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유희’ 실패 책임 공방
지난 10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마녀유희’(극본 김원진 연출 전기상)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던 톱스타 한가인 측이 14일 드라마의 실패원인을 분석한 ‘마녀유희가 남긴 것!’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마녀유희’는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가인, 재희, 데니스오, 김정훈 등 청춘스타들의 대거 출연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 그러나 방영초기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내달리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 MBC ‘고맙습니다’에 밀린 뒤 결국 시청자들의 비난 속에 막을 내렸다.



한가인 소속사인 원오원엔터테인먼트 측은 방영 초기 수목드라마 중 당당히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던 ‘마녀유희’가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된 원인은 ‘초기 기획과는 다른 스토리 전개’와 ‘방영 초기부터 제기된 연출력 논란’을 꼽으며 “기본적으로 ‘마녀유희’는 원작을 능가하는 작품으로 재현하는 데 실패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한가인의 소속사 측은 14일 “원작에서 보여진 다양한 유머와 독특한 캐릭터들의 설정은 어디로 가고, 마녀답지 않은 마녀와 개성 없는 꽃미남만 대거 등장했다”고 언급했다.

소속사 측은 이어 “‘마녀유희’의 작가는 단편과 다수의 시트콤에서는 다양하게 활동했지만 시리즈물은 처음이다”라며 “시리즈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를 이어가는데 필요한 긴 호흡인데 ‘마녀유희’에서는 이런 호흡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속사 측은 김원진 작가에게 “스토리와 캐릭터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연출뿐만 아니라 연기자들의 연기에도 적잖은 장애가 있음을 작가는 숙지해야 한다”고 못박기도 했다


한가인 보호 위해?

소속사는 작가의 자질 논란에 이어 연출자인 전기상 PD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소속사 측은 “KBS 드라마 ‘쾌걸춘향’, SBS 드라마 ‘마이걸’의 시청률로 대박을 터트리며 연출력을 인정받아 온 전기상 감독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며 “곧바로 ‘마녀유희’ 연출력에 대한 기사들이 온라인에 떴고, 방영 3주들어 수목극 정상 자리를 타 드라마에 넘겨줘야 하는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라고 요약했다.

이 같은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드라마 실패를 작가와 연출 탓으로 돌리는 한가인 측의 태도를 비난하는 한편, 네티즌들끼리 책임 소재를 놓고 열띤 공방전을 전개하고 있다.

한 시청자는 “욕 먹을 게 불을 보듯 뻔한데 소속사가 연기자를 과잉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무뇌유희’라는 불명예스러운 닉네임이 광고 재계약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속사가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가인은 현재 롯데카드와 아모레퍼시픽 등의 광고 모델로 활동중이다.

한가인의 소속사 측은 보도자료로 인해 논란이 확산되자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게 아니다. 한가인을 비롯한 출연진, 제작사, 그리고 작가, PD 등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무뇌유희’까지란 말을 들을 정도로 상처받은 한가인을 보호해주고 싶었고 드라마가 끝난 마당에 되짚어 보자는 뜻으로 보도자료를 냈다”고 해명했다.


제작사 측, 황당할 뿐

한가인 측의 비난에 대해 ‘마녀유희’ 공동 제작사 제로원인터렉티브와 칼리스타 측은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마녀유희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끝난 마당에 결과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라며 “함께 고생한 연기자, 제작진은 물론 소수이지만 애청한 시청자에게도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연배우 측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황스럽다”면서도 “모든 책임은 연출자인 내게 있으니 맞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칼리스타 측은 “대본이야 항상 변수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해도, 전기상 PD까지 거론하는 것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며 “똑같이 밤새고 땀 흘리면서 고생했는데, 당혹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제작에 참여했던 한 PD는 “‘마녀유희’는 매회마다 예고편이 나왔을 정도로 쪽대본이 나오지 않은 드라마였다”고 말해 한가인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주연배우와 소속사가 낮은 시청률로 드라마가 종영된 뒤 잘못을 공개적으로 제작진에 돌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작품의 실패는 ‘연대 책임’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작진에 불만이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걸 꺼렸던 게 지금까지의 불문율이었다.


#재희 "PD·작가 원망 안해"

한가인과 함께 남자 주인공으로 ‘마녀유희’에 출연했던 재희는 PD와 작가를 원망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희는 14일 오후 8시14분 자신의 팬카페에 글을 올려 “뉴스를 보고 급한 맘에 글을 남긴다”며 “기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드라마의 결과가 안좋다고 해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재희는 이어 “저 또한 이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걸 얻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스태프분들, 모든 연기자분들도 수고 많으셨다”고 덧붙였다.

재희는 또 “기사가 꼭 인터뷰 한 것처럼 나오고 있는데 전 오늘 인터뷰 한적도 없는데 참 답답한 마음뿐”이라며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저를 불러주셔서 캐스팅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서 더욱더 열심히 하는 재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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