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의 세계
방송 리포터를 보면 당연히 부럽기만 하다. 만나기 힘든 스타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기 때문이다. 방송사 연예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포터들이다. 연예가 중계, 섹션 TV연예통신, 생방송 TV연예, 엠넷 와이드연예뉴스, OCN 줌인 등에서 리포터로 동서남북 전국을 누비고 있다.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여성 리포터들을 손꼽아봤다. 서지영, 정준, 미라, 이미진, 윤서희 등등. 이들은 여성으로서 스타들을 만나기에 학생들과 뭇 남성과 여성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부러움을 한껏 받는 이들 가운데 서지영을 지난달 22일 하루 동행했다. 솔직히 지치고 힘든 하루였다.

3월20일 오후. 서지영 매니저로부터 목요일(3월22일) 일정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인천에서 데니안 자켓 앨범 촬영과 오후 모델 한혜진 커피 CF광고 촬영이 있다는 것. 그래도 하루 스케줄이 두 개라서 다행이란다.

3월22일 오전 10시에 만나 함께 인천으로 이동을 했다. 차안에서 지영씨는 인터뷰 대본을 보면서 어떻게 질문을 할 지 골똘히 생각하면서 의상은 어떤 것을 입으면 좋은지 말해 달란다.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그는 시간이 이르지 않아서 다행이란다. 어떤 때는 하루 5개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때는 정신없이 바쁘단다. 새벽 6시에 나와 다음날 새벽 4시를 훌쩍 넘겨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 서지영은 “리포터는 체력이 강해야 해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지요. 또, 순간순간 재치도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올해 ‘엠넷 와이드 연예뉴스’(이하 와이드연예) 리포터 1년4개월. 와이드연예에서는 최고참 리포터.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누르는 때다. 요즘 들어 지영은 부쩍 하루하루 책임감을 절실하게 느낀다. 바라보는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영과 함께 하루 일정을 소화한 오준환 PD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뱅크예요. 활발하면서 발랄합니다. 분위기 파악이 빨라요. 상대방을 편하게 하면서 인터뷰를 유도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센스가 굿(good)이랍니다. 그리고 어느 현장에서도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인터뷰를 하는 순발력이 뛰어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안스러울 때가 많아요. 하루 촬영이 3~4개 있을 때면 피로가 누적된 모습을 봐도 신경을 못써줍니다. 현장에 집중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돼요. 챙겨줘야 하는데…”라며 미안함을 전했다.


감우성 무릎에 앉기도

와이드연예 리포터가 되기 위해 그는 3차까지 가는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9개월 만에 와이드연예팀에 뽑혔다. 첫 인터뷰를 나갔다. 상대는 ‘MC 몽’이었다. 그때를 잊을 수 없다.

처음 온 것을 알고 ‘MC 몽’은 재밌게 진행을 도왔다. 당시 ‘MC 몽’은 건물 지하에서 CF 촬영 중이었다. 지영은 이때 옆에서 춤추며 노래도 부르고 재롱을 부렸다고 기억했다. 그는 “‘몽’ 오빠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리포터로 활약하면서 잊을 수 없는 것이 에피소드다. 지영이 얘기하는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에피소드 몇 가지.

첫 번째, 감우성의 무릎에 앉은 사건. 영화 ‘쏜다’ 주인공 감우성, 김수로 인터뷰 때 의자를 확인하고 앉는다는 것이 그만 감우성의 무릎에 털썩 앉았다. 당시 감우성은 독감으로 심하게 아픈 상태였다.

두 번째, 신화 이민우 중국 뮤직 비디오 촬영 때. 즉석에서 춤추는 미녀로 캐스팅됐다. 그리고 김수로 ‘잔혹한 출근’ 포스터 촬영 때도 즉석 캐스팅됐는데 나중에 보니 왼쪽 다리만 나왔다.

세 번째, 정말 큰 실수였다. 슈퍼주니어가 팬들과 화상채팅으로 만남을 갖고 있을 때 이특과 둘이 장난하다 지영이 그만 발로 전원코드를 차서 전원이 모두 나간 것이다. 얼른 도망쳐 나왔단다.

네 번째는 SS501 매니저 얘기. SS501 팬미팅 때 짧은치마를 입고 스타킹을 신었는데 그만 스타킹에 구멍이 났다. 모르고 있었는데 매니저분이 그것을 보고 스타킹을 갖다 줬다. 그분이 누군가 하면, 바로 이효리의 전 매니저였다.


10분 짜리 토크쇼

뭐니뭐니해도 지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와 가까이 있는 매니저다. 지영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김성길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작년 말이었지요. 목 상태가 너무 안좋았어요. 병원에서 영양주사를 맞고 바로 인터뷰를 하러 이동했어요. 얼마나 안쓰러운지 몰랐어요. 격려의 말하고 싶어도 못했어요. 지금 해야겠네요. 지영아, 힘든데 신경 못써주고 나하고 싸우고 속 많이 상했지. 미안하다.”

지영은 리포터에 대해 “10분 짜리 토크쇼예요. 단 시간의 호흡 싸움이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그런데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말을 잘 하지 않으려는 스타들과의 인터뷰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이 또 있다.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사람이다.

올해 처음으로 그런 기분을 받았단다. 그만두고 싶었다. 인터뷰를 한 그 사람은 리포터를 우스운 사람으로 생각하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는듯한 기분을 줬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해 주고 싶단다. “리포터는 시청자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직업으로 시청자들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리포터의 매력에 대해 지영은 “스타들의 색다른 모습을 끌어냈을 때의 쾌감”이라고 했다. 그리고 스타들과 기분 좋게 인터뷰하고 헤어질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단다.

일정이 없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한가한 날이면 연극, 영화, 뮤지컬, 독서를 취미로 즐긴다. 얼마전 ‘드림걸스’를 보고 펑펑 울었단다. 자신과 공감대가 형성돼서 눈물이 나오더란다. 그러면서 그는 “지영이는요, 스폰지 물 젖듯 젖어 버려요”라며 “감성이 풍부한 리포터”라고 말하면서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랬다. 감성이 풍부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목소리가 숙연해졌다. ‘드림걸스’ 이야기를 하면서 금방 영화속의 장면이 떠오르는지 목소리가 변해 있었다.


매순간 긴장감 느껴

자신이 인터뷰를 한 것을 모니터링할 때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늘 높이 올라갔다 한단다. 자신의 기준으로 봤을 때 인터뷰가 잘 돼야 기분이 좋다는 것.

인터뷰 때 지영이를 카메라에 담는 카메라 감독은 지영을 이렇게 말했다. “생명력이 강한 친구, 자기노력을 많이 하는 친구,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운데 전혀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스태프들을 위해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친구”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4일, 솔로 데뷔 후 처음으로 갖는 손호영 팬클럽 창단식 및 생일파티 MC를 서지영이 맡았다. 이날 손호영은 지영에 대해 “리포터계의 이선희입니다. 작은 몸에서 뿜어내는 활기참과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예요. 그리고 꿈도 많고 열정도 많은 친구지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리포터, 누구나 속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리포터가 됐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옛 어른들은 ‘진이 빠지게 한다’는 말을 한다. 지영과의 하루는 진이 빠졌다. 그와 함께 동행한 하루가 끝난 시간은 저녁 8시40분. 남는 시간에는 자신이 다니는 미용실에 가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다시 했다. 이렇게 하루를 같이 한 리포터 서지영의 세계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했다. 끝나기 전까지는 항상 긴장의 고삐를 놓아서는 안됐다.

지영은 리포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배려심이 필요해요. 타인의 말을 많이 들어야 하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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