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정 의장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퇴진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거론하면서 새누리당이 본회의장에서 집단퇴장,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처리가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우병우 민정수석
사드배치 비판이 발단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우 수석의 실명을 거론하며 직접 공격했으며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 설치 필요성도 언급했다.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서도 "최근 사드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에서 집단퇴장한 뒤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을 성토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국회의장의 온당한 사과와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 모든 20대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도 일제히 정 의장을 성토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총 뒤, 긴급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부의장에게 사회권 넘겨라”

긴급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후 10시 20분경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에 대해 "시급한 추경과 민생법안, 대법관 인준 등 나머지 안건을 내일 처리할 수 있도록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달라. 그러면 우리가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처리에 임하겠다고 의장에게 요구했는데 의장은 사회권을 못 넘기겠다고 한다"며 "지금 누구 때문에 국회가 파행됐는데 아무런 사정 변경 없이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얌전하게 들어가서 사과표명도 안 듣고 추경 처리를 하라는 말이냐"고 따졌다.

또 "추경이 시급하니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겨 달라. 여당 부의장도 좋고 야당부의장도 좋으니 넘겨달라"며 "즉각 부의장에게 넘겨서 오늘밤이라도 추경과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 의장 개회사
정치적 의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개회사 내용에 대해서도 "역대 국회의장 개회사를 한번 비교해주시길 바란다. 여당 의장과 야당 의장이 오늘 같은 개회사를 개회 벽두에 한 적이 있나"라며 "다른 정치적 의도가 없고서는 이런 개회사가 버젓이 나올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하라는 명령인데 정 의장은 국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은 물론이고 원만한 의사진행을 파괴하고 있고 국회의장 본연임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가슴에 상처를 줬고 그래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게 뭐가 잘못된 요구냐"고 따졌다.

한편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을 비롯해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 20여명은 이날 오후 10시48분께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 의장에게 직접 항의했다. 이들은 정 의장에게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라" "사퇴하라"고 소리쳤지만 정 의장은 이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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