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극본 김인영 연출 고동선)을 통해 데뷔 첫 주연을 맡은 탤런트 이하나. 이하나는 지난해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의 동생인 활달한 성격의 여대생 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좀 더 경험을 쌓은 뒤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참 주저했죠”라며 평소 방송에서 보여주던 대담한 성격하고는 다른 모습을 보인 이하나는 이내 본래의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와 “열심히 찍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드리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하나는 ‘연애시대’로 처음 내민 얼굴이 시청자들의 눈에 확실하게 각인됐고, ‘꽃피는 봄이오면’(KBS2)에 이어 ‘메리대구 공방전’으로 방송3사의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을 차례로 꿰차는 신데렐라가 됐다.
“저를 신데렐라로 보실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저는 실패가 더 많았던 아이였어요. 이번에도 잘못하면….”(웃음)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이하나가 맡은 역할은 스물여덟 처녀 황메리.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한 뒤 우유회사에 취직했지만 바로 해고당하며 백수로 전락하지만 뮤지컬 배우의 꿈만은 저버리지 않는 칠전팔기형 캐릭터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나 지어진 이름 ‘메리’처럼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연애시대’ 때와는 연기의 톤이 달라요. 그때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친구에게 말하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만화를 떠올리며 연기하고 있죠. 좀 연극적으로 연기하는 건데, 이게 맞나 싶기도 해요. 극중에서 명랑한 모습으로 비쳐 참 재미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 숙제라고 생각해요.”
신데렐라 아니에요
하지만 꿈 뒤에 놓인 처절한 현실 때문에 늘 비굴한(?) 인생을 이어가야 한다. 각종 경품, 샘플, 선착순 사은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자질은 학원 창문 너머로 익힌다. 그러다 세번의 우연이 만들어낸 필연으로 만난 무협소설가 강대구(지현우)와 한심한 공방전을 펼치며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간다.
“인터넷 소설 ‘한심남녀 공방전’을 원작으로 했다고 들었는데, 박장대소할 만큼 대본을 너무 재밌게 봤거든요. 또 만화에 나오는 독특한 캐릭터를 제대로 한번 소화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흔히들 이하나가 ‘연애시대’를 통해 갑자기 떠오른 ‘신데렐라’로 알고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를 꿈꿨어요. 대학에 들어가서 스물한살 때부터 ‘죽어라’ 가수 오디션만 봤는데 매번 실패했어요. 고생을 제법 한 편이지요. 1년을 여행갔다 오니 우연히 소속사가 생기고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죠.”
가수의 꿈은 계속 된다
그렇다면 ‘가수의 꿈’이 아직 살아 있나 궁금했다. 떡하니 내년쯤 디지털 싱글이라도 내놓을지 모를 일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배우를 배경으로 한 가수’가 아니라 ‘가수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꼭 직업 가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가수는 제 삶의 중요한 의미로 남아있을 거예요.”
이하나가 가수의 꿈을 품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서울 명동의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하는 무명 가수였고, 어머니는 그 카페에서 아버지를 만났죠.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아버지의 노래를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수를 동경하게 된 것 같아요.”
평소 성격이 그렇게 털털한지 궁금했다. 우리가 본 이하나는 계속 ‘쿨걸’이었으니까.
“글쎄요,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털털하긴 해요. 하지만 집에서 조용히 음악 듣고 책 읽는 것 좋아하는 여성적인 면도 있어요. 하지만 메리처럼 ‘엽기적’이진 않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