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프리선언’ 봇물

김성주 아나운서의 거취에 방송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KBS의 강수정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연예 기획사의 스타 아나운서에 대한 영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김성주 아나운서의 거취를 둘러싼 의문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에 대해 MBC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김성주 아나운서의 거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표를 제출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역 아나운서의 끊이지 않는 고민은 ‘프리랜서 전향’. 이들은 왜 프리랜서를 선택하며 그 고충과 장점은 무엇인가.


김성주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 여부가 거론되기 시작한 때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이 끝난 직후다. 주위의 젊은 연예인들은 ‘이미 그가 프리랜서 신분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아나운서 고유 영역 외에서 그의 활동은 두드러졌다. MBC 안팎에서 끊임없이 나돌던 김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설은 지난 설 연휴 직전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방송계에서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을 기정사실화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아나운서의 모 동료 아나운서는 “요즘 김성주 아나운서의 근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도 김성주 아나운서를 본 지 오래됐다. 정확한 사실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 속에 일각에선 김성주 아나운서를 영입하려는 구체적인 연예 기획사와 계약금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성주 아나운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얘기들이 기사화되고 사실과 다른 얘기들도 나오고 있어서 힘들었다. 잠시 고향에 내려가 설을 보내면서 가족들과 상의도 하고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했다”며 “어떤 결정이든 빨리 내리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MBC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 전향에 대해 언제 왜 고민을 할까.

대부분의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전향에 대해 처음으로 심각히 고민하는 시기를 물으면 “첫 CF 제의가 들어 왔을 때”라고 반농담으로 대답하곤 한다.


방송사 소속 여러 가지 제약

아나운서가 경제적인 요인으로 ‘독립’을 택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방송사 소속일 때 여러가지 제약을 받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방송사 소속일 때는 연차에 따라 연봉 2,500만~9,000만원의 급여가 수입의 전부지만 프리 선언을 할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다. 프로그램 회당 출연료도 직원이었던 때 받았던 2만~5만원의 실비가 아니라 일반 연예인 출연자들처럼 200만~500만원 선을 보장받는다. 프리랜서로 신분이 바뀌면 몸값이 스타 연예인 못잖게 치솟고 상업 광고에도 얼굴을 내밀며 고소득을 누릴 수 있다.

강수정 아나운서는 ‘연예가 중계’를 진행할 당시 “제의가 들어와도 방송사 직원이라 패션쇼 무대에 못 선다”고 밝힌 바 있다.

결혼 후 집안 일과 가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도록 자기가 정한 조건에서 일 할 수 있는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아나운서는 프로듀서, 기자
와 마찬가지로 방송사에 소속된 직원이다. 따라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방송 프로그램을 맡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KBS를 사직하고 현재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최은경 아나운서는 “결혼 후 남편에게는 좋은 아내가 되고 싶고 방송도 놓을 수 없는 내 일이었다. 모든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얽매인 직장인보다 프리랜서가 낫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가 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셈이다.


“자유로운 방송 생활 부럽다”

이런 여러가지 요인들은 현재 방송사 간판급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인기 아나운서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 인기 아나운서는 “사실 현역 아나운서들이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프리랜서로 전향할 만한 제의와 조건에 관한 얘기들이다. 최근에는 예능 분야 인기 아나운서의 경우 계약금을 2억~3억원 보장한다는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사 소속으로 일하다 보면 매일 새벽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3~4시에 일어나고. 부족한 코디네이터 비용도 사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아나운서는 회당 2만~5만원 상당의 적은 출연료만을 받지만 함께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회당 수백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최근 연예인 파워가 커지고 아나운서의 설자리가 상대적으로 좁아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프리랜서 전향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로 전향하면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방송 활동을 할 수 있다.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긴 하지만 7년차, 10년차마다 연초 연봉 협상 때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것을 회사 측과 논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도 분야를 오래 맡은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로 전향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프리랜서가 최고의 선택이냐는 데에 현역 아나운서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다.


프리랜서 “고충도 많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 아나운서는 “방송사 소속이 온실이라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은 들판에 혼자 내보내지는 것과 같다.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오지 않으면 백수 생활도 각오해야할 만큼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며 “방송사 소속일 때는 몸이 고단하고 마음은 편했는데 프리로 활동할 때는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들어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더 빨리 변화해야 되고 마치 1인 사업체처럼 프로그램을 따기 위한 ‘영업 활동’에도 뛰어들어야 한다.

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매니저는 “시청자들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이지 않으면 금세 잊기 때문에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몇 개월만 쉬어도 인지도가 눈에 띄게 하락한다”며 “처음에는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아나운서들이 시장에 나온 뒤에야 자신의 실제 몸값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수입에 대해 “동료들을 보면 적게는 한 달 수입이 2,000만원부터 CF출연을 하는 인기 아나운서의 경우 1억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맡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정말 수입이 0원이 될 수도 있고 한번 이미지가 망가지면 이를 챙겨줄 방송사도 선후배도 없다는 위험
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는 방송사 직원 신분증을 반납하는 순간 MC가 된다. 아나운서와 달리 MC는 연예인이다. 아나운서에게 방송사 프로듀서 등은 동료 직원이지만, MC는 ‘갑’과 ‘을’을 따져야 하는 계약관계로 프로듀서를 대해야 한다. 동시에 이름 뒤에 붙던 ‘씨’도 빠진다. ‘아나운서 ○○○씨’가 ‘MC ○○○’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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