년기 우울증을 정신과 치료를 통해 극복하고 성공한 탤런트 김영애는 “나만 해도 용기를 많이 내야 했다. 겪어 보니 순간만 넘기면 된다. 주변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자살소식이 이어지면서 매니지먼트사들은 ‘여자 연예인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한 여자 연예인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매니저들은 소속 식구 챙기기에 신경이 곤두섰다.

특히 평소 정다빈과 절친한 사이였던 연예인들의 충격은 남달라 소속사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정다빈과 우정이 각별했던 신인 탤런트 황지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황지현이 절친한 친구의 죽음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하루 종일 소속사 직원들과 함께 지냈다”며 “혹시라도 우울증에 빠질지 몰라서 평소보다 더 특별하게 신경쓰고 있다”고 걱정했다.


함께 있는 시간 자주 마련,

지난달 가수 유니의 자살 이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죽고 싶다’는 등 외롭고 힘든 심정을 털어놓은 베이비복스 출신 이희진도 소속사에서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이희진의 미니홈피 내용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이 그의 홈피를 방문해 격려의 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 자살한 고 이은주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연기자들이 함께 보낼 시간을 자주 마련하고 있다. 나무엑터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연예계에 자살 소식 등이 잇따르고 있어 안타깝다”며 “우리 회사 연예인들은 행사때마다 자주 모여 함께 식사하고 술도 마시며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
동료애가 남다르다. 연기자끼리 흉허물없이 평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문근영을 제외한 모든 연기자들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광주가 고향인 문근영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 객지생활이 낯설지만은 않다.

한효주 가수 아이비 소유진 등이 소속된 팬텀엔터테인먼트는 더욱 적극적으로 여자 연예인 보호에 나섰다. 유니와 정다빈의 자살을 계기로 여자 연예인들에게 좀더 신경을 쓰고 상담도 자주 하고 있다. 팬텀 이상엽 실장은 “지방 출신인 연기자들과 연습생이 있는데 6개월전부터 연기자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며 “희망하는 연기자들에게 정신과 상담을 통해 평상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매니지먼트 이벤트사업 등 다각화
(주)파로스이앤아이 엔터테인먼트 출범

중견 연예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파로스이앤아이 엔터테인먼트가 오는 3월7일 사업부 출범식과 함께 대규모 자선 바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매니지먼트 활동에 들어간다.

㈜파로스이앤아이는 기존 중견연기자들의 매니지먼트사업을 기반으로 참신하고 능력 있는 신인 발굴은 물론 드라마 영화 기획 및 제작을 목표로 하여 마케팅과 국내 문화산업의 발전과 해외진출을 도모해 나아갈 토털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고 있다.

이로써 ㈜파로스이앤아이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는 방송, 영화 등의 연예 매출과 동시에 드라마제작 전국규모의 유통사업도 추진하여 통신사업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보다 경쟁력 있는 통신 솔루션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파로스이앤아이에는 길용우, 김동현, 심양홍, 유태술, 정재곤 등 30 여명의 중견연기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스타들 악플 대처법 악플도 여론, 즐겨라

스타들이 멍들고 있다. 일부 지각없는 네티즌들이 스타에 대한 ‘악플’을 쏟아내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최근 자살한 연예인들의 공통점도 ‘악플’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스타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무대응 혹은 법적 조치 등 능동적인 대처로 ‘악플러’와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악플러’들은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조차 추모의 뜻보다 근거없는 비난과 인신공격을 늘어놓고 있다. ‘악플에 대처하는 연예인의 자세’ 몇가지를 소개한다.

연예인 대부분이 취하는 대처법은 ‘무시형’이다. ‘악플이 무서워서 피하나, 보기 싫어 피하지’.

악플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고, 묵과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현실에서 차라리 무시해버리는 것이 속 편하다는 것이다. 이들 연예인은 인터넷을 보지 않거나, 보더라도 소속사나 매니저를 통해 한차례 ‘걸러진’ 리플만을 본다.

영화배우 하지원은 “요즘엔 인터넷을 아예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나마 성인 연예인은 나은 편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 연예인들의 경우 악플은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부모와 소속사 차원에서 악플을 못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배우 고아라 측은 “섬세한 사춘기에 마음에 상처입을까봐 스스로 인터넷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역배우 유승호 매니저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인터넷에 시샘과 오해가 담긴 글이 올라올 수 있고 승호가 그것에 상처받지 않도록 특히
댓글은 못보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젊은 연예인들은 싸이홈피와 인터넷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이들은 악플에 상처받기보다는 ‘연구대상’으로 받아들인다. ‘악플은 요지경 세상’ 바로 관찰형.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을 즐겨하는 탤런트 김정훈이 좋은 예다.

김정훈은 “이제 악플이 나오면 ‘어떤 심리로 이런 글을 썼을까’라고 연구하기 시작한다”며 “평소 익명으로 게임과 채팅을 즐기다보니 익명으로 네티즌들을 자주 접촉하며 악플 다는 심리를 캐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악플도 관심의 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악플에 적극 대처하는 연예인도 있다. 이들은 ‘낙관형’으로 분류된다.

한때 ‘비호감 연예인’으로 불리던 탤런트 현영은 “저는 악플과 대화한다”고 말한다. 공격성 악플에는 ‘그래서 미안하다’, 오해성 악플에는 ‘그게 아니다’라고 대답하는 것. 긍정적이고 꾸준한 현영의 대응에 이제 악플은 거의 없어진 상태다.

마지막으로 참다 참다 못 참는 경우, 마지막 호소할 곳은 법밖에 없다. ‘악플을 탈출하는 마지막 출구’ 법적 대처형이다.

최근 들어 악플이 도를 지나쳐 사이버테러나 인신공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위험수위에 다다르자, 최후의 수단으로 이를 선택한 연예인
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가수 비와 영화배우 김태희는 ‘방송사고설’ ‘재벌과의 비밀 결혼설’등 허위소문을 유포한 네티즌들을 고소했다. 최근에는 영화배우 신하균과 하리수가 허위 소문을 유포한 네티즌을 대상으로 강경대응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 일반인을 함부로 고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태희의 경우 악플을 단 네티즌이 밝혀지자 고소를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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