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 인기=경기불황’ 공식 깨졌다

“그대와 나눠 먹을 밥을 지을 수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저린 손을 잡아줄 수 있어서,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
가수 이적의 가슴 따뜻한 ‘다행이다’라는 노래다. 최근 이 같은 발라드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통 여름철이 되면 가벼운 댄스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던 음악계, 뜻밖의 발라드 천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댄스음악의 고사다. 정말 여름의 휴가철 시즌이 되면 기분을 들뜨게 하는 댄스음악이 주를 이루던 시대가 지나간 걸까. 이에 경쟁관계인 발라드의 인기는 20~30대가 주축이 돼 취업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발라드 같이 슬프고 부드러운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떤 노래 어떤 음악이 사랑받는 것일까. 경제 불황 속 발라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일년을 하루같이’ ‘사랑한단 말이야’ 말하고 ‘눈물 흘려도’ ‘사랑 그게 뭔데’ ‘사랑의 인사만’을 남긴 채 떠나갔다. ‘나 이젠’ ‘머리를 자르고’ ‘사랑의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러나 ‘사랑앓이’는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


인기가요 20위권 중 14곡이 발라드

이것은 각종 TV사이트보다 빨리 음악의 인기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알려진 싸이월드 음악순위 중 20위 안 발라드 제목만을 가지고 만든 문구다. 이처럼 인기
곡 20곡 중에 ‘소 프레시(so fresh)’, ‘여름이다’, ‘러버 보이(lover boy)’ 등 댄스곡은 단 7곡이며 나머지 13곡이 발라드다.

‘발라드 이상열풍’, 음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최근 음악시장을 두고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열풍 속에 짧은 미니스커트는 곧 경기불황이라는 공식이 깨질 기세다.

거리에서도 온통 다소 우울하고 끈적한 발라드가 울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07년 상반기 음반판매량도 발라드가 대세다.

1위 SG 워너비 4집 ‘아리랑’, 2위 SG 워너비 ‘사랑가’, 3위 에픽하이 4집 ‘FAN’, 4위 김종국 4집 ‘편지’, 5위 박효신 5집 ‘추억은 사랑을 닮아’ 등 5위권 4장의 앨범 대표곡이 발라드다. 20위권 순위에도 6곡을 제외한 14곡이 발라드다.

이에 음악전문가들은 “발라드를 좋아하는 심리적인 배경에는 부드럽고 다소 우울한 음악이 심리적인 위안과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발라드는 취업시장과 경제 불황을 피부로 느끼는 젊은 2030세대들의 현대상이 잘 반영되는 카타르시스 분출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

이에 가요전문가들은 “몇 년 전만해도 괌, 필리핀, 하와이 등지에서 촬영해온 여름 휴가철용 뮤직비디오가 제작되는 등 계절용 음반이 봇물을 이룬 적이 있었다” 며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는 오히려 겨울용 음악이라 불리는 발라드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발라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인 장민석(36)씨는 “술집에 가면 발라드 음악이 많이 들리고 노래방에 가도 애창곡으로 발라드를 많이 부른다” 며 “발라드를 듣게 되면 기분이 차분해지고 맑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음악치료에도 널리 쓰이는 발라드가 이제는 불황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대중가요. 한 여름 발라드는 한 복판 거리에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불러지고 있다.

발라드의 뜨거운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가요계뿐만 아니라 경제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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