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수사의뢰’ 아닌 ‘검찰 고발’ 왜?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반전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 1호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었다.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 18일 우 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배임 등의 의혹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데 그친 반면 박 전 이사장은 사기 혐의로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직접 ‘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사건은 대통령 인척의 권력형 비리가 아닌 개인비리로 봐야 한다”며 이 특별감찰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감찰관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박 전 이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박 전 이사장 역시 연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매달 이자 지급·변제 의사 있었다”
- 브로커 A 씨 장난질에 놀아난 박근령 


박근령 씨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 별세 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과는 달리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청와대 생활을 힘겨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박 대통령과 박 전 이사장은 육영재단 운영과 관련한 분쟁으로 이미 오래전에 사이가 벌어져 사실상 의절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 감찰관은 박 전 이사장을 특별감찰 대상자로 지정,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고발했고 박 전 이사장은 현재 1억 원대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별감찰법은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 수석비서관 이상의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비리 혐의와 관련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이 감찰관이 박 전 이사장을 ‘대통령의 동생’ 지위를 악용하는 ‘권력형 비리인’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돈 빌릴 때 ‘대가성’ 있었나?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업자 B씨는 농어촌공사 지부에 납품해줄 것을 전제로 브로커 A씨를 통해 박근령 전 이사장에게 1억 원을 빌려줬다. 이후 박 전 이사장은 빌린 돈 1억 원 중 6000만 원을 브로커 A씨 에게 상환했고, A씨는 업자 B씨에게 5000만 원에 이자를 더해 돌려줬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의 쟁점은 박 전 이사장이 1억 원을 빌릴 때 ‘대가성’이 있었느냐 여부다.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이사장이 농어촌 공사 지부 납품을 조건으로 업자 B씨에게 돈을 빌린 것이라면 이는 ‘권력형 비리’에 해당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본격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간주하기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이사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내세워 피해자로부터 억대 자금을 받아 돌려주지 않은 것인데, 사실이 그렇다면 일단은 단순 사기사건이라고 판단하는 게 맞지 않나”고 밝혔다.

무엇보다 박근령 전 이사장 역시 연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고발된 사기 사건을) 단순 채무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걸 ‘권력형 비리’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여서 역차별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이사장은 언니인 박 대통령에게 미안한 감정도 피력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돌아가신 부모님한테 좋은 딸이 되려고 나름 노력하고 또 중책을 맡고 있는 형님한테도 도움은 못 드릴망정 있는 듯 없는 듯 살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이 생기고 나니까 여러 가지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나아가 박근령 전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빌릴 당시 차용증이 있었고, 그 차용증에는 연 5%의 이자를 갚겠다고 적혀 있었다. 1년 동안 사용하고 돌려주기로 한 돈인데, 갑자기 3개월 만에 돈을 돌려달라고 해서 일이 틀어졌다”며 “매달 이자를 지급했고 정확하게 5500만 원을 상환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권력형 비리라고 할 수 있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건은 특별감찰관실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법리적 다툼의 소지가 있음에도 사기로 몰아갔을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를 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육영재단 이사장이었던 박근령 씨는 현재 ‘월 28만 원’으로 생활한다고 알려졌다. 그는 1990년 육영재단 이사장에 임명됐고, 2007년 육영재단 소유권 분쟁이 벌어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이사장으로 복귀하려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하고 말았다.
 
이에 박 전 이사장은 일정한 수입원이 없어졌고, 주변에 돈을 꾸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그의 부채만 8억 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朴 대통령 국정 기조 억울한 타격 입어... 한편 이 감찰관이 대통령 동생에게까지 칼을 들이댄 만큼 청와대와 이 감찰관의 사이는 살얼음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며 국기 문란 행위”라고 밝혔다.

검찰에 이 감찰관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이에 이 감찰관은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아닌가”며 날을 세웠다. 일각에선 이 같은 청와대의 강도 높은 수사 요청의 이유가 대통령이 동생인 박근령 씨를 이 감찰관이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령 전 이사장은 전혀 교류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이 감찰관이 ‘권력형 비리’로 낙인찍고 특별감찰에 들어가자 박 대통령으로선 그동안의 기조에 억울하게 타격을 입게 된 상황이다. 이석수 감찰관이 ‘정치적 희생양’으로 박 전 이사장을 ‘마녀사냥’해서는 안된다는 쓴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다음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프로필이다.

▲1954년 출생 ▲경기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작곡과 졸업 ▲1982년 풍산금속 사장 류찬우의 장남인 기업인 류청과 결혼 후 6개월 뒤 이혼 ▲ 1990년 12월 육영재단 이사장 ▲1997년 한나라당 입당 ▲2008년 신동욱(현 공화당 총재)과 결혼 ▲ 2008.04 한나라당 충북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육영재단 추도식준비위원회 회장 2011.11 ~ 2012.12 한국여성바둑연맹 총재 ▲ 현재 바이오운동본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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