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 여주인공 박시연

박시연이 <구미호 가족>에 이은 두 번째 영화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의 야심작 <사랑>에서 주진모와 지독한 사랑을 연기한 박시연. 박시연은 이번 영화에서 가혹한 운명 속에서 감정을 숨기며 살아가는 비련의 여주인공 ‘미주’ 역을 맡았다. 그러나 여느 비련의 여주인공과는 다르게 박시연이 표현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의 강한 인상과 맞물려 운명에 맞서고자 하는 여주인공의 의지가 가미됐다는 것이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시연은 영화 속 ‘미주’의 삶을 3개월간 살아가며 표정마저 변해버린 듯 했다.


영화 <사랑>은 강렬한 남자들의 세계를 담아내던 곽경택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멜로물이다. 경상도식 우정을 이야기하던 곽 감독이 올 가을에는 경상도식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번 영화 역시 남자들의 주먹세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전개되지만 그 안에는 “지랄 같네…사람 인연”이라고 영화에서 표현될 만큼 가혹한 운명에서도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한 남녀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박시연은 이번 영화에서 여주인공 ‘미주’ 역을 맡았다. 가족, 꿈, 사랑 어느 것 하나도 온전히 가질 수 없었던 비련의 여인이다. 지독한 운명 속에서 사랑하는 남자 ‘인호’(주진모)와 마주치지만 그를 지키려는 연약하고도 강한 캐릭터.


‘에릭녀’ 벗어나 진정한 배우로

박시연은 지난 해 영화 <구미호 가족>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과거 톱스타 에릭의 여자친구로 화제를 모으면서 연기력에 앞서 ‘에릭녀’로 유명세를 탔지만, 이제는 배우 박시연으로 굳건히 자리매김을 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박시연은 촬영 현장에서 소탈한 모습으로 ‘우리 미주’라 불리며 스태프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곽 감독은 박시연의 이번 캐스팅을 두고 ‘새로운 발견’이라 손꼽는다. 성숙한 내면 연기의 물이 올랐다는 박시연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다.

곽 감독은 캐스팅 당시 박시연의 이미지가 너무 세서 극 중 ‘미주’와 강한 인상의 박시연이 어울릴지 고민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인터넷과 브라운관을 통해 보았던 박시연의 강한 이미지는 그녀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너졌다. ‘아, 이 사람이다’라 싶었을 만큼 박시연은 ‘미주’에 근접한 인물이었다”고 곽 감독은 말하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산의 항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영화에서 배우들은 모두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박시연은 마침 부산 출신, 사투리를 어색하지 않게 구사하며 부산 여인의 삶을 그려냈다.


첫 멜로연기 위해 고군분투

영화 <사랑>은 박시연의 ‘겨우’ 두 번째 영화이자 첫 멜로물이다.

“모든 대사가 사연이 있고 감정이 담겨 있다. 그냥 지나칠만한 대사가 없었다. 이렇게 감정을 유지하면서 3개월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박시연은 회상했다. 처음으로 멜로 연기를 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즐겁게 촬영했다고도 덧붙인다.

박시연은 ‘미주’로 안타까운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내내 캐릭터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고 한다. 영화의 장면에 대한 분석과 느낌을 매번 A4용지에 빼곡히 써내서 감독에게 제출하는 등 빠듯한 하루를 보내왔다는 것.

이렇게 3개월간 미주의 슬프고 애틋한 감정을 유지하고 부산 사투리만 사용하면서 박시연은 완벽한 ‘미주’가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올 가을 지독한 사랑 이야기로 감성을 자극할 영화 <사랑>은 추석에 개봉한다. 여리고도 강한 여성의 본능을 표현했다는 박시연의 연기는 이제 배우 박시연을 충무로의 멜로 여우로 성큼 올릴 것이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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