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도 커져…반면 유리한 측면도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새삼 코스피 대장주의 위력이 증권가 안팎에 회자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7 출시와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눈에 띄는 주가상승을 이뤄냈다. 증권가는 여세를 몰아 이 회사의 목표가를 200만 원까지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주가 고공행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상속세도 덩달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주가상승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

지난 23일 유가증권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삼성전자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68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69만4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찍기도 했다. 지난 18일과 19일 각각 164만 원, 167만5000원 등 최고가를 연속으로 갈아치운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코스피를 이끄는 대장주의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 18일과 19일, 23일 코스피지수는 각각 2055.47(전날 대비 11.72p↑), 2056.24(0.77p↑), 2049.93(7.77p↑) 등 상승 마감했다.

주가 급등의 이유는 갤럭시S7에 이은 갤럭시노트7의 흥행과 이재용 부회장 체제 이후 꾸준히 이어온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00만 원 근처까지 올리면서 추가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목표주가는 200만 원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직전 고점을 돌파하면 이후 11% 추가 상승했다”며 “180만 원까지 상승 가능하다는 뜻으로 현 주가 기준 5~10%의 여력이 남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4일 목표주가를 177만 원에서 195만 원으로 높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날 삼성전자의 강세가 지속해 주가가 190만 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주가↑…상속세도 ‘껑충’

“역시 삼성전자”라는 업계 분위기와는 반대로 이재용 부회장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도 함께 뛰었다. 이는 이 부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도 늘어난다는 얘기가 된다.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23일 종가 기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499만7862주(우선주 1만2398주 포함)의 평가액은 8조4314억 원. 같은 날 기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의 평가액까지 종합하면 이 회장의 전체 계열사 지분 평가액은 모두 14조 원에 육박한다. 올해 증시 개장일인 1월 4일(2조2803억 원)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날 기준 이 회장의 보유주식 상속에 나설 경우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천문학적이다. 상속 지분 평가액의 50%를 내야하는데 같은 날 기준으로 7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열쇠는 이 부회장의 금융지주 지배에 있다. 최근 삼성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8.02%(613만2246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은 11.17%에서 19.6%로 높아지게 됐다. 지난 1월에도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보유했던 삼성카드 지분을 모두 인수한 바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은 28.02%에서 71.86%로 늘었다.

현행법 상 삼성물산은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수 없지만 이 부회장은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면 되는데,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끌어올린 뒤 삼성물산을 이 부회장이 지배하는 것이다.

오히려 유리하다?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각 7.43%, 1.3%를 삼성물산에 넘겨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지배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2.91%로 상승하고,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다면 자사주 13.4%까지 삼성물산이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이 회장 지분(3.5%)을 합하면 지분율이 30%까지 오른다.

이 부회장이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려면 이 회장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각 20.76%, 19.34%)을 가져와야 한다. 각각 4조 원씩 총 8조 원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이 회장 지분을 상속받으면 실제로는 상속세 2조 원과 삼성물산 보유분을 매입할 4조 원 등 총 6조 원이 필요하다.

이 회장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8조원을 웃돈다. 상승여력도 충분하다. 이 부회장이 이를 상속받아 삼성물산에 현물출자해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 지분가치도 1조 원이 넘기 때문에 상속 재원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주가가 오를수록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셈이 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체제의 지배구조 개편이 연내에 끝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도 이르면 연내에 끝낼 가능성이 크다”면서 “비교적 재벌에 우호적이지 않은 야당이 우위에 있는 ‘여소야대’ 국회인 데다, 내년 치를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우려도 있어 후계구도에 난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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