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혜옹주 허진호 감독 인터뷰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 제천에서 허진호 감독을 만났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로 12회를 맞았으며 허진호 감독이 위원장을 맡아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제천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바 있다.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등의 영화를 제작한 감독으로 최근 개봉한 덕혜옹주를 연출했다.

 

영화 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손예진이 주연을 맡아 연기해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가 나오기까지 오랜 제작 기간도 있었지만 그 전에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결정되는 데까지도 쉽지 않은 과정과 많은 난관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는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사실은 덕혜옹주라는 인물이 과연 다뤄질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는데 주변에서 영화로 만들기는 힘들지 않냐는 이야길 많이 했고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장 크게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부분 때문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덕혜옹주의 삶에 특별한 드라마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불행한 여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덕혜옹주의 삶이 비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해피엔딩까지는 아니라도 옹주의 삶 자체가 비극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이었다고 말했다. 

허진호 감독은 이번에 함께한 배우 손예진과 일전에도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손예진씨는 영화 외출에서 함께 작업을 했었고 똑똑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 영화 출연할 때 시사회 가서 보고 하면서 이 배우가 끊임없이 성장, 발전하는 배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고심했던 것은 극중 스토리상 노인 분장을 하게 되는데 노인 분장을 했을 때 이질감이 생길 수 있는 배우가 아니어야 했다. 배우를 다른 사람으로 나눠서 갈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한 인물이 가져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린 분위기와 나이든 성숙한 분위기가 동시에 가능한 배우이기 때문에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최근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허 감독은 손예진의 연기에 대해 마치 접신을 한 것처럼 연기했다는 표현을 한 바 있다.

“광복이 됐지만 그리던 조국으로의 입국이 불허됐을 때 역에서 드러누워 미친 사람처럼 웃는 장면이 있다. 신기(神技)라고 느꼈던 건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할 때 자기를 다 버리고 그 인물이 돼서 연기를 하면 본인이 아닌 오롯이 해당 인물로 보일 때가 있다. 접신됐다고 한 건 표현이 좀 과격했던 것 같고 그만큼 배역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다.”

감독이라는 직업은 경우의 수가 매우 다양한, 불확실성과 싸우면서도 기다림의 연속인 직업의 하나다. 영화 제작이라는 작업 또한 그러한 연속선상에서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라 예상할 수 있다.

허 감독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좀 자유롭기는 하지만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자기 관리가 많이 필요한 직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창작의 고통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찾아야 되고 그것이 또 대중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또 투자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하고 배우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부분에서 화려한 직업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을 만들면 그것이 대중과 얼마만큼 소통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특히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의 경우에는 많은 부분들에 책임을 져야 하고. 영화가 작품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 문화 산업의 하나, 즉 상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작품성과 상업성을 얼마나 조화 있게 갖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갖고 가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지금까지는 영화와 영화 사이 텀이 좀 긴 편이었는데 앞으로는 그 텀을 좀 줄여서 되도록 많은 영화로 대중들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vitamin@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