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괴물로 만든 신분제도

▲ 홍만표 변호사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대통령이 ‘정답’이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검사’를 꼽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검사는 수사권, 기소권을 모두 다 갖고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사 또는 검사 출신에 의한 부정사건이 늘고 있다. 홍만표 변호사, 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특수부·기획부·공안부는 엘리트코스 자리
간부 승진 때까지 버티려면 재력은 필수

검사 즉 검찰은 조직사회다. 군대만큼 서열과 기수가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학연과 지연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맥이다. 어느 곳보다 공정성이 우선돼야 할 검찰 내부에서 학연과 지연 등을 기본으로 하는 인맥은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검찰도 조직사회다 보니 승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라고 해서 사건 해결만 잘 한다고 승진하는 것도 아니다. 승진에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사건해결만을 위해 일하는 검사도 있지만 승진이 목표인 검사도 있다. 권력욕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 진경준 전 검사장<뉴시스>

강남 사는 검사장들
처가 잘 둔 덕일까?

검찰 세계에서 승진은 권력과 부를 모두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엘리트 검사라고 불리는 이들은 강남 3구에 살며 고급승용차를 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에 검사장급 고위간부 10명 중 8명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강남 3구 30평형대 아파트들의 매매가는 대부분 10억 이상이다. 연봉 5천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20년을 꼬박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승진을 꿈꾸는 검사들은 주요보직 인사들의 눈에 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모임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학연, 지연을 내세워 친분을 만들기 바쁘다. 또 같은 동네 또는 인근에 살며 출퇴근을 같이 하기도 한다.

사실 법조인은 ‘출세의 상징’이었다. 과거 힘든 역경을 딛고 사법고시 등을 통해 검사와 변호사가 되는 성공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요즘에는 ‘돈이 없으면 판검사도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검사도 어디까지나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돈 걱정없이 공직생활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검사장 등 고위 간부로까지 승진을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이를 지원할 돈은 필수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듯 검찰 고위 간부 중에는 재력가를 처가로 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람이 우병우 민정수석이다. 실제 결혼정보업체 등에서도 검찰은 남편감으로 인기 1순위로 꼽힌다.

검찰 내
승진코스 따로 있다

공평·공정의 상징인 검찰조차 부와 승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계급제도가 생겨나고 있다. ‘승포검’ ‘출포검’은 최근들어 새롭게 만들어진 계급을 지칭하는 말이다. ‘승포검’은 승진을 포기한 검사들, ‘출포검’은 출세를 포기한 검사들을 가리킨다. 돈도 없고 학연, 지연도 없는 검사들은 승진 대신 묵묵히 일할 뿐이다.

계급사회인 검찰은 소수 엘리트들이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검찰의 엘리트코스는 특수부, 기획부, 공안부다. 실제 검사장도 이 부서 출신자들이 많다. 대다수 검사들은 수도권과 지방을 순환하며 근무하지만 엘리트코스를 밟는 검사들은 특별·기획수사를 맡으며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특혜다. 하지만 가장 많은 검사들이 일하고 있는 형사부 검사는 사실상 승진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직한 검사’ ‘소신있는 검사’를 찾는 것도 어렵다. 과거에는 상관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옳은 일을 하려는 검사들이 많았으나 최근 검찰 내부에서 이런 행동은 눈 밖에 나기 딱 좋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관의 지시를 잘 따르면 출셋길이 열리기도 한다.

▲ 우병우 민정수석<뉴시스>

검찰의 사명은
불법·부정 발본색원

검찰의 수직적인 계급문화는 검찰의 자멸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홍만표 변호사, 진경준 전 검사장도 따지고 보면 검찰이 키워낸 괴물이다. 검사라는 직책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던 이들은 자신들의 학연, 지연 등의 인맥과 내부정보로 불법을 저질러 왔다. 이들의 범죄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라고 볼 수 없다. 검찰 내부에 제2 제3의 홍만표, 진경준이 없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부와 권력은 부패의 지름길이다. 검찰은 개인의 영달이 아닌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검찰의 사명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검찰은 사회의 불법과 부정을 발본색원하고 거악을 척결하여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부패를 척결합니다.”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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