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연극 ‘미란다’ 여주인공 엄다혜 인터뷰

‘미란다-신이 내린 사랑’은 영국 작가 존 파울즈 원작의 ‘콜렉터’를 각색한 성인연극이다. ‘외설이냐 예술이냐’의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과감한 노출신과 독특한 줄거리로 13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연극의 여주인공(미란다 역)은 바뀐다. 그간 18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색깔로 미란다를 연기했다. 2007년 미란다는 엄다혜가 열연하고 있다. 엄다혜는 최근 개봉한 영화 ‘해부학교실’의 포스터에 등장한 ‘반라’모델의 주인공으로도 밝혀져 언론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는 7년간 다수의 에로영화에 출연하며 ‘흑진주’라는 별명으로 한때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7월10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연극공연에 한창인 엄다혜를 만났다.

엄다혜의 연극출연은 2002년 ‘아끼꼬상의 긴자꼬’ 이후 5년만이다. 첫 연극 이후 에로영화배우와 누드모델 등으로 활동하던 엄다혜는 두 번째 연극 ‘미란다’ 출연제의에 흔쾌히 대학로로 복귀했다.

공연 주최측의 김재철 대표는 “기존의 미란다 역을 맡았던 배우들 중 다혜는 매우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고 있다”며 호평했다. “프로예요. 일할 때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김 대표의 이어지는 칭찬.

엄다혜는 7년간 다수의 에로영화에 출연했고 ‘흑진주’라는 별명으로 당시 에로영화계에서는 매우 유명한 배우였다. 그에게 벗는 연기, 노출에 대한 경계는 없다. “내 직업이니까 상관없다”는 과감한 모습이다.

최근 엄다혜는 영화 ‘해부학교실’포스터에 등장한 ‘반라’모델의 주인공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 3개월째 연극에 몰두해온 엄다혜는 “언론의 관심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담담한 모습이었다.


다음은 엄다혜와의 일문일답.

-최근 본인에게 언론의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는데.
▲좋은 이야기와 나쁜 이야기가 같이 들리고 있다. 인터뷰 없이 보도된 기사가 많아서 힘들었다.

-5년만의 연극 출연인데.
▲연극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 흔쾌히 승낙했다. 2002년 이후 5년간 영화만 찍었다. 사실 나도 영화를 몇 편 했는지 모른다. 아주 많이 출연했으니까.

-에로영화와 모델, 연극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은.
▲연극할 때가 가장 좋다. 2002년 ‘아끼꼬상의 긴자꼬’ 출연 때는 연기력이 부족했다. ‘미란다’는 작품성도 있고 내 연기력도 향상된 것 같다.

-‘미란다’의 18번째 주인공이다. 본인만의 매력은.
▲잘 모르겠다. 신체적 매력으로는 엉덩이가 아닐까(웃음).

-공연하면서 힘든 점은.
▲‘미란다’ 역할이 많이 힘들다. 심리상태를 표현함에 있어서 만만치 않은 역할이다.

-공연 중 관객들에게 본인의 사진촬영을 허용한다는데.
▲잘못된 보도다. 일반인은 안되고 취재진에게 촬영을 허용한 적은 있다.

-언론보도에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최근 나에 대한 기사가 많이 게재됐다. 그러나 직접적인 인터뷰는 한번 뿐이었다. 숨기고 싶은 과거 경력까지 보도돼서 힘들다.

-에로영화계에서 ‘흑진주 엄다혜’로 불렸는데.
▲야외 촬영을 많이 해서 피부가 까맣다. 맘에 드는 별명이다.

-에로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
▲싫지 않다. 내가 해왔던 일이다.

-에로영화 복귀 예정은.
▲기회만 된다면 작품출연은 가리지 않는다. 이제 16mm뿐 아니라 ‘진짜’ 영화출연도 하고 싶은 희망이다. 역할은 상관없다.

-연극 외 다른 스케줄은.
▲스튜디오 촬영이 많다. 또 독립영화 제의가 들어와서 협의 중이다. 얼마 전 화장품 CF도 들어왔지만 연극 스케줄 때문에 무산된 것 같다.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사실 인터넷을 많이 하지 않아서 잘 모른다. 검색어 순위에 오르거나 기사가 나면 주위에서 알려준다.

-극 중 남자주인공(콜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란다에게 집착이 강했지만 미란다가 죽음을 맞이할 때 “난 또 다른 나비를 찾으러 간다”고 말한다. ‘정신적 또라이’라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

-실제 본인이 미란다의 상황(납치)에 처하면.
▲절대 그대로 죽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탈출하지 않았을까.

-3개월간의 연기 연습 방법은.
▲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 이번 작품은 연출감독님과 연습했다.

-공연의 보람을 느낀 적은.
▲관객들이 “작품 괜찮다. 연기 많이 늘었다”고 하면 기쁘다. 공연이 끝나면 휘파람도 불고 호응을 많이 해준다. 대부분 여자관객들이다.

-여자 관객이 많이 늘었나.
▲7대3이다. 여자가 7이다. 어떤 날은 세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자였다.

-‘미란다’의 고정팬이 많은가.
▲‘미란다’ 모임에 가입한 회원이 12만명이다. 한번 연극을 본 분들은 매년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는 하루에 두 번 보는 사람도 있다.

-공연하면서 느끼는 점은.
▲관객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노출보다 작품성을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본인이 성형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슴수술을 하고 싶지만 주위에서는 하지 말라는 사람이 더 많아서 안할 것 같다.

-남자친구가 없다고 들었다.
▲일만 하고 있다. 예전에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구속이 심해서 헤어지고 이후 사귀지 않았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인터넷에 댓글이나 사진이 많이 뜬다. 원하지 않는 사진과 동의없이 보도한 기사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노출에 관심을 두지 말고 연기하는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연극이든 영화든 연기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외설인가 예술인가

과거 혹자는 연극 ‘미란다’를 여주인공의 알몸과 적나라한 베드신을 볼 수 있는 ‘눈요깃거리’로 폄훼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과거 주요 관객층이던 40~50대의 남성들보다는 젊은 여성 관객들이 늘어났다. 요즘 매회 빼곡히 들어선 소극장에는 관객의 70%가 여성들이다. 이들은 공연 후 배우들의 연기에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공연이 이뤄지는 탑아트홀의 작은 무대. 침대와 테이블이 전부인 이 무대에서 하루 두 번씩 남녀 배우는 과감한 연기를 선보인다.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13년째 같은 줄거리로 이어지는 ‘미란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터.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보잘것없는 나비수집가인 콜렉은 오랜기간 짝사랑하던 미란다를 납치한다. 함께 있다보면 자신을 좋아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 광적인 콜렉의 사랑으로 나비처럼 채집되어버린 미란다와 사랑이 집착, 증오로 변해가는 콜렉의 연기가 관건이다.』

물론 연극에는 엄다혜의 ‘전라’의 모습과 적나라한 베드신, 샤워신 등이 등장한다. 94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외설시비와 음란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연극을 관람한 한 관객은 인터넷에 이렇게 관람평을 남겼다.

“정말 예술인지 외설인지를 고민할만한 작품이다. 공연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충격이었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내 눈은 야한 것을 안 보게 됐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다. 그들의 연기력에 푹 빠져있었다. 잊지 못할 연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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