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가 직장인 재교육 단과대학으로 ‘미래라이프(평생)대학’ 설치를 둘러싸고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로 내분에 휩싸였다. 이 대학은 직장인 재교육을 위해 3년 이상 전문분야 경험을 쌓은 특성화고교 출신 150명을 선발키로 했다. 전공으로는 뉴미디어, 융합설계, 웰니스(건강·영양·패션)산업 등 이며 야간과 주말에 수업을 받게 한다. 입학생들은 4년 과정을 이수하고 학사 학위를 취득한다. 미래라이프대학은 교육부의 직장인 재교육 일환으로 추진되므로 정부 지원금 30억 원을 받는다. 대학 측은 “세계 유수대학에서 이미 시행 중”이며 “실무경험이 풍부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설치가 여론수렴 없는 일방적 결정이고 ‘학위 장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총장 사퇴’성명서를 발표했고 추가로 서명작업에 들어갔으며 지난 18일 전체 전임교수의 11%가 가담했다고 한다.

200여 명의 시위학생들은 7월 28일부터 대학 본관을 점거했고 교수와 직원 5명을 46시간이나 가뒀다. 7월30일 학교 측의 요청으로 경찰 1600여 명이 출동, 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교직원들을 구출했다. 갇혔던 교직원들은 탈수 증상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학 측은 8월3일 미래라이프 대학 설치를 철회키로 했다. 그러나 8월10일 재학생과 졸업생 3500여 명은 집회를 열고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학생들은 대학 구성원으로 대학 당국의 결정에 대해 반박하고 시위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위는 대학인답게 평화적이고 논리적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직원들을 이틀씩이나 가뒀다는 것은 지성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폭거였고 용납될 수 없다.

시위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반대 이유로 “수렴 없는 결정” “돈벌이 수단”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들의 반대에는 옹졸한 엘리트 의식이 숨겨져 있다. 직장인들의 야간대학 설치로 귀족풍의 여자대학이 근로여성 대학으로 인식돼 대학 위상이 훼손될 것을 두려워한 데 연유한다. 폐쇄적 엘리트 의식과 빗나간 자부심 탓이다.

시위 참여 학생과 졸업생은 이화여대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만이 입학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엘리트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던 직장인들이 재교육을 위해 이화여대 야간 학생이 된다는 것을 수치로 여겨선 아니 된다.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내에 임대 아파트 동(棟)이 들어서는 것을 집값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천민 이기주의와 다르지 않다.

이화여대는 1886년 미국 선교사 메리 F. B. 스크랜튼 여사가 한 여학생을 받아들이면서 출발하였다. 건학이념은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여성 권위 신장과 국가 및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여성 지도자 육성에 있다. 이 대학 학생과 졸업생은 미래라이프대학이 여성권위 신장과 국가 발전에 공헌할 수 있다면, 반대할 게 아니라 앞장서서 지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 학생과 졸업생이 미래라이프대학 설치를 반대하고 나선다면, 경쟁이 치열한 국제화 시대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이화여대의 미래는 없다. 이미 미국 하버드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에서는 직장인 재교육 과정을 두고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이화여대 학생과 졸업생은 폐쇄적 엘리트 의식에 갇혀 130년 전통의 이화여대 발전을 막아선 안 된다. 21세기 대학 발전은 배타적 폐쇄에서가 아니라 개방적 도전에서만이 가능하다.

최경희 총장도 미래라이프대학 건설이 건학이념에 부합된다면, 학생과 졸업생의 시위에 굴복해선 안 된다. 총장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껏 관철시켜야 한다. 치열한 국제화 시대에서 낙오되지 않고 이화여대도, 학생도, 실무경험 직장 여성도 더 발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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