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판 ‘영화산업 대위기설’전말

영화계의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 지난해 제작된 영화는 118편, 편당 제작비 50억 원이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BEP) 관객 수 130만명을 넘긴 영화는 22편에 불과하다. 결국 90여 편 영화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적자비용은 1000억원으로 결국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수 십 억 원씩의 쓰디쓴 손실을 봐야했다. 올 상반기는 그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한국영화 관객은 3409만 3968명으로 전체 관객 7201만 530명의 47.3%(전국기준)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만이 반짝 흥행몰이를 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영화계가 가요계처럼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2007년판 영화계 위기설이 단지 괴담으로 끝날 수 있을지 한국 영화계의 현주소를 더듬어 본다.



CJ CGV가 발표한 2007년 상반기 영화산업 분석조사에 따르면 한국영화 관객은 3409만3968명으로 전체 관객 7201만530명의 47.3%(전국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상반기에 42.8%, 2002년 같은 기간 48.4%, 2003년 51.6%, 2004년 66.8%, 2005년 55.8%, 2006년 59.5% 등 지난해 상반기까지 줄곧 50% 이상을 기록해 왔다. 2002년 이후 관객 점유율이 50%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기에 충격은 더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지난해 영화계는 59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실로 한국 영화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기대감이 표출됐다. 그러나 흥행 성적은 저조하다 못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돼 버렸다. 이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성적에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세상 끝에서’ ‘슈렉3’ ‘300’ ‘박물관이 살아 있다’ 등 5편이 올 상반기 전체 관객 수의 27.9%를 차지하는 등의 수확을 일궜다.

그러나 국내영화 중 2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는 ‘미녀는 괴로워’ ‘그놈 목소리’ ‘1번가의 기적’ ‘극락도 살인사건’ 등 4편에 그쳤다. 또한 ‘미녀는 괴로워’가 상반기 흥행 1위를 차지했지만 다수의 굵직한 흥행작이 없었다.

최고 흥행 성적만을 놓고도 지난해 ‘왕의 남자’(1146만명)인 것에 비교하면 ‘미녀는 괴로워’는 626만명으로 작품의 파괴력과 관객몰이의 집중도가 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우리 국민 43%가 한국영화의 경우 스타급 배우 몸값이 지나치게 많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SBS 러브FM 뉴스앤 조이와 영화 포털 사이트인 시네티즌이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배우들의 너무 높은 출연료가 한국영화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조사됐다.


배우는 5억 스태프는 50만원, 배우들 몸값 영화발전 저해 주장

이처럼 영화계는 주연배우의 출연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배우의 출연료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이다.

조금 지명도가 있거나 연기력이 뒷받침하는 배우의 경우 5억원의 몸값은 기본이며 이와 함께 러닝개런티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객의 영화를 보는 안목은 높아져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를 찾는 것에 비해 아직까지 영화계는 몇몇 인기 스타들이라고 불리는 영화인들에게 끌려 다니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가문시리즈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가문의 부활’의 경우 공형진, 김수미, 김원희, 신이, 신현준, 정준하, 탁재훈 등의 몸값이 수직상승해 배우들의 출연료가 20억원이 넘어 제작진은 극심한 고민에 빠졌다.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출연료만으로 한정된 제작비를 출혈 할 수는 없었던 것.

특히 탁재훈의 경우 신인 영화배우임에도 5억원의 출연료를 제시할 정도로 4~5배 몸값이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작진은 출연자들과 막판까지 출연료 문제로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들이 어려운 영화계의 현실을 자각하고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차승원의 경우 영화 ‘아들’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스스로 낮췄다. 차승원 정도의 연예인은 5억원의 개런티를 받는 것이 정설이지만 출연료 2억원에 계약한 것이다.


