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30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선거사무소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어 "모든 증거에 비춰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4월4일 이 전 총리와 독대한 자리에서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음이 인정된다"며 "이에 따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음에도 이 전 총리는 항소심에서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등 육성 진술과 통화내역, 출입내역 등 객관적 증거, 수행비서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춰보면 유죄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심리 분석 의뢰 결과 등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인터뷰는 사실과 다르게 얘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전 총리에 대한 보복 심리로 인터뷰를 했다는 의심이 드는 상황에서 진술 증거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원진술자의 법정 출석과 반대 신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진술 증거는 진정한 증거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성 전 회장의 진술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이라는 금액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도 없다"며 "당시 비자금 계좌 내역을 살펴보면 3000만원이 사용됐다는 합리적인 입출금 내역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40여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경계하며 살아온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로 많이 부족했다"며 "지난해 국회 대정부 답변에서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 극단적인 말은 아직도 살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사건은 단순히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 해외자원개발 문제가 발단이 된 것"이라며 "추후 2~3년 내에 국민적 손실로 이어지는 해외자원개발 투자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오해했지만 이 문제가 현실화된다면 이 사건의 정의는 재조명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22일 오전 이 전 총리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후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서병수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 등의 내용이 적혀 큰 파장을 낳았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4일 재보궐 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읍에 있는 자신의 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녹음파일과 녹취서, 메모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해 이 전 총리를 유죄로 판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성 전 회장 운전기사는 차량 뒷좌석에 실었던 (돈이 든) 쇼핑백을 비서에게 건넸고, 그가 쇼핑백을 갖고 선거사무실에 올라가 이 전 총리와 단둘이 앉아있는 성 전 회장 손에 직접 전달하고 나왔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쇼핑백을 건네받았다는 것이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2일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된 홍준표(62) 경남도지사에 대한 1심에서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홍 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9월8일 오전에 내려진다.

od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