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월 24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만 4월, 7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북이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발사한 SLBM은 500km를 비행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80km 정도 침범한 해상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고각으로 발사해 500km로 사거리를 줄였지만 정상 각도면 1000km 이상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북한 SLBM의 실전 배치가 이르면 내년 초반까지 앞당겨질 수 있다. 군이 그동안 북을 얕잡아 본 결과로 국민이 ‘핵 인질’로 잡힌 형국이다.

SLBM은 타격목표에 대한 접근성과 공격의 은밀성, 발사기지의 이동성을 갖춰 핵보유국 지위에 필수적인 공격수단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SLBM의 최대 사거리인 2천500㎞까지 발사할 능력을 이미 보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북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와 괌 기지까지 SLBM 사정권에 두면서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동북아 안보지형이 뒤흔들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북한의 이날 SLBM 시험발사는 여러 가지 저의가 깔려 있다. 이틀 전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반발한 무력시위 성격과 태영호 공사 망명 등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으로 야기된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다. 무엇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SLBM을 요격할 수 없다는 ‘사드 무용론’을 부추겨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

지금 동북아 정치 지형은 북·중·러와 한·미·일이 대결하는 신냉전구조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한중 관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의 내부 사정은 우리 안보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는 이미 한일 자체 핵무장과 주한미군 감축을 공언한 바 있으며, 최근 하원 맥 손베리 군사위원장도 주한미군 감축을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돼도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 보장력은 약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한중은 수교 24주년을 맞아 ‘전략적동반자관계’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갈등을 북의 핵·미사일 문제보다 앞세우며 무모한 내정간섭을 하고 있으며, 북중 무역은 유엔 제재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잠수함은 은밀하게 기동하는 전략무기라 사전 탐지가 쉽지 않다. 그만큼 SLBM은 지상발사 탄도 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이다. SLBM에 소형화된 핵탄두까지 탑재한다면 ‘궁극의 핵무기’로 대량살상무기가 되는 ‘게임 체인저’다. 지금으로선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할 경우 남북한 전력 균형이 깨지는 것은 물론 현재의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제 2016년 8월 24일 이전과 이후 한반도 안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對)잠수함 전력 보강 등 외교안보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공조 대응과 한미일 안보 공조를 높이고 신속하고 실질적인 방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음 단계로 핵추진잠수함 건조계획에 착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이 SLBM 개발을 추진한 것은 핵탄두 소형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군은 해상·수중 감시·타격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전계획을 보완해야 한다.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이지스함과 북한 잠수함을 상시 감시할 잠수함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 탐지부터 발사 시 격침까지 일련의 작전 체계인 ‘킬체인’를 완성해야 한다. ‘지상 킬체’인 뿐만 아니라 북한 잠수함이 기지에서 출항할 때부터 추적 감시해 유사시 이를 격침하는 ‘수중 킬체인’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도입과 물속에서 두 달 이상 대기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도 확보해야 한다.

사드는 국가의 존속이 걸린 문제다. 우리가 사드 배치 문제로 사분오열하는 사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우리의 안보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의 안보 불감증은 확산되고 있다. 나라를 지키는 일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안보 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고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북의 SLBM이나 노동급 이상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사드밖에 없다. 따라서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은 모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 설득에 나서야 한다. 경적필패(輕敵必敗), 적을 얕보면 반드시 패하는 법이다. 근거 없는 안보 낙관론은 망국으로 가는 급행열차다.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유비무환의 정신이야말로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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