영화계 몰락 위기, 가요계 전철 그대로 밟나

그는 “영화의 순제작비가 20억원 정도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개런티를 그대로 다 받겠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해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으로 영화계의 떠오르는 핵 돌풍이라는 타이틀을 인정받은 주진모는 곽경택 감독의 ‘사랑’에 출연하면서 몸값을 1억원 이상 낮췄다. 함께 출연하는 박시연도 이에 동참했다.

또한 ‘타짜’를 통해 스타파워를 입증한 김혜수와 ‘괴물’의 박해일도 ‘모던보이’ 출연계약을 맺으면서 출연료를 대폭 낮췄다.

2005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문화관광부 노웅래 열린 우리당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연 연기자의 작품 당 평균 출연료는 2000년 대비 138% 상승한 4억 7040만원을 기록, 조사 작품의 순제작비 증가율 100.8%(2003년 평균 29억 2600만원)를 넘어 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일부 영화인들은 배우들의 몸값 책정 시 출연 영화 관객 수를 산정해 결정하는 방식을 택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일고 있다.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가요계와 영화계. 이들의 흥망성쇠는 지금까지 비슷한 궤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음반시장은 90년 이전 팝 음악이 시장을 주도했다. 국내 가수들은 음반판매량은 물론 TV출연에 의존해 활동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90년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음반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100만, 300만 1000만장의 밀리언셀러가 등장했다.

김건모는 최단 시간 1000만장 판매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음반시장은 MP3와 불법 다운로드 등에 밀려 급격히 얼어붙었다.

10만장 판매는 비교적 우수한 성적이며 30만장이 팔리면 예전 100만장과 비슷한 판매로 인정받는다. 이 같은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최근 가수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화계도 이와 사정이 비슷하다.

60~70년대 영화의 황금빛 시대를 지나 80년대 이후 한국영화는 영화로써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정도였다.

헐리우드의 웅장한 스케일과 치밀한 시나리오에 비해 한국영화는 그저 ‘유치한 신파극’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3년 서편제가 100만 관객 돌파라는 충격적인 신화를 만든 이후 1998년 강제규 감독이 ‘쉬리’로 620만명을 동원, 영화계가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이후 영화계는 2006년까지 5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꾸준히 관객들의 발길을 유도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 위기라는 설이 실제로 반영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가요계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발달로 인해 관객들이 DVD와 케이블 채널로 시선을 돌려 영화를 찾는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영화 관계자들은 가요계와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100편이 넘는 영화 제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이 영화 제작의 양적인 증가는 그만큼 치열한 출혈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한 달 십 여 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될 경우 영화의 작품성보다 스크린 점유율로 판단되는 영화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인해 좋은 작품이 미처 영화관에 걸리
기도 전에 하차하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보다는 대중적인 코드만 제작돼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작품들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계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또한 다작을 하기에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뒷받침할만한 영화계 저변인구의 문제도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영화계는 지금까지 단지 10%의 성공 대작들로 인해 ‘잘되면 대박’이라는 투기성 제작이 붐을 이뤘다.


한 달 평균 10편 개봉, 과다 출혈경쟁 공멸의 길

그 중 90%의 작품들은 본전도 챙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적자를 끌어 안아야했다.

한국 영화의 위기론은 단순히 가정이 아닌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관객들의 외면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안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관객에게 한편에 7000원씩 하는 고비용의 티켓값에서 애국심을 강조할 수 없다.

적자 1000억원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 이들의 직업처럼 영화 같은 대역전극 시나리오는 실현될 수 있을까. 모든 영화인들이 대동단결한 힘을 보여줄 때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07년 상반기 영화흥행순위

1위 -미녀는 괴로워 (619만 287명)
2위- 스파이더맨 3 (464만명)
3위- 캐리비안 해적 3 세상 끝에서 (451만명)
4위- 박물관은 살아있다.(429만명)
5위- 그 놈 목소리 (301만명)
6위 -300 (300만명)
7위- 슈렉3 (266만명)
8위- 1번가의 기적 (269만명)
9위- 극락도 살인사건 (213만명)
10위- 바람피기 좋은 날 (174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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