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제 17대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출마지역 후보 공천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접전지 6개 지역을 골라보았다. 서울 도봉을, 관악을, 구로을, 부산진갑, 대구 수성을, 경기도 의정부 선거구이다. 이들 선거구는 새로운 정치적 지형 변화, 즉 열린우리당의 창당과 기존의 한나라당, 민주당의 3강 분할 속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 지역이 될 전망이다.

1. 서울 도봉을 "설훈-유인태 피말리는 접전"

새천년 민주당 현역 의원인 설훈 의원과 얼마전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총선 총동원령으로 차출된 ‘엽기 수석’ 유인태 전의원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는 곳이다. 도봉을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전라도 표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라는 한 배에서 열린우리당이 갈라져 나와 과거 민주당 고정표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자는 상당부분 겹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설훈 의원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으로 15, 16대 의원이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지역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당이 살기 위해서는 지도부의 살신성인적 자세가 요청된다는 것이다.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재야 경력의 정치인이다. 14대 의원을 지냈다. 그는 종로나 고향인 제천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로 “정치적 지역구가 도봉을”이라고 못박는다.

2. 서울 관악을 "이해찬 수성에 유종필 도전"

13대부터 내리 4선 의원을 지낸 거물 정치인 이해찬 의원과 한겨레 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 민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종필 후보가 맞붙는 곳이다. 경력만으로 보면 4선 현역 의원에 전교육부 장관, 과거 민주당과 현 열린우리당의 핵심 당직을 두루 맡았던 이해찬 의원이 유리하지만 관악을 지역구가 전라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들의 투표 성향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라도 출신에 광주일고를 나온 유종필 민주당 후보의 선전이 기대되는 곳이다. 따라서 이해찬 후보도 함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이해찬 후보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서 재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지난 88년 광주 청문회 스타로서 자리매김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교육부 장관을 맡아 이른바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유행시켰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논리적이지만 다소 독선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유종필 후보는 민주당 대변인을 맡아 깔끔하고 균형잡힌 논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90년 초 노태우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때 김원기 현 열리우리당 공동의장이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에게 민정당과 합당하라고 건의했다고 하여 김원기 열린우리당 공동의장과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려 있다.

3. 서울 구로을 "이승철-이태복-김한길 3파전"

이곳은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모두 거물을 내 보내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한나라당은 현역 국회의원인 이승철 후보가 나섰고, 열린우리당에서는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자 현재 열린우리당 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한길 후보가 나서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에서는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후보로 나서서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 속 승부를 연출하고 있다.이승철 한나라당 후보는 현의원으로서 한나라당 국회 여성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좋은 의정 활동을 벌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김한길 열린우리당 후보는 15, 16대 전국구 국회의원으로서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기획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미디어 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다.이태복 민주당 후보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복지노동수석비서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민주당 출마 여부가 이른바 김대중 전대통령의 ‘김심’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 부산진갑 "노무현 후배 조영동, 김병호에 도전"

지난 16대 총선까지 부산은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다. 한나라당이 전 지역을 싹쓸이한 곳이다. 그러나 부산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부터 부산에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아성을 열린우리당이 조금씩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수시로 부산 지역에서 ‘올인 전략’을 공공연히 부르짖고 있다. 이 지역구 후보로 열린우리당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이자 최측근에 속하는 조영동 전국정홍보처장이 나선다. 한나라당 후보로는 현 국회의원인 김병호 후보가 나선다.조영동 후보는 부산상고와 부산대 법대를 나와 부산일보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을 맡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프리미엄이 부산 지역의 민심을 많이 끌 것으로 보인다.김병호 후보는 경남고와 고려대 정외과를 나온 현역 의원이다. 한나라당 홍보위원을 맡고 있다.

5. 대구 수성을 "한나라 철옹성에 우리당 도전장"

대구는 한나라당의 최대 아성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창당과 함께 이 지역도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실세인 이강철 열린우리당 외부인사영입단장이 대구에 출마하면서 열린우리당 바람이 무섭게 불고 있는 것이다. 수성을에는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고, 한나라당 후보는 정치 신인 주호영 변호사이다.윤덕홍 열린우리당 후보는 작년 교육 부총리를 맡아 NEIS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결국 불명예스럽게 교육부총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대구대 총장까지 지낸 이력을 가진 거물급 후보이기에 대구 민심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상대인 한나라당 주호영 변호사는 정치신인으로서 한나라당 중앙위 외교분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비록 경력으로는 윤덕홍 후보에게 뒤지지만 대구가 전통적인 한나라당 아성이기에 이 승부도 막상막하의 접전이 될 전망이다.

6. 경기 의정부(분구) "돌아온 문희상, 홍문종에 도전"

노무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거물 정치인 문희상 열린우리당 후보가 나서는 곳이라 이번 총선 최대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상대는 한나라당 현의원인 홍문종 후보이다.문희상 열린우리당 후보는 14, 16대 의원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내다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부름을 받고 출전하는 것이다. 반면 홍문종 현의원은 ‘철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당선되었지만 98년에 탈당하여 국민회의로 갔고, 2000년 민주당을 다시 탈당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 2003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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