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정기관은 4개다. 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검찰이다. 임기말로 갈수록 공직기강이 무너지고 권력의 추가 미래권력으로 급속하게 옮겨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박 정부가 검찰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레임덕은 없다’는 청와대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그 정점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다. 박 정부의 ‘우병우 감싸기’는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강수’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 ‘권력+정보’ 쥔 檢 우 수석 먼지털이식 보도 ‘배후설’
- 檢, ‘수족’으로 전락한 국정원·경찰, 국세청 ‘본업’만

진경준 검사장의 각종 비리와 구속 기소, 그와 연관된 우병우 민정수석의 막강한 파워와 권력 남용 의혹이 연일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야권은 우 수석의 해임을 여권 일각에서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우 수석의 각종 비위를 공격하는 세력을 ‘국기문란 세력’, ‘반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청와대의 ‘우병우 감싸기’는 단순히 한 개인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우 수석 배후에는 검찰 권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을 든든한 우군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공약에 맞서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제도를 내놓았다. 공수처의 핵심은 전직 대통령, 판사 검사, 국장급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과 이들의 친인척을 수사대상으로 하고 국회의 요청이 있을 때 언제든지 수사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무소불위 ‘우병우’ 검찰 우군화 상징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로 고위공직자들의 비위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의 배우자와 친인척,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 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해 ‘우 수석에게 직권 남용과 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며 수사 의뢰서를 보냈다. 이 전 수석 역시 ‘기밀 유출 의혹’을 받고 검찰 수사를 우 수석과 함께 받고 있다.

결국 검찰 출신 우병우 수석(사법연수원 19기)에 대한 수사는 검찰 출신의 이 전 감찰관(18기)이 수사의뢰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19기)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우 수석과 윤 수사팀장은 연수원 동기다. 한편 검찰 총수인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16기다.

검찰 권력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박 정부 하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펄펄’나는 사이 국정원·경찰·국세청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일단 국정원의 경우는 지난 2012년 대선개입 의혹으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 사찰의혹까지 돌면서 여의도 내 출입도 사실상 봉쇄됐다. 정치권에 개입할 여지가 차단된 셈이다. 막강한 정보력에 비해 현 정권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우병우 수석의 동기가 국정원 국내파트 핵심 요직을 맡으면서 더 움츠러들었다.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국정원 2차장으로 초고속 승진했기 때문이다. 최 차장은 우 수석과 함께 서울대 84학번 동기다. 최 차장은 우 수석이 현재의 직에 오른 뒤 중앙지검 3차장으로 승진해 포스코 비리 등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로 알려진 사건을 맡아왔다. 국정원 2차장은 주로 공안 담당이 임명되는 자리지만 40대 ‘특수통 검사’가 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역대 정권에서 ‘수사권 독립’을 외쳤던 경찰의 경우도 위상이 확실하게 추락했다. 과거 정권에서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기위한 한축으로 경찰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화두였다. 2014년 취임한 강신명 경찰청장도 ‘임기 중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강 청장은 김수남 검찰총장과 대구 청구고 선후배 사이로 검찰과의 대립은 가급적 피해왔다. 더욱이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이 들어서면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사실상 박 정부 하에서는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경찰청장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사고 은폐 의혹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낙마위기에 처했다. 법을 수호해야 할 집단의 수장이 법을 위반한 이력은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박 정부는 이 청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청장을 검증한 우 수석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청와대가 일사천리로 임명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국정원 ‘동기’ 경찰총수 ‘측근’ 포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 조직 역시 박 정부 하에서 ‘수사권 독립’은커녕 숨죽여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철성 경찰청장이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우 수석과 함께 근무한 이력까지 있어 경찰 조직의 수사권 독립을 두고 검찰에 대한 반기를 들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세청은 4대 사정기관 중 가장 권력과 거리를 두면서 조용하게 지내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우 수석의 업무가 국세청과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등 사정기관 ‘검증’ 임무를 쥐고 있는 만큼 우 수석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업인 세수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청장들의 불명예 퇴진은 국세청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치부할 만큼 비판을 받아왔다. 5대 국세청장을 역임한 안무혁 전 청장과직을 넘겨받은 성용욱 전 청장은 모두 87년 대선 불법정치자금을 거둔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97년에 ‘세풍 사건’때에는 이석희 차장이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 지원을 위해 23개 대기업으로부터 166억원을 불법 모금해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위상에 결정적인 치명타를 남겼다.

이후에도 고 안정남 청장은 부동산 투기, 증여세 포탈, 사채업자 세금 감면 청탁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13대 손영래 전 청장, 15대 이주성 전 청장, 16대 전군표 전 청장, 17대 한상률 전 청장등은 개인비리와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명예 퇴진하거나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 2년차를 맞이한 임환수 국세청장은 ‘진광불휘’(眞光不輝, 참된 빛은 눈부시지 않다)를 내세워 조용한 국세청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임 청장도 취임 2주년을 맞은 8월21일 본청 몇몇 간부들과 조촐한 저녁 식사시간을 가진 것 외에는 특별한 행보 없이 조용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에 임 청장은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세수 200조 시대를 가능하게 해 역대 국세청장 중 본업에 충실한 청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이 박 정부에서 힘을 받고 있어 사정기관 내 ‘홀대’에 대한 역풍이 우 수석에 대한 ‘먼지털이식’ 보도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검찰뿐 아니라 국정원, 경찰 등 핵심 요직에 ‘우병우 인맥’이 전진 배치되면서 처갓집 땅 문제부터, 아들 운전병 보직 특혜, 화성 땅 의혹에 배우자 회사까지 구체적인 자료와 정보가 사정기관이 아니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에 대해 “이 감찰관이 수사 의뢰한 내용이 궁색하다”며 “애초에 문제됐던 부동산 매매는 다 빠지고 운전병, 화성땅 심지어 배우자까지 소위 먼지털이식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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