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풀기 위한 전사적 노력 ‘통했다’

▲ <현대자동차>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고객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일방적인 홍보를 넘어 임원까지 직접 나서 고객과 회사와의 쌍방향 대화에 나선 것이다. 안티팬을 초청해 쓴소리를 경청하는가 하면, 의혹 해소를 위해 공개 충돌 시험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개선 방안을 조언해줄 옴부즈맨까지 출범시켰다. 특히 불신의 장벽을 넘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은 고객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온 내수차별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8월 22일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현대차 스트리트 써킷. 이날 쏘나타 30주년 기념 자동차 영화시사회 서두에 두 대의 차량이 무대에 나타났다. 차량은 각각 국내생산 쏘나타와 미국생산 쏘나타로 양쪽에서 마주보는 구도로 등장했다.

곧바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더니 ‘삐’소리와 함께 서로 들이받을 기세로 달려와 굉음과 함께 충돌했다. 이 테스트는 “수출용 차량이 더 안전하다”, “현대차가 국내고객을 역차별한다”는 내수차별 논란에 대해 현대차가 사실 여부를 입증해 보이고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쏘나타 보유 고객들은 충돌 후 파손된 두 차량을 살펴보고, 탑승해 있던 더미의 상태와 에어백 전개 여부 등을 꼼꼼히 비교해볼 수 있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테스트 결과 국내 쏘나타와 미국 쏘나타 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쪽 차량의 파손 부위나 파손의 정도, 승객석 보존 성능은 상호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특히 국산차 역차별 논란의 중심이었던 에어백도 양쪽 모두 전개됐다. 또한 더미의 부위별 상해 정도에 따라 승객보호 정도를 색상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평가결과에서도 양쪽 모두 그린 색상(우수)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시연회 직전 약 7분가량의 별도 영상을 통해 이번 공개 시연회가 기획된 배경과 차량 선정 과정 등을 설명하는 한편 충돌 직후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차학과 교수를 초빙해 보는 이들의 이해도와 만족도를 높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연구소에서는 거의 매일하는 테스트지만 예상치 못한 외부요인이 작용할 수 있는 야외 테스트라는 점에서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보여드리고 싶었던 결과가 나와 다행이지만 이것으로 모든 오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고객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오해는 풀고, 고객의 소리는 경청”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초부터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잘못된 게 있으면 즉시 인정하고 개선하려 노력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하나하나 적극적인 방식으로 풀어가겠다는 게 새로운 소통 기조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 동호회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회사 공식 블로그에 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여러 루머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3월 ‘Talk H’라는 코너를 신설했다. ‘Talk H’는 오픈 인사이드, 실시간 이슈, 오해와 진실 등 3개 세부 코너로 구성돼 있다. ‘오픈 인사이드’는 국내상품, 국내광고 등 마케팅 부문 소속 직원 10여명이 직접 게시물을 작성해 올리는 코너다. ‘실시간 이슈’는 루머나 오해를 바로잡고 사실을 바로 알리는 코너다. 지난해 2월 쏘나타 터보 기자 시승회에서 엔진룸 부위에서 연기가 발생한 현상을 두고 “의문의 연기”, “터보엔진 과열” 등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보였다.

현대차는 연구소·서비스 전문인력을 현장에 급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험로에서 유입된 단단한 이물질에 의한 고무재질의 부트 파손에 의한 현상임을 설명하고 논란을 빠르게 종식시켰다.

최근에는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투싼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공식입장을 올리기도 했다. 공식 입장을 통해 현대차는 철저한 사실 규명, 이를 위한 성실한 조사 대응,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조치 등을 약속했다.

‘오해와 진실’은 내수-수출 차량 간 사양 역차별 등 현대차를 둘러싼 고착화된 이슈들에 대해 심층 분석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사실을 제대로 파헤쳐 대중들에게 바른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대차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코너라고 전해진다.

그간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사실을 바로잡는 노력이 부족했는데 블로그 내 코너를 통해 하나하나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 대중들과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안티 성향의 네티즌들과의 스킨십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안티 성향의 커뮤니티로 유명한 ‘보배드림’ 회원들과 7단 DCT시승회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 <현대자동차>

“우리가 싫어도 먼저 다가간다”

중고차와 튜닝카 판매, 자동차 정보 공유 등이 이뤄지는 보배드림은 ‘자타 공인 현대차 안티’의 집결지로 알려졌다. 이 커뮤니티에서 ‘현대차’를 검색하면 부정적인 글이 대다수 발견된다. 하지만 현대차는 보배드림 측에 시승회를 먼저 제안하는 등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회사 관계자는 “댓글을 보다 보면 가끔 과하다 싶은 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마저도 따끔한 충고와 소중한 조언으로 생각하고 내부적으로 품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보배드림 회원 40명은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모여 강화도까지 ‘벨로스터’ ‘i30’ ‘i40’ ‘올 뉴 투싼’ 등 총 20대를 나눠 타고 왕복 약 110㎞를 시승했다. 현대차의 변속기 담당 연구원이 직접 7단 DCT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도 받았다.

