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트럼프 캠프 정책고문, “트럼프 관련 오해 많다” 지적
“흑인·히스패닉·여성·노조 등 지지 확보 얼마든지 가능”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8일)가 임박한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전반적으로 밀리는 것으로 나온다. 트럼프는 최근 “(만약 선거에서 진다면) 기나긴 휴가를 즐길 것”이라고 처음 자신의 패배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그러자 미국 주류언론은 트럼프가 포기했으며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고 갔다. 하지만 선거에서 단정은 금물이다. 트럼프는 8월 18일 자신의 선거운동본부 총책임자(CEO)를 바꾸는 등 새롭게 전의(戰意)를 다지고 있다.

트럼프 패배 기정사실화

그런데도 미국 언론은 갈수록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CNN의 논평가 티모시 스탠리는 “도널드 트럼프는 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심리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CNBC의 선임 분석가 론 인사나는 “그의 성격형(型)을 감안하건대, 후보 경선 당시 그가 받았던 과분한 칭찬의 분량이 줄어드는 데에서 오는 신경질적인 짜증의 징후를 그가 표출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면서 “그리고 그것이 그가 싸우기를 그만두는 것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 교수이자 트럼프 선거운동본부 정책 고문인 피터 나바로에 따르면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나바로는 경선을 치르는 동안 정치 분석가들이 트럼프의 움직임을 거듭 과소평가하고 오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그랬던 것처럼 현재 그들은 클린턴이 2016년 대선의 가능성 있는 승자라고 선언하느라 바쁘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국제문제 전문 격월간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에서 “물론 문제는, 이 엘리트들이 결국 제대로 (유권자들을) 이해시켜 트럼프를 당황스러운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 넣느냐, 아니면 다시 한 번 보기 좋게 틀리느냐다”면서 “이들 ‘벨트웨이(워싱턴) 지혜의 일곱 기둥’ 각각이 명중하느냐 아니면 표적에서 빗나가느냐에 따라 그 답은 필연적으로 정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바로는 트럼프가 레드스테이트(공화당 우세지역)에서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우세지역)를 레드스테이트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독립 친화적이고 중도적인 선거공약”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나바로가 두 번째로 지적하는 오해는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계 미국인)이 트럼프보다 클린턴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클린턴이 국경 개방을 옹호하는 반면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거대 장벽을 세우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바로는 보수적 온라인 잡지 ‘어메리칸 싱커’의 브라이언 준데프를 인용해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중요성 면에서 이민을 교육, 일자리, 건강관리, 적자에 이어 5번째로 꼽을 뿐임을 강조한다. 트럼프가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은 “당신들을 위해 새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불법 이민자들이 당신들의 일자리를 뺏고 그래서 임금수준을 낮추는 것을 차단하겠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히스패닉의 지지를 얻을 확률이 높다고 나바로는 강조한다.

나바로가 지적하는 세 번째 오해는 클린턴이 흑인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 모으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바로가 보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미국 흑인 공동체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나바로는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이 흔쾌히 공급할 더 많은 복지 수당과 식료품 할인 구매권에 더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할 종류의 일자리 기회와 상승하는 임금을 원하는지 검은색(그리고 갈색) 미국인들에게 대놓고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노조원들과 여성이 트럼프보다 클린턴에 더 많이 투표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미국인에게서 일자리 수만 개를 앗아간 1993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2012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한 것이 클린턴 부부였음을 강조했다.

여기에다 노조가 크게 우려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힐러리 클린턴이 밀어붙일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바로는 또 다른 오해를 폭로한다. 그것은 공화당 내 트럼프 반대자들이 결국 트럼프를 “가라앉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바로가 보기에 반대자들은 공화당 내에서 작은 분파에 지나지 않는다. 끝으로 나바로는 정치 엘리트들과 트럼프 반대자들 모두의 가장 큰 실수 가운데 하나를 지적한다. 그것은 트럼프의 험악한 발언이 표를 깎아먹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에 대해 나바로는 “결국 트럼프 인기의 많은 부분은, 비록(아니면 특히) 그것이 정치적 올바름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그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겠다는 그의 의지에서 유래한다”면서 “경제, 무역, 이민, 국가안보라는 네 가지 카드에 단지 계속 집중한다면, 그가 분명히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유권자 태도가 관건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2009년 1월 백악관에 들어가 2년간 백악관 수석고문을 지낸 오바마의 책사(策士)였다. 현재는 시카고대학 부설 정치연구소 소장이며 ‘신자(信者) - 정치에서 보낸 40년’이라는 책의 저자다. 그는 오마바가 대통령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한 선거 컨설턴트로 ‘미국 정치 9단’쯤 된다.

그런 액설로드가 지난 1월 25일 뉴욕타임스에 ‘트럼프의 오바마 이론’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글은 트럼프의 운명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엑설로드의 대통령 선거전 이론은 “퇴임할 현직 대통령을 보면 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지 예상할 수 있다”로 압축된다. 그에 따르면 현직이 출마하지 않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퇴임할 현직의 스타일과 개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의해 좌우된다. 유권자는 그들이 현재 가진 것의 복제품을 원하는 법이 좀체 없다.

그들은 거의 언제나 교정책(矯正策), 즉 떠나는 대통령에게 없다고 대중이 판단하는 자질을 지닌 후보를 찾는다. 엑설로드 이론에 따르면 2008년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에는 오바마의 이력·기질·접근법이, 여기저기서 공격 받고 있던 퇴임 예정 대통령 조지 W. 부시와 더 없는 대조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오바마 재임 8년이 마감되고 있는 지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가 그 후임자의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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