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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군 의료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간 곳에서 생명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지니고 살아야 할 만큼 큰 사고를 당한다면 이것만큼 황당하고 억울한 경우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우리나라 군대에서는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서울에서는 그동안 일어난 군 의료사고를 되짚어 보고 문제점을 진단해 봤다.

병영문화·시설·서비스 다 바꿔야 한다
시설 투자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군 의료사고는 대부분 군 의료진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임상경험이 짧은 간호장교와 의무관 등이 환자를 보니 숙련도도 부족하고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다. 또 군 의료시설과 병영문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군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사고가 터졌을 때뿐이었다.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시설투자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군 생활을 하는 장병들은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군의관 실수로 동맥 끊겨
엉뚱한 주사로 심정지

지난해 2월 폐렴으로 사망한 A 일병은 국지도발훈련 중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사단 의무대를 찾았다. 의무대를 거쳐 국군양주병원으로 후송된 A 일병은 병세가 악화돼 서울의 한 민간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경색으로 숨졌다.

제대를 불과 한 달여 남겨둔 B 병장은 지난 6월 간단한 목디스크 시술을 받기 위해 군 병원을 찾았다가 아예 한쪽 팔을 못 쓰게 됐다. 신경차단술을 하려면 혈관 등을 잘 볼 수 있도록 조영제를 놓아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의료장비에 김이 서리는 걸 방지할 때 쓰는 에탄올을 대신 주사해 문제가 생겼다. 간호장교가 조영제와 에탄올이 담긴 병을 혼동해 가져왔고, 약품을 건네받은 군의관 역시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지난 2006년에는 육군 일병이 군의관 실수로 동맥이 끊겨 숨졌고, 2009년에는 군 고위 간부가 엉뚱한 주사를 맞아 심정지 증상을 일으키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의료사고는 아니지만 의료진 문제로 다친 군인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북한군 목함지뢰에 양쪽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의 경우 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특수외상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부족해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아무리 군대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군대에서 다친 허리
이젠 수술해야 할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대 내에서는 의무대, 군병원 등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B 병장의 의료사고 소식을 들은 C(36·직장인) 씨도 아찔했던 군대시절이 생각난다. C 씨는 강원도 양구에서 군 복무를 했다. 일병시절이던 어느날 군대에서 무거운 짐을 날랐는데 갑자기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평소 아픈 곳도 없었는데 허리가 너무 아프고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의무대에 들렀지만 의무대에서는 특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C 씨는 휴가를 내 민간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C 씨는 결혼을 한 지금까지 병원을 수시로 찾는다. 당시 아팠던 허리가 결국 문제가 돼 회사에서도 오랜 시간 똑같은 자세로 앉지 못한다. 조만간 C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할 예정이다.

C씨는 “군 시절에는 눈치가 보여 아프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워낙 믿음이 없다 보니 의무대에 갈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수련의가 군 의무장교니까 실력이나 판단력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가 아파도 두통약 주고 머리 아파도 두통약 주고 감기 걸려도 두통약 준다.” 이 말은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군대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군인들 사이에서는 군 병원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치료비 지원도 부족
평생 장애 안고 살아야

군대에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문제다. 앞선 사례의 A 일병은 사망 후 유족이 의료사고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병상일지를 포함한 자료를 군에 제출했고 군도 자료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다행히 감정기관이 지난해 12월 ‘신경과와 협진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는데 협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의견을 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이 손상돼 왼팔이 마비된 B 병장은 군인 장애 보상 2급 판정을 받았다. 그 결과 보상금 1천여만 원과 전역 후 6개월간 치료비 지원을 받게 됐다. 국방부에서는 치료비 지원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보훈병원과 연계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B 병장과 가족은 평생을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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