현대차는 그간 블로거나 동호회원들을 중심으로 설명회나 시승회를 진행했지만 자동차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보배드림에 7단 DCT와 DCT 자체에 대해 ‘변속 충격과 소음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올라와 오해를 불식시키고 일부 문제가 있었던 부품에 대해선 시정조치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시승회를 제안한 것”이라며 “우리를 싫어하는 대표적 사이트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같이 타보고 느껴보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일정부분 오해도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기술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니 현대차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 소통하려는 노력이 보였다”는 반응을 내놨다. 보배드림 관계자도 “현대차가 인터넷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음드림’으로 경영층 직접 소통

현대차의 소통은 직원들의 노력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부터 현대차 대표이사 김충호 사장을 시작으로 11월 연구개발본부장 권문식부회장, 12월에는 현대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국내영업본부장 곽진 부사장이 ‘마음드림’ 행사를 진행했다. ‘마음드림’은 현대차의 진솔한 마음을 고객에게 드린다는 표면적인 의미와 영어단어 ‘드림(Dream)’을 활용해 고객과 현대차의 꿈과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중의적 표현이다.

‘마음드림’ 행사는 현대자동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남양연구소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충돌시험장 ▲주행시험장 ▲수밀 테스트 및 품질확보동 견학 ▲담당 연구원들과 질의 응답 ▲내년 출시될 친환경 자동차 ‘아이오닉’ 최초 공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위한 현대차의 노력과 첨단 기술 개발의 현장을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또 남양연구소 투어 종료 후 별도의 장소로 이동하여 현대차 경영진과의 간담회를 통해 현대차에 대해 평소의 궁금한 점이나 개선할 점 등에 대한 질문과 현대차 경영진의 진솔한 답변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실시한 김충호 사장과의 간담회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신기술과 관련된 질문 ▲향후 계획과 미래 비전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한 대응 ▲고객 소통 방식에 대한 생각 ▲외산차 증가에 대한 대응 ▲국내소비자를 위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설립 이유와 계획 등 7가지 유형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고, 이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했다.

권문식 부회장과의 간담회에서는 자동차, 전자, 산업공학 관련 이공계 대학생들이 주축으로 참가하여 자율주행 관련, 친환경차 기술관련, 고성능 차량 관련 분야의 질문이 이어졌으며, 이에 대해 연구개발본부장인 권 부회장의 솔직하고 재치있는 답변으로 간담회를 이어나갔다.

현대차에 부정적 인식이 높은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회원들을 포함한 고객들을 초청한 국내영업본부장 곽진 부사장의 행사에서는 기술적 설명과 구체적인 개선책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날 선 질문들과 그에 대한 현대차의 솔직한 답변으로 이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마음드림 행사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경영진이 직접 고객들과 소통하고, 간담회를 통해 나온 고객들의 의견을 전 부문에 공유하여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현대자동차>

고객 목소리에서 찾은 해답

‘H-옴부즈맨’은 현대자동차가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해 고객의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해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만들어가는 고객 소통 프로그램이다.

이는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대국민 소통프로젝트 ‘2015 마음드림’ 행사에서 제안된 ‘고객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채널 마련’ 공약을 구체화한 것으로, 현대자동차는 ‘H-옴부즈맨’ 제도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옴부즈맨’에 선정된 지원자들은 현대자동차의 상품 및 판매·서비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미래 모빌리티 등의 분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게 된다.

특히 각 주제별로 데니스홍(UCLA 기계항공공학교수, 로봇전문가), 송길영(다음소프트 부사장, 빅데이터전문가), 이동철(하이엔드전략연구소 소장, 하이엔드마케팅전문가), 홍성태(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교수, 한국마케팅학회장) 등 4인의 전문가 멘토가 ‘H-옴부즈맨’들과 함께 제안을 개발하고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10월 ‘2016 마음드림’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현장투표와 멘토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우수 제안 4개 팀을 선발하고, 이후 온라인 대국민 투표를 통해 연말 페스티벌에서 최우수팀을 선정하고 시상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H-옴부즈맨’은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를 현대자동차에 자유롭게 전달해 직접 현대자동차를 바꿔나갈 수 있는 기회”라며 “고객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H-옴부즈맨’